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그들의 집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분과 나를 위해 마련한 방에 대해 좀 더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둘 다 마치 동업을 하려는 사람들처럼 나와 악수를 한 다음, 내 방에서 나갔다.
두 사람이 가고 난 뒤에 미코가 와서 내 생각이 어떤지를 물었다.
“꼰대들이에요. 둘 다. 백 퍼센트.”
내가 대답했다.
“어휴, 홀리. 할 말이 그뿐이야?”
미코가 물었다.
“넵.”
“이 일을 계속 추진하고 싶은 거야, 아니야?”
“모르겠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갈색 머리카락을 가발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매혹적인 은빛 금발 머리카락에 솔질을 한 다음, 앞으로 빗어 내리고, 가르마를 똑바로 탔다.
머리 손질을 끝낸 다음, 나는 솔빗을 내려놓고 또 한 번 숨을 돌렸다. 옆에 놓인 전등의 스위치를 켰다. 방의 구석에 그림자가 생겼다. 나는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 속에 그녀가 있었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여자.
그녀는 홀리 호건보다 나이가 다섯 살 더 많고, 끝내주게 영리하며, 진짜 멋지고 매력적인 여자였다.
나는 가발을 쓴 채 나 자신을 A40번 도로 위에 있는 솔러스라고 생각했다.
A40번 도로는 모험을 위한 길이었다. 가발이 저녁 햇살에 반짝였다. 나는 살랑대는 걸음걸이에, 톡톡 쏘는 말투를 지닌 매력적인 여자,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솔러스였다. 나는 노을이 물든 붉은 하늘 속으로 걸어 나가 지나가는 차를 잡아 탈 준비가 되었다. 나는 바다를 건너 아일랜드에 닿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만나기 위해 신선한 아침 공기를 잔뜩 마시면서 언덕 위로 걸어 올라갈 것이다. 바다 저쪽 푸른 풀들이 우거진 나라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날을 보낼 것이다. 그날 밤과 그 뒤 몇 주 동안 나는 밤마다 지도를 보면서 길을 따라갔다.
“홀리, 길은 말이야.”
미코의 눈은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처럼 앞으로 뻗어 나가는 거야. 너는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지만 늘 한 걸음 더 가야만 해. 언제나 새로운 모험에 들어서게 만들지.......”
저자 소개
지은이 : 시본 도우드
196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고전을 공부하고 그리니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10여 년 동안 PEN(국제 펜클럽)에서 작가 인권 활동에 몸담았다. 투옥된 작가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인도네시아와 과테말라 등지를 다니며 억압적인 정권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였다. 1997년부터는 영국 PEN에서 활동하며 감옥, 소년원 등의 소외 계층을 찾아가 다양한 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4년, 옥스퍼드셔의 아동권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고,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주목할 만한 네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나는 솔러스』는 시본 도우드의 네 번째 소설로 2010년 비스토 북 명예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첫 소설 『스위프트 퓨어 크라이』는 2007년 밴포드 보어즈 상과 엘리스 딜론 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소설 『런던 아이 미스터리』는 2007년도 NASEN 특수 교육 요구 아동 도서상을 받았으며 2008년 올해의 비스토 북 상을 수상했다. 세 번째 작품인 『그래도 죽지 마』로 2009년 카네기 메달을 수상해, 사후에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첫 작가가 되었다. 이외에도 그녀가 기획한 『몬스터 콜스』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본 도우드는 2007년 8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시본 도우드 트러스트(www.siobhandowdtrust.com)’를 설립하여, 책 판매로부터 얻은 수익 전액을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동 및 청소년에게 책을 지원하는 데 쓸 것을 유언한다.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생각할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으면, 그 아이는 자유다.”
옮긴이 : 부희령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어떤 갠 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소설 쓰는 일과 외국의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고양이 소녀』, 『꽃』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새로운 엘리엇』, 『런던 아이 미스터리』, 『나는 솔러스』 등이 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