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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빠! 여기는 지구

안녕, 아빠! 여기는 지구

마음이 자라는 나무-03이동
리뷰 총점9.5 리뷰 13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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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51쪽 | 314g | 140*205*12mm
ISBN13 9791156752622
ISBN10 115675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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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소행성은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명왕성부터 해왕성, 천왕성을 차례차례 지나쳤다. 그다음에는 토성과 목성 사이를……. 그런데 목성과 아주 가깝게 지나쳐 갔다. 그 바람에 목성이 소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휘청댔고, 태양계의 다른 별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았다.
이때 크기가 작은 수성이 우주의 힘겨루기에서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었다. 수성은 태양과 목성이 끌어당기는 힘을 견디지 못해 먼 우주로 튕겨 나갔다. 그때 금성을 궤도에서 조금 밀어냈다. 뒤이어 금성이 지구를, 지구가 화성을 끌어당겼다. 그 후에 지구는 빙글빙글 돌며 태양과 점점 가까워졌다. 이대로 가다간 만 년쯤 후에 지구는 지글지글 달궈진 꼬치구이 신세가 될 거라나.
이 사건은 벌써 오래전에,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기 아홉 달 전에 벌어졌다.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안다. 기온이 무섭게 치솟아 들판은 금방 황무지로 바뀌었고, 북극의 빙하는 12월에도 계속 녹아내렸다. 먼저 남극의 빙하가 반쯤 녹자 전 세계의 해수면이 3미터쯤 높아졌다. 화성 이주 정책 본부에서는 첫 해에만 지구 생명체의 49퍼센트 정도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죽음을 맞았다고 추산했다.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뉴스가 화면을 꽉 채웠다. 그러자 강당에 모인 학생들이 불편한 듯 의자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바다에 잠기거나 사막이 되어 버린 도시, 물 부족 현상, 중서부 지역의 장마와 6단계 토네이도……. 이제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일들인데, 저 때만 해도 앵커들이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하는 티가 팍팍 났다.
--- pp.28~29

“몰라. 그냥 도망치고 싶어서?”
그래, 방송국에서 자꾸 죽은 엄마 사진을 내보내는데 누가 도망치고 싶지 않을까?
“너희 엄마 일은 정말 안됐어. 힘내.”
아스트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리플리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하네.”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래도 너희 엄마는 멋진 분이었어.”
“흥, 지구에 있을 때는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아스트라 대답에 깜짝 놀랐다. 엄마 아빠가 화성 이주 정책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못마땅해하는 아이가 있다니!
“그럼 넌 엄마가 화성에 가는 게 싫었어?”
“엄마가 핵폭발의 힘으로 날아가는 깡통을 타고 머나먼 별에 가는 게 좋았냐고? 당연히 싫었지.”
“그래도 중요한 임무를 위해서였잖아.”
“그래그래, 너희 아빠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소행성에 부딪혀서 짓이겨지면 네 기분이 어떨지 두고 보자.”
나는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갑자기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아스트라가 눈을 떨구더니, 과자를 한 움큼 손에 쥐어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미안. 내 말은 무시해. 그래, 난 영웅의 딸이야.”
--- pp.48~49

“그러니까 아빠 말은, 어쨌든 한동안 연락하기 어려울 거란 뜻이야. 이제 끊어야겠구나. 이유는 묻지 말아 주겠니? 지금은 설명할 수가 없어. 언제 또 연락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제임슨, 아빠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것만은 꼭 알아주면 좋겠어. 올림퍼스 몬스 화산의 높이보다, 우주의 넓이보다 훨씬 더 사랑해. 우리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네 아빠고, 넌 내 아들이란 걸 영원히 잊지 마.”
아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깍지 낀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임슨, 안녕! 여기는 화성.”
이게 무슨 뜻일까? 아빠는 왜 굳이 대장님까지 끌어들여 얘기를 지어내려 했을까?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 pp.95~96

길을 걸으며 보는 풍경은 차를 타고 무심히 지나치던 것과 사뭇 달라 몹시 놀라웠다. 모든 게 다 타 죽은 듯한 대지 같았다. 땅이 얼마나 메말랐는지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모래 언덕은 아무리 둘러봐도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 핀 세이지도 바싹 말라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무엇보다 햇빛이 너무도 뜨거웠다. 태양 옷을 입었는데도 그랬다. 바람이 쉬지 않고 부는데 리플리 기지 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태양빛이 뜨거웠다. 기지 안에서도 야외의 식물은 거의 다 말라 죽은 상태였지만, 건물이 어느 정도 햇빛을 가려 줘서 사람이 일상 생활을 하는 게 가능했다. 이 사막에서는 가느다란 세이지 줄기가 드리운 그림자 말고는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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