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 하나 잘 수양하기도 어려운데 온 세상 사람들이 불평불만 없이 살도록 위대한 지智를 발휘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고관대작을 시켜 준다는데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사양하는 인을 발휘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절체절명의 위험 앞에 죽음도 각오한 채 의지대로 밀고 나가는 용勇을 발휘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나잇값과 배운 값을 하는 선비가 되는 것은 이에 못지않게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과, 아는 것 따로 하는 짓 따로인 사람이 넘쳐 나며, 인격까지 돈으로 가름하려는 오늘날, “어디 선비 없소?”
---「제1강│삶의 품격을 높이는 위대한 사상, 유학」중에서
“당신이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mistake이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가난하게 죽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다.” 아마도 빌 게이츠는 어떤 사람이 가난하게 태어난 것이 그 자신의 책임은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다면 그 책임은 노력하지 않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물론 그의 진의眞意는 후천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으니 열심히 살라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현실은 빌 게이츠의 메시지가 실현되기에 결코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그의 희망의 메시지를 한국 현실에 적용하려면 한 개인의 성공이 다양한 운적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정치·사회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요.
---「제2강│인간이 되기 위한 원리, 정의」중에서
천애지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인종이나 국적, 신분이나 언어 등 외적 조건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 마음으로 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요. 한편 서로 간의 차이에 대한 인정과 상호존중 그리고 끝없는 신뢰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홍대용의 시대에는 국경의 통제가 엄격하여 사신이 아니라면 공식적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일은 꿈조차 꿀 수 없었습니다. 오늘날에 비하자면 언어적 소통에도 한계가 있어 주로 필담에 의존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아름다운 우정을 이룰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귀감이 됩니다.
---「제3강│따뜻한 인생을 만드는 힘, 우정」중에서
역사적으로, 민족적으로, 정서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심적으로 우리가 그들을 재외동포의 범주에서 제외해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는 가족들을 지켜 내고 삶을 이어 가고자 국경을 넘고, 황무지를 개간하고, 무장독립투쟁에 직접 참여하고, 일제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와 식량을 사도록 군자금을 조달한 조선의 남정네들이었으며, 그들의 어머니와 할머니와 증조할머니는 온갖 피눈물 나는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밥과 김치와 시래기된장국과 떡과 국시를 지켜 낸, 단지 말만 조금 어눌할 뿐인 우리 한인동포들이기 때문입니다.
---「제4강│기억될 권리를 찾아서, 고려사람」중에서
혁명 과정에서 체득해 온 변화에 대한 민감성, 전략 전환의 유연성, 그리고 지지층 확대를 위한 포용성이 공산당의 성격을 이루었지만,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공산당이 줄곧 공산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강고하게 유지해 왔다는 점입니다. 거듭되는 정치적 타협과 전략 전환의 우여곡절 속에서도 공산당은 사회주의 건설의 목표를 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현재의 시장 경제와 같은 ‘자본주의’ 요소의 도입을 두고 공산당이 자기 고유의 목표를 포기한 증거로 삼는 것은 성급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중국공산당은 다른 국가들이 가지 않은 길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개척해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5강│강대국을 통치하는 힘은 무엇인가, 중국공산당」중에서
한자나 한문은 현재로서는 쓰기도 어렵고 읽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지명이나 주요 건축물, 그리고 우리 선대 어른들의 이름은 대부분 한자를 사용해서 뜻을 나타냈습니다. 한자와 한문은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시공간의 의미를 확장해 주는 기능을 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의미의 세계를 이해한다면, 우리 문화와 관습의 뿌리를 이해하게 되고 미래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6강│의미의 시공간을 확장하다, 한자와 한문」중에서
모든 의식은 무엇에 대한 의식이므로 사물은 의식에 의해 포섭되어 있지만, 몸은 동일한 지각장 속에서 지각 대상으로서의 사물과 얽혀 있으므로 사물의 형태와 색과 향기를 나누어 가집니다. 따라서 몸이 의식을 감싸며 생성된 육화된 의식은 주체와 대상의 구분을 무화시키며 사물을 품어 안습니다. 시인은 몸과 정신, 혹은 감각과 의식이 겹쳐지는 접점에서 이미 시적 대상과 상호 침투하는 혈연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적 언어는 시인의 육화된 의식과 사물이 만나 교섭하는 틈새에서 그 잉여물로 빚어지는 결정체입니다.
---「제7강│몸과 언어, 채호기와 이재무의 시」중에서
서정시는 습관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잘 표현하기 힘든 그 순간을 포착합니다. 또 그 순간을 위해 새로운 표현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난해한 시가 훌륭하고 현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독자가 무릎을 치게 하고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시가 좋은 시입니다. 그리고 사물 간의 새로운 결합으로 독특하면서도 탁월한 이미지를 선물한다면 시로서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8강│삶을 위한 예술, 독일 서정시」중에서
오늘날의 삶에서 충의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현대 사회에서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과 조폭 집단의 저급한 의리를 다시 논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충과 의를 소중한 덕목으로 재조명할 필요는 있습니다. 충이란 마음을 가득 채우는 정성이고 의란 올바른 일에 대한 결연한 태도입니다. 스스로의 삶에도 정성이 필요하거니와 사회적 대인관계에서는 더더욱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겠지요. 겉으로만 대하여 속마음을 숨기고 사는 형식적인 태도로는 국제관계에서나 개인적인 교류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제9강│진정한 마음의 교류를 위하여, 충의」중에서
인간의 상상과 허구는 현실을 움직이는 하나의 동력이기에, 우리는 일정한 허구를 현실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꿈’이란 허구이자 희망입니다. 하지만 이 허구와 희망이 교직된 꿈은 현실 세계와의 부단한 긴장 관계 속에서 창출되고 존재하며 유지됩니다. 우리의 삶을 뒤돌아 정리한다면 그것은 세계와 꿈을 한데 엮은 하나의 장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꿈을 안고 출항하였지만 성취만큼이나 회한을 남기는 항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10강│사물 세계와 인간 그리고 픽션, 『모비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