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 관한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강의에는 ‘미소 뇌기능 장애’, ‘공격적 행동’, ‘과잉행동’이나 ‘환경 반응 변화’* 같은 진단명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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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신경-감각 체계와 신진대사 체계가 불균형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앞서 언급한 1923년 2월 6일 교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 두 체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상호 작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위안의 말도 잊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평형 저울은 이쪽이나 저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아이를 대할 때 마음속으로 항상 이런 질문을 떠올려야 합니다. “너의 세 가지 체계는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있을까? 너의 중간 영역이 튼튼하게 성장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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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이 아이들은 벌써 와서 자기 자리나 창가에, 겨울이라면 난로 옆에 서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거나 선명하게 구별하기를 어려워하고, 사람들의 말을 듣거나 사물을 파악할 때 피상적 수준에 머무르고 맙니다. 마주친 대상이나 사건을 필요할 때 불러낼 수 있도록 사고 속에 명확한 표상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반면 이러한 아이에게는 심상과 꿈이 넘칩니다. 영혼 생활이 풍요롭고 성격은 명랑, 쾌활합니다. 기질에서는 다혈과 점액이 지배적입니다.
이 경우에는 균형을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아이가 변별력을 키우고 사물이나 현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하려면, 다시 말해 ‘땅으로 내려오게’ 하려면 어떤 느낌이나 감각을 깨워야 할까요? 비유적으로 말해 이 아이들은 차가움과 뜨거움의 차이, 특히 몽롱한 온기의 경계와 수축, 냉기의 감각 체험에서 오는 자극과 깨어남의 차이를 배워야 합니다.
‘살을 에는 추위’라는 표현은 있지만 ‘살을 에는 더위’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사물을 명쾌하고 이성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차가운 편이 좋다는 것을 모두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슈타이너는 큰 머리 아이들에게 특히 머리 쪽을 차갑게 해 줄 것을 권했습니다. 보통 아침에 찬물로 머리를 씻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허리까지 닦아 주어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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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입학할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자리에서 손과 손톱 밑에 흙이 잔뜩 묻은 아이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부모는 당연히 집에서 손을 씻겨 왔지만 학교에 오는 길에 아주 많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서 우리는 흙과의 연결성, 지구와의 관계성을 볼 수 있습니다. 지상적인 모든 것을 보는 즉시 관심을 기울이는 재능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행기, 자동차 같은 물건, 세상의 모든 모습과 사건, 특히 색깔과 소리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텔레비전. 이 모든 것에 자석처럼 끌려 들어갑니다. 이 아이는 지구를 사랑하고, 세상의 모든 자극을 사랑합니다. 세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지구적 존재성을 대면할 재능을 타고난 아이입니다.
과잉 행동으로 진료 의뢰 차 저를 찾아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지상적 아이였습니다. 살짝 올라간 들창코에 귀엽고 둥근 눈, 살짝 튀어나온 작은 입술,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사랑스러운 얼굴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손을 보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 개별 존재로 자기 몸에 ‘도달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얼굴이나 머리 형태로는 분별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움직임은 충동적이고 ‘머리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늘의 재능, 즉 사고 세계가 풍부하며 차분하게 내면을 응시하는 힘을 타고난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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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가 어떤 형태로 지식을 받아들였는지 알아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수업 중에 아이가 어떤 사실을 파악했다가 다시 흘려보내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 지점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가? 배움의 과정에도 호흡이 있어야 합니다. 들이마시고, 파악하고, 내보내기. 그래야 다시 자유롭게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는 교사가 수업을 통해 전달한 내용이 아이에게 닿긴 했지만 신체 깊숙이 들어가 버린 경우입니다. 아이의 의식은 열려 있고 선명하지만, 듣거나 본 것이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슈타이너가 제안한 치유 방법에서 우리는 다시금 앞서 언급한 치유의 근본 법칙을 만납니다. “아이가 서 있는 지점에서 아이의 필요에 응하라.” 환상이 많은 아이, 즉 사고가 강박적이며, 작은 것도 잊어버리지 못하고, 개념이나 표상을 하나도 흘려보내지 못하는 경향의 아이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요? 우리 어른들은 머리가 너무 복잡하거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때, 참신한 생각을 떠올리고 싶을 때 달리기를 하거나 몸을 움직입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몸을 움직여서 굳어버린 머릿속과 마음도 함께 움직이는 것입니다. 움직임은 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처방입니다. 어떤 과목에서든 ‘움직이게 하기’를 의식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합니다.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면 아이가 철자나 개별 글자에 갇히지 않고 아름답게 흐르듯 써 나가도록 지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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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리트미는 이 두 유형의 아이들을 치유하는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특히 생각과 표상을 내려놓지 못하는 환상이 많은 아이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분명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걷기, 뛰기, 뛰어오르기처럼 전신을 이용한 움직임이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특히 혈액의 흐름과 장기의 형성력 속에 살고 있는 모음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걷기를 연습하면서, 즉 움직이면서 모음을 연습하면 유기체에서 제멋대로 솟아오르는 생각과 표상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성장력의 방향이 장기의 발달로 향하도록 촉진하고, 그곳에 단단히 자리 잡아 너무 쉽게 풀려나지 않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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