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질문은 당대의 문제의식에서 태어나는 것이고 또 그 안에서 해결책도 찾아지는 법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제목이 상당히 길고, 언뜻 보기에 ‘이게 도대체 뭐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로 이거야!”하고 무릎을 치게되는 두 가지 독해방식이 있다. 하나는 제목 중의 ‘비국교도’라는 표현에서 보다시피, 19세기 영국의 종교상황에 대한 비평서로 읽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과정 속에서 21세기 한국의 종교, 특히 기독교의 현실인식과 처신이 데자뷔(deja vu)로 떠오를 것이다.
평자가 이 책의 원고를 읽으며 이미 그런 경험을 했기에 분명히 얘기할 수 있다. 다른 하나의 독법은, 역시 이 책의 부제 가운데 ‘중간계급’ 또는 ‘자유개념’ 등의 표현이 시사하는 것처럼 과거 한때 영국의 정치와 정치의식에 내재된 반지성주의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런 대목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늘날 반성하지 않는 한국정치의 불임성과 엉킨 실타래를 풀 능력도 의지도 없는 천박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 그로부터의 출구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아, 어떻게 읽어도 관계 없으니, 1타2매라고 할까, 책 한 권 값으로 두 권을 읽은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특히 요즘 같이 앞뒤가 꽁꽁 막힌 (비)정치의 계절,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긴긴 밤에 일독 강추한다!
- 김창희 (전 프레시안 편집국장)
오늘날 지성을 거부하는 경건주의와 평등없는 자유주의를 외치는 그리스도인들이 한국사회의 주류는 아니지만 한국교회의 주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개인적 경건주의에 빠져 문화적 책임성을 가지지 못하는 그리스도인들, 성서를 기계적으로만 이해하는 그리스도인들, 극단적 자유주의에 빠져 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참여를 외치는 그리스도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또한 이 책은 19세기 영국사를 공부하려는 학생이나 크리스찬 지성에게도 유용하다. 매튜 아놀드의 사상, 19세기 영국사회의 계층, 16-7세기 청교도의 전통과 19세기 비국교도 전통의 비교 등 폭넓은 교양을 제공한다.
- 김중락 (경북대, 역사교육과 교수, 영국사)
이 책을 읽을 때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고민한 인문학적 접근은 이런 내용이 되겠구나!”라는 감탄이 나왔다. 매튜 아놀드를 분석하면서도 저자의 관심은 그의 사상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진단과 해법에 있다. 경건을 추구하지만 경건의 모양 밖에 없는 한국교회를 개혁하기 위한 평생의 고민 가운데 저자는 매튜 아놀드의 비판적 교양론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다. 한국교회의 상황은 종교와 사회가 분리된 19세기 영국과 놀라울 만큼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가 결핍된 채 성경만 많이 읽고 성경을 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한국교회가 경건을 강조하지만 비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고 속물적 기복신앙과 이기적인 개인주의, 자기중심적 구원주의에 빠져 있는 이유는 제대로 된 인문적 소양을 배제한 신학교육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교회의 맹목적인 신앙을 망치로 부수고 전통적인 지성적 경건을 회복하며 시대정신과 대화하는 성숙한 신앙관을 얻기 위한 해답이다. 한국교회의 개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필수 교양도서라 할 수 있다.
- 이민규 (교수, 한국성서대, 신약학)
작금의 혼돈은 지성과 교양의 문제이지 영성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정치인들이 만든 이념에 휩싸여 서로 물고 뜯고 있다. 그 안에는 하나님도 없고 신학도 없고 단지 자기 진영의 논리만 있다. 이 책은 종교의 진정성은 윤리적, 문화적 지성구조를 갖추는 것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19세기의 비평가 매튜 아놀드를 통해 분명하고 치밀하게 밝히고 있다. 목회자들의 필독서이다.
- 김도인 (목사, 아트설교연구원 대표)
개인의 자유는 보장받고 싶지만 남의 자유까지 보장하기 위해 내 자유를 양보하는 일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19세기 영국의 비국교도 중간계급의 ‘정신적 무정부상태’를 지켜본 인문주의자 매튜 아놀드는 인문교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다. 그는 인문교양을 사회적 자유 곧 평등의 문제를 밝히는 수단이라 생각했다. 오늘 한국의 주류 개신교 신앙인들의 모습도 여기서 멀지 않으니, 아놀드의 생각을 더 들어보고 싶다.
- 이강일 (IVF,복음주의 운동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