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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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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54g | 145*210*22mm
ISBN13 9791163160878
ISBN10 1163160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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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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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예배당 문은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거기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모두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아니다. 그들은 그저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히고 있을 뿐이었다. 예배당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젖힌 채 모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입을 한껏 벌리고 있었다. 거품을 물고서. 누군가는 손을 축 늘어뜨렸고 누군가는 가슴 근처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동작 그대로 딱 멈췄다. 얼음 땡 놀이를 할 때처럼. 그중에는 소년의 부모도 있었다. 고개가 홱 꺾여 마치 소년의 고장난 로봇 장난감처럼 보였다. 머리가 덜렁거려 끝내 버려야 했던 로봇.
“엄마…… 아빠…….”
소년이 부모님을 향해 홀린 듯 몇 발을 내딛었을 때 천장에서 무언가가 훅 떨어졌다.
“악!”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고개를 든 소년의 눈에 대롱대롱 매달린 한 쌍의 다리가 들어왔다. 맨발이었다. 발톱이 길게 자라 있었다. 그 맨발을 타고 싯누런 액체가 흘러내렸다.
“으으…….”
너무 놀란 소년은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 p.15

단순히 난방이 안 돼 추운 것과는 달랐다. 차갑고 섬뜩한 기운이 선우의 목덜미를 훑었고 보이지 않는 뭔가가 심장 안으로 쑥 들어와 사정없이 틀어쥐는 것 같았다. 저절로 턱이 떨리며 이가 딱딱 마주쳤다.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운동화 바닥을 뚫고 한기가 올라왔다.
“선우야, 빨리 문 열어줘.”
동수의 말이 들리기는 했지만 멀리, 아주 저 멀리, 아예 다른 차원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 선우는 철저히 혼자였다. 선우는 디지털 벽시계의 빨간색 숫자가 00:00에서 멈춰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냉장고가 돌아가는 웅웅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멈춰 있는 TV였다. 꺼진 게 아니라 그야말로 멈춰 있었다. 예능의 한 장면이 TV 화면에 싸구려 그림처럼 고정된 채 걸려 있었다. 이곳에는 시간 자체가 아예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선우야!”
다시 동수 목소리가 들렸지만 선우는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 p.123

“넌 예전에 죽었어야 해. 괴물 같은 새끼. 가족들 앞서 보내고 혼자 살아나온 악귀 같은 놈!”
할머니가 얼마 남지도 않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저주를 쏟아낼 때 선우는 떨고만 있었다. 칼을 막고 있던 손에도 힘이 빠졌다. 이대로…… 이대로 그냥 찔려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펐다. 정말로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할머니, 할머니 마음대로 해.”
선우는 결국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그 순간 할머니가 입이 찢어질 듯 큼지막한 미소를 짓는 것과 동시에 한 마디를 물었다.
“너 이 새끼 이름이 뭐야?”
“이름?”
기시감이 들었다. 춘식이 일전에 했던 말은 물론이고 바로 어제 호수에서 겪었던 그 일이 퍼뜩 떠올랐다. 이름을 알려주는 건 자기 몸에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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