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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70쪽 | 170g | 130*190*10mm
ISBN13 9791190093064
ISBN10 1190093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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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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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찾아가 사흘이 지나도 끝내 부활하지 못한 육체들이 기어이 그들 키만 하지 않았을까 싶은 깊이에 안장되고 말던 순간을 되짚다 보면 그가 인간이었다는 면에서만큼은 나와 같았다는 것을 아주 약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봐서는 앞으로도 절대 기대해선 안 될 ‘인간의 위대한 삶’이란 게 정말로 실재했구나.
--- p.9

나의 신념은 나만의 굳은 의지로 자생한 게 아니다. 본래의 나란 건 있을 수도 없고, 찾을 수도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적절한 ‘타인의 취향’에 섞여 자신의 취향을 연기하듯 구사하고 산다.
--- p.29

인간은 희극보다 비극에 몰입이 쉽고, 그래서 나 또한 삶을 적이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척하면서도 내심은 비극에 매달려 살고 있었다. 비극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었다.
--- p.53p

자장은 확신 없이 살았고, 나는 그 모습에 쉽사리 이입되고 말았다. 그는 삶을 절대적인 비극으로 설정했다. 아직 의심을 거둘 수 없음, 어쩌면 죽는 날까지 확신할 수 없을지 모름.
--- p.55

시간, 인간의 시간에 휩쓸려 언젠가 노년에 이르게 된다면 사라질 나의 육체는 평균 수명의 확률에 달린 것이지 종교적 구원의 대상이 아니다. 죽는 순간 내가 맞이하게 될 건 엔젤이 아니라 나의 의식과 육체의 이별이다. 최후의 바이바이. 나라는 육체의 동일성을 상실하는 순간까지가 내게 관련된 문제다. 천국, 지옥, 환생, 그건 내 삶의 영역이 아니다.
--- p.75

허균은 형, 누나 허난설헌의 시를 모아 〈하곡집〉과 〈난설헌집〉을 엮는다. 〈난설헌집〉은 중국에서 먼저 출간되었고, 몇 년 뒤 일본에서도 출판되며, 삼국의 여성 문인 중 제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조선 문인의 작품 중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었다. 조선과 여자라는 조건에서 이룰 수 있는 건 사후의 영예가 전부였던 거다.
--- p.92

생의 목적은 그저 태어남이 전부 아니었을까. 사소한 것과 중대한 것을 구분하지 않고, 중대한 일과 사소한 일이 내 의도 밖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더라도 그게 기쁜 줄도 슬픈 줄도 모르는 나이가 되어 가면, 그건 내가 깨달은 것일까, 체념한 것일까. 태어난 것 말고 주어진 게 없었던 것 같았다. 이후 내 몸에 얹어진 것들 모두 내 의지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떠밀려 안게 된 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p.98

오랜 시간 무엇이 되고자 했으나 부득이 내가 되었고, 이제 다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내겐 숭고함 같은 게 없는 걸까? 더 절망하기 전에 쿠팡에 싸게 나온 누군가로 갈아입고 싶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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