그래서 집에 돌아오는 길로 먼저 부친이 앉아 있는 방으로 갔다.
“아버지, 밭을 갈고 농사짓는 이익을 몇 배로 보십니까?”
불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부친은 글씨 쓰는 연습을 하던 붓을 멈추고 자식의 얼굴만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더니,
“음, 농사짓는 이익은 십 배는 되느니라.”
이같이 대답했다.
“그러면 보물과 비단을 무역해서 파는 장사는 그 이익을 몇 배로 보시나요?”
불위는 또 물었다.
“비단과 보물 매매는 그 이익이 백 배라고 말할 수 있지.”
부친은 간단히 대답했다.
“그러면 한 나라의 주인을 세우고 그 나라를 완전하게 정하면 그 이익은 얼마나 될까요?”
불위가 연달아서 예상치 않은 질문을 하자 부친은 붓대를 탁자 위에 놓으며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어찌해서 그런 말을 묻는 것이냐?”
불위는 오늘 행길에서 진의 왕손 이인을 보고 생각했던 전말을 부친에게 말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하기를 진 왕손이 장래에는 반드시 진왕이 되겠는데 지금 우리나라에 인질이 되어 있으니, 천금을 아끼지 않고 고관들을 매수해서 이인으로 하여금 진국으로 돌아가게 하고, 안국군으로 하여금 이인을 태자로 삼게 하면 후일에 이인이 진왕이 될 것이니 소자의 이익이 크지 않겠습니까?”
부친은 아들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주정국(立主定國)은 그 이익이 불가형언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꾀하다가 잘못하면 패가망신할 뿐만 아니라 생명을 보전하기가 어려워….”
--- 「포로가 된 왕손」 중에서
“저희들은 생전 처음 보았습니다. 무지하게 큰 구렁이라요. 이무기가 아닐까요?”
그들은 유방에게 놀라고 온 이야기를 했다.
“대장부 길을 가는데 무서운 것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나를 따라오너라.”
유방은 객줏집에서 나오면서 그들에게 장담했다. 본시 유방은 이마가 번듯하고, 귀가 크고, 코가 높고, 입술이 두툼해서 얼굴이 길기는 하되 융준용안(隆準龍眼)이라 칭찬하고 상 잘 보는 여문(呂文)이 자기 큰딸을 유방에게 주었지만, 술 잘 마시고 계집을 좋아하는 까닭으로 패현 사람들은 하잘것없는 인간으로 알아오던 터였다. 그런 까닭으로 장정들은 따라오면서도 설마 하는 의심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유방은 큰 구렁이가 아직까지 길을 가로막고 있는 곳에 다다르자 주저하는 빛이 없이 옷자락을 여미고, 소매를 걷고, 허리에 찬 칼을 높이 뽑아들더니 구렁이를 두 토막으로 잘라버렸다.
그리고 유방은 아직도 꿈틀거리는 구렁이의 몸뚱이를 칼 끝으로 찍어 밀어 길 옆으로 치우고 말했다.
“자아, 이제 염려 없으니 빨리 고향으로 돌아들 가거라!”
따라온 장정들은 아까부터 부들부들 떨면서 놀라고 있다가 유방의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유방이 보통 인물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주색이나 좋아하는 겁쟁이 유방이 아니다. 어떤 장사도 당할 수 없는 무한히 큰 담력과 기운을 가진 호걸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땅에 꿇어앉았다.
“고향으로 가지 않겠습니다.”
“나도 안 가겠습니다. 정장님과 함께 어디든지 가겠습니다.”
그들은 의논이나 한 것처럼 모두 꿇어앉아서 유방을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럴 수 있나. 집에들 돌아가서 부모 형제에게 도망해온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얼마 동안 숨어 있어야지. 지금 진나라의 법이 어떤 줄 알고….”
유방은 그들을 달랬다.
“아니올시다. 괜찮습니다! 우리들은 도망하더라도 정장님을 모시고 도망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한 사람이 유방을 따르겠다고 말하자 모두들 찬동했다. 유방은,
‘하는 수 없다! 이 사람들과 함께 숨어버리자!’
이같이 결정했다. 남은 사람은 모두 열두 명이었다. 유방은 그들을 데리고 연못가의 마을로 다시 돌아갔다.
진시황의 묘를 건조하는 토역 공사에 징용되어가던 그들은 주머니 속에는 돈냥이나 들어 있고, 보따리 속에는 밀가루와 강냉이도 들어 있었다. 그들은 연못가 으슥한 수풀 속에 원두막 같은 집을 한 채 지어 그 속에서 합숙하기 시작했다. 사상정장 유방이 그들을 거느리는 어른이요, 대장격이었다.
열흘이 지나지 않아 장정들이 꾸역꾸역 찾아오기 시작했다.
“유선생을 모시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 「유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