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옛 마야와 잉카 문명, 막연하게 그런 게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 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들의 문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들의 역사나 생활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말 무지(無知) 그 상태였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탓이 있겠으나,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기만 했어도 그렇게까지 무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쓴이가 중고등학교를 다녔을 때에는 세계사를 배워도 주로 유럽의 문화사 중심으로 배웠다. 동양의 역사는 단지 중국의 왕조 이름 정도만 외웠을 뿐, 가장 가까운 일본의 역사도 전혀 가르치질 않았다. 인도, 버마, 타일랜드, 캄보디아, 베트남, 리오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의 역사 역시 거의 배우지 못했다. 하물며, 지금의 중동이나 서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역사는 물론 멀리 떨어진 중남미의 역사를 어찌 알았겠는가! 물론 고대 이집트 문명 정도는 언급하고 지나갔으나, 그리고 인도 대륙에서의 아리안 족의 침입 등에 대한 언급은 있었으나, 이것 역시 유럽 문화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서론의 일부였을 뿐이다. 이와 같이 편향된 역사 교육은 우리로 하여금 유럽 문화에 대한 선망(羨望)을 부추겼을 뿐이다. 곧, 유럽 문명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그것은 무의식중에 “유럽 문명이 최고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을 뿐이다. 물론 쓴이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가르치질 않았으니 배우지 못한 게 당연하다. 그저 마야와 잉카에 대한 호기심만 있었을 뿐이다. 2만 년 전인가 3만 년 전인가, 빙하기 때에 아시아에서 알라스카를 거쳐 건너간 민족들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이루어낸 문명이라는 것, 여기에 유카탄 반도의 피라미드, 마추피추의 산상도시와 나즈카 평원의 거대한 그림들, 이런 것들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더해져서 만들어낸 것이 이번 여행이었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엄두를 못 내다가, 연구년을 맞아 버클리 대학에서 1년을 보내게 되었는데, 이것이 이곳을 방문하게 된 기회가 된 것이다. 버클리대학의 사회복지대학원에서는 교수 연구실을 개조해야 하기 때문에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10개월만 연구실을 쓸 수 있고, 7월부터는 연구실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오케이 한 것이 그만 비자를 받는데 그대로 적용되어 미국 체류 비자가 6월말로 끝나버린 것이다, 그냥 12개월 비자를 주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미국 대사관에서 야박하게도 초청장대로 비자 기간을 9월부터 다음 해 6월 말까지로 기입하여 10개월 비자를 준 것이었다. 버클리에서 10개월을 보낸 다음, 7월 8월 두 달을 어이할까, 일찍 귀국할까 하다가, 잘 되었다 7월 8월 두 달 동안 시간이 있으니 이 기회에 멕시코와 페루를 여행해야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싼 비행기표를 수배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그리고는 클릭 클릭하고 신용카드 번호를 치고, 또 클릭하고 해 놓았으니 빼도 박도 못하고 마야와 잉카로 날아갈 수밖에. 흔히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곳에 갈 생각을 하였는가? 아니 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것이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인터넷으로 비행기표와 호텔 등등을 찾아보는 것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것저것 따지면 아무 일도 못한다. 그냥 카드를 손에 들고 카드 번호를 대고 검지 손가락으로 카드 번호만 클릭하면(돈을 지불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가능하면 취소가 불가능한 싼 비행기 표를 끊어 놓으면 그냥 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요 마지막 순간을 견디지 못하면 기회는 영영 날아가 버린다. 우리가 중남미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정말로 하느님께 감사한다. 전혀 후회가 없다. 그만큼 얻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귀로 듣던 것과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은 실제 경험을 하면 전혀 달라진다. 생각이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진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우리의 편협된 사고는 저절로 교정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러한 어마어마한 문명을 일으킨 아메리카 인디언들에 대한 존경심까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저들의 생활과 풍습, 언어 등을 통해 저들이 우리와 가까운 민족임을 알게 되니, 저들에 대한 인류애가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저들이 남루하게 살고 있다 하더라도.
(중략)
마야와 잉카, 이를 책으로 엮어놓으니 크라운판으로 270페이지가 넘는다. 요즘 책을 잘 안 읽는 추세인데, 이렇게 출판하면 책도 무겁고, 또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 또한 멕시코와 페루를 동시에 방문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하여, 다시 이를 손질하여 국판으로 <멕시코 기행: 마야를 찾아서>와 <페루 기행: 잉카를 찾아서)의 두 권으로 나누어 출판하려 한다. 이곳을 여행하시려는 분들이나 이 책들을 통해 잉카와 마야를 이해하시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멕시코와 페루 여행은 시간이 꽤 오랜 된 것이라서, 화폐 가치나 세상 물정과 풍물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니, 이런 점 감안하시며 읽어주시면 고맙겠다. 한편 중남미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2019년에 여행한 도미니카, 콜롬비아,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남미 지역과 귀국길에 들른 스페인, 그리스의 여정에 대한 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남미 여행기 1: 도미니카, 콜롬비아, 볼리비아, 칠레: 아름다운 여행>과 <남미 여행기 2: 아르헨티나, 칠레: 파타고니아와 이과수> 및 <남미 여행기 3: 아르헨티나, 브라질, 스페인, 그리스: 순수와 동심의 세계>이다.
이들을 참조하시어 중남미에 관한 좋은 여행 계획을 짜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셨으면 좋겠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