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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걷는사람 시인선-02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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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59쪽 | 198g | 125*200*11mm
ISBN13 9791189128692
ISBN10 118912869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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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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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를 기다린다
자신을 반품하는 방식으로
자기를 써서 누군가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택배 기사들은 파업 중이고 택배는 오지 않는다
일생을 무엇과 파업 중이지만
나는 나를 매일 어디로 보냈고 어딘가에서 반송된 나를 다시 받았다
이 지루한 핑퐁의 방식
종말은 벌써 지나갔는지도 몰라
죽어서도 천 년을 산다는 고사목이 있듯이 지금과 이후는
종말의 진자운동 중
그나마 불행의 마찰이 있으니 살아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 중에서

구름은
무엇이 한 켜만 보태져도 무너진다
오늘은 한기가 한 켜 보태져서
흰 눈이 퍼부었다
내일은 누군가의 기도가 한 켜
다음 내일에는 흔해 빠진 한숨이 한 켜
또 다른 내일에는 내일의 이복동생이 한 켜
보편적 세계도 한 켜
--- 「얼룩말 같은 밤」 중에서

어느 저녁에는
싱크대 물소리를 듣다가 오열한 적이 있다
또 어느 가을에는 연애편지를 나무 밑에 묻으려고 산에 갔다가
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와 오래 얘기하다가 내려온 기억도 있다

누가 나를 나쁘게 하지 않아도
나는 알아서 나빠졌다
나쁜 것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변성기가 지나고 얼마 있으면 노안이 오고
노안으로부터 틀니가 멀지 않듯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나빠지는 것은 내 인생의 목록
적당한 순번에
이미 기록되어 있었기에

변성기에서 이명은 멀지 않았다
울음으로 시작해 비명으로 끝나는 여정도 멀지 않다
--- 「소리라는 음식」 중에서

당신을 완전히 이해하면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기에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낮과 밤을 설명해야 하고
너무 쉽고 너무 뻔해서 일부러 길을 우회하는 행로를 설명해야 한다
(중략)

설명의 의미를 눈치챘다 해도 우리는 멈출 수 없지
기도해서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루한 기도를 멈추지 않듯이
(중략)

어디까지 설명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문득 노안이 와서 당신이 아득하게 보일 때도 내가 당신을
어디까지 설명하다가 말았는지 기억나지 않았어
--- 「당신을 설명하다」 중에서

나는 최후에 개명할 것이다
개명할 이름은 고인
나와 비슷한 시기에 최후가 온 이들도 모두 개명을 하겠지
우스울 거야
모두 같은 이름이 되었으니
고인, 하고 부르면 수백 명이 동시에 쳐다볼 수도 있겠지
그 난감한 상황에서도 서로 통성명을 할 거야
저는 고인이라고 합니다 댁은?
아, 댁도 고인이시군요 저분도 고인이라고 하던데
이것 참 대략난감이올시다
개명한 이후에도 예전의 이름이 기억날까
그 이름으로 살았던 낮과 밤 혹은 그 이름을 걸고 내기를 했던 일들
고인이 되어서도 울 수 있을까
운다면 눈물은 어디서 흐를까
눈도 없이 울 텐데
--- 「고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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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는 일상의 반응을 몸의 감각으로 일구는 시인이다. 그의 미적 반응은 자신을 존재하게 한 뼈의 감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엑스레이를 찍으며 내가 풍화된다면 흰 뼈만 남을 것이라는 상상력이나 “내 뼈의 배열은 어떤 현실이 될까”(「딱딱하고 완고한 뼈」)라고 자문하는 것은 뼈의 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실례가 된다. 심지어는 그리움의 대상까지도 뼈의 감각에 의존한다. 쇄골뼈가 시린 당신과 당신의 쇄골뼈에 잠긴 화자의 정서가 처연하면서도 반짝거린다. 뼈는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유일한 감각이다. 뼈는 죽어서도 자신의 구조를 증거하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결국 “아름다운 것 하나 만져보는 일에 전부 탕진한”(「졸다가 쳐다본 창문」) 시간을 다행이라고 여기는 존재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시인은 그 어떤 투쟁과 독기도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경험의 말을 잔잔하면서도 유쾌한 보폭으로 전해준다. 생활을 시적인 순간으로 담아낼 줄 안다. 택배를 기다리고, 해변을 산책하고, 고기로 저녁을 먹고, 중력을 이탈하는 산책자로서 시의 시간을 공유한다. 시적 화자는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한 이력서”(「당신을 설명하다」)를 생활의 무게로 견딘다. 이러한 삶 속에서 당신을 그리워하고 얘기하는 시간은 시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슬픈 주소를 가진 당신을 만나고, 냄새로 당신을 기억하고, 슬픔을 저녁 빛에 녹이는 상상력은 몸에도 국경이 있다고 믿는 마음에서 나온다. 시인은 태어나는 순간 무덤으로 완성되는 글자의 운명을 시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종이의 재질은 고요”(「고요의 반경」)라는 구절에서 보듯, 쓰는 자의 운명과 언어를 매만지는 시인의 자의식이 충만하다. 어떤 언어에 시인은 힘을 얻을까. “식물은 한 계절이 평생”이지만, 시인은 “평생을 한 계절에 압축”(「질문」)하려는 자가 아니던가. 평생을 시로 견디겠다는 시인의 질문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마음에 오래 남는다.
- 이재훈 (시인)
- 이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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