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로봇 로키
파울은 얼마 전에 새로 이사 온 과학자 아저씨가 영 수상쩍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하루 종일 창문도 없는 작업실에 콕 틀어박혀 비밀 실험을 하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데다 툭하면 일어나는 정전이 아무래도 아저씨 때문인 듯해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파울에게 마침내 그날이 왔다! 허술하게 열려 있는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풍경에 김이 빠져 한숨을 내쉬는 순간, 마침내 비밀의 정체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형에 앙증맞은 몸집을 한 꼬맹이 로봇! 그런데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인공 지능이 탑재된 최첨단 로봇이라고?!
“피윱……, 아하!”
그 순간, 의문의 소리가 작업실에 울려 퍼졌다.
“디디디……, 딸꾹! 아볼로 매-매-매-매워-워-워-워……, 딸꾹! 배배……, 배고파! 피윱!”
칸막이 뒤에서 심하게 딸꾹질을 하며 말을 더듬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울은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서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갑자기 칸막이가 덜거덕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칸막이는 바닥을 쓸면서 파울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왔다.
“피윱! 딸꾹! 피윱.”
파울은 허둥거리며 복도로 뛰어나가다가, 작업실로 돌아오던 아담 아저씨와 부딪쳐 코를 세게 박았다. 아저씨를 만난 게 어찌나 기쁜지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결국 비밀이 들통나 버렸구나.”
(중략)
파울은 수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당황한 탓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더듬거리며 이렇게 물었다.
“이, 이게 대체 뭐예요? 아니, 누구예요?”
“미니 로봇이야.”
아저씨가 자랑스러운 듯이 꼬맹이 로봇을 소개했다.
“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스로 배우는 로봇’ 이야. 인공 지능이 탑재된 최첨단 로봇이지. 어제는 겨우 ‘아빠’ 라는 말만 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이렇게 걷기까지 하네!”
“아저씨가 왜 아빠예요?”
“음, 내가 이 미니 로봇을 발명했고, 또 얘가 본 최초의 사람이 바로 나니까…….”
“아……, 딸꾹! 아빠, 피윱.”
--- pp. 19-25
신메뉴 고양이 피자
로키의 존재는 파울의 잔잔하고 조금은 지루하던 일상을 180도로 뒤바꾸어 놓는다. 호기심을 강하게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된 로키가 좁은 집 안에서 더 이상 새로 배울 만한 것이 없자 수시로 바깥세상으로의 탈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거리 축제 행렬에 섞여 들어가 길을 잃는가 하면, 아담 아저씨의 허술한 감시를 피해 지나 누나의 배달통 속에 숨어들어 동네 피자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말썽꾸러기 로키를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로키가 없어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떠올려 보세요.”
파울이 뭔가를 잃어버릴 때마다 엄마가 늘 하는 말이었다.
“그게 도움이 될까?”
아저씨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기억을 더듬더듬 되짚었다.
“일단 점심때 충전을 하려고 로키를 여기 탁자 위에 앉혔어. 로키는 충전하는 내내 꾸벅꾸벅 졸았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아주 생기발랄했고.”
“그러니까 당연히 밖으로 나가려고 했겠죠!”
“아니, 왜?”
아담 아저씨는 아이들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파울이 찬찬히 설명했다.
“배도 부르고 잠도 푹 잤으니까요! 게다가 어제 이후로 바깥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고요. 제가 로키였다면 지루해서 온몸이 배배 꼬였을 거예요!”
“으음, 그럴듯하구나.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여기에서 나갔을까?”
아저씨가 코를 훌쩍이며 되레 파울에게 물었다.
(중략)
파울은 깨끗한 행주를 들고 로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았다. 로키는 파울이 뭘 하는지 보려고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이따금 둘의 눈길이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파울은 아주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사이에 아담 아저씨는 로키의 다리를 들어 올려서 무릎의 관절을 닦기 시작했다.
“마치 아기를 돌보는 것 같아요.”
파울의 말에 아담 아저씨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셈이지. 하지만 로키는 이제 아기가 아니야. 이런 속도로 성장한다면 이제 곧 너랑 같이 학교에 갈 수 있을지도 몰라.”
파울은 정말로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p. 60-70
로키가 유튜브 스타?!
평화로운 나날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로키를 노리는 수상쩍은 악당들이 자꾸만 기웃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로키가 언제 집 밖으로 뛰쳐나갈지 몰랐기에, 파울은 어른들을 설득해 변장한 로키와 함께 동물원 구경을 간다. 악당들을 재기 넘치게 따돌린 뒤 동물원을 열공(?)하며 로키피디아를 착실하게 채운 로키와 파울은 약간의 소동으로 유명세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무사히 집으로 가는 지하철역에 도착한다. 하지만 로키가 가족을 잃은 늑대의 울음소리를 따라가는 바람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고 마는데…….
“그 순간, 가짜 배관공들이 파울의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로키의 팔을 한 쪽씩 붙잡은 채 어딘가로 끌고 가려 했다.
“거기 서요! 그러지 마세요!”
파울은 재빨리 로키에게 가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로키, 조심해!”
파울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하도 당황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크아아앙!”
갑자기 뼛속까지 떨릴 정도로 우렁찬 사자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등 뒤에 서 있는 듯 가깝게 들렸다.
“크아아앙! 크으으아아아아앙!”
“으악! 이게 무슨 소리야?”
“사람 살려!”
관람객들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뿔뿔이 흩어졌다. 가짜 배관공들도 로키의 팔을 잽싸게 놓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도망칠 곳을 찾기 바빴다.
“크으으아아아아앙! 크아아앙!”
파울은 공포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떠는 로키에게로 달려갔다. 로키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배를 꾹 누르는 걸 보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듯했다. 아까 로키피디아에 녹음해 두었던 사자 울음소리를 켠 것이었다.
--- pp. 106-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