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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자의 기쁨

걷는 자의 기쁨

: 자유여행자 박성기의 아름다운 우리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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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658g | 142*210*30mm
ISBN13 9791188434299
ISBN10 118843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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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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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동백은 짙고 붉은 꽃잎을 흩뜨렸다. 미황사는 두륜산 대흥사의 말사로 신라 경덕왕 의조義照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대웅전 지붕을 넘어 펼쳐진 달마산의 솟아 있는 암봉들이 마치 부처님의 현신 같다. 미황사는 땅끝마을 토말리에 있다. 길이 끝나는 지점은 마지막이지만 다시 출발하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 길을 기약해본다.
---「‘사십 리’ 걸음걸음마다 봄볕 구도의 길이」중에서

어느 시인은 동백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 백제가 느닷없이 멸망하듯 후두둑 떨어져 버린다고 했다. 툭툭 떨어진 붉은 꽃몽우리는 하나씩 내 가슴에 와 박혔다. 아주 진하고 붉게 박혔다. 사방으로 꽃을 내보낸 동백나무는 여전히 짙푸르고, 꽃을 가득 품고 있다. 그렇게 한 달을 가까이 피고지고 하는 동백이다.
---「선운사 동백에 취하다」중에서

덕산기란 이름의 유래는 옛날에 덕산德山이라는 도사가 이곳에 터基를 잡았다고 해서 덕산기가 되었다는 전설과 원래 큰 산이 많은 터라 해서 덕산 터라 부르던 것이 바뀌어 덕산기德山基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에 뛰어든다. 목까지 차는 계곡물에 몸을 담그자 온몸이 짜릿하다. 주변의 일행도 다투어 물에 뛰어든다. 여름 계곡 트레킹의 묘미는 물속을 거닐고 이렇게 물놀이를 하는 것이다. 물장구도 치고 물을 뿌려대며 맑은 하늘과 층층이 펼쳐진 뼝대를 누리며 세상의 시간을 잊어버렸다.
---「끝없이 펼쳐진 덕산기 비경 속으로」중에서

새이령을 지나면서부터 마장터馬場垈다. 마장터는 고성과 양양, 지금의 속초, 인제 사람들이 물목을 교류하던 장터다. 고성과 양양 사람들은 소금과 고등어, 이면수어, 미역 등을 지게로 날라 왔다. 내륙지역인 인제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산물이다. 반대로 인제 사람들은 감자와 콩, 팥 등 곡물을 날랐다. 마장터는 수산물과 농산물이 오가던 길인 셈이다.
---「힘겨운 삶 쉬어 넘던 보부상의 숲길을 따라서」중에서

넘실대는 파도, 수많은 사람들, 손잡고 해변을 걷는 연인들….봉포는 멋진 바다다. 천진 해변은 물이 맑았다. 모래 둔덕 위에서 바람 부는 바다를 바라본다. 거친 파도는 앞 파도를 밀고 짓쳐들어온다. 쫓겨온 파도는 흩뿌리며 해변에 잔뜩 모래를 토해낸다.
---「‘마음의 방랑’ 선물하는 바다를 그리워하던 시간들」중에서

요즘에야 “금강 소나무 길”이라고도 부르지만 옛 보부상의 숨결이 남아 있는 “십이령길”이 한결 애틋하다. 울진, 죽변, 흥부장 등에서 산 소금과 어물, 미역 등을 바지게 가득 지고 십이령을 넘어 내성장봉화, 춘양장, 소천장에 해산물을 풀고는 필요한 양곡, 포목 등을 가득 지고 다시 되돌아오는 길이다.
---「보부상의 숨결로 가득한 숨겨진 열두 고개」중에서

성을 쌓기 시작한 시始와 쌓기를 마쳤다는 표시의 종終의 표석이 연달아 이어져 있다. 각 군현의 이름들이 보인다. 성벽에 새겨진 각자刻字로 보아 인근 고부, 김제, 영광, 정읍, 제주 등 19개 군현이 성 쌓기에 동원되었다. 백성의 고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호남 내륙을 지켜내는 요충지로서 많은 전란을 견디면서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어 마음이 흐뭇해진다.
---「호남 내륙의 길목, 고창읍성과 전불길」중에서

길을 걷다 보면 치열한 삶을 살아왔던 광부들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만난다. 누구의 아버지였고, 형님이었던 이들이 걸어야 했던 힘든 고통의 길이고, 삶의 길이었다. 또한 가득 채워진 탄차가 1200m가 넘는 천 길 낭떠러지를 옆에 두고 아슬아슬 지나갔던 아리랑고개 길이었다.
---「한국의 차마고도를 찾아서」중에서

눈을 압도하는 거대 절벽과 쏟아지는 폭포수는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그림 속 3단 폭포 중 맨 위쪽에 있는 연산폭포에 오르니 수많은 묵객들이 폭포의 위용에 감탄하여 주변 바위에다 이름과 시편을 새겨놓았다. 암벽에 ‘갑인추정선甲寅秋鄭敾’를 새겨 지금도 정선의 자취를 느끼게 한다.
---「내연산, ‘계절의 생’을 갈무리하는 진경산수화의 절창」중에서

귀한 용담은 수풀 사이로 ‘나 여~어요’ 하며 고개를 한껏 쳐들고 입을 벌리고 ‘멀리서 오셨군요’ 하고 속삭인다. 수풀만 우거져 보이던 곰배령의 야생화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군데군데 용담과 풍로초, 노란색 마타리도 눈에 띈다. 고개를 들어 곰배령을 한 바퀴 돌아본다. 동쪽에는 설악산 대청봉과 중청 소청이 나란히 서 있다. 북쪽을 바라보니 점봉산과 작은 점봉산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있다.
---「가을빛 절정으로 치닫는 천상의 화원」중에서

태곳적부터 바람은 이렇게 모래를 실어 날랐다. 온 세상이 얼어붙었던 빙하기를 지나면서 바람은 모래를 안고 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간 동안 바다와 육지 사이에 거대한 중간지대 모래언덕을 만들었다. 기껏 백년의 세월도 못 사는 인간의 시간으로는 세월을 가늠할 수가 없을 오랜 동안 이렇게 만들어진 곳이 바로 신두리 해안사구다.
---「아름다운 무뉘로 남은 바다의 전설」중에서

낙화담洛花潭이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꽃이 떨어진 못일까. 오늘 걷는 소리길 중 가장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가야천 물과 협곡이 함께 빚어낸 최고의 절경이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도 바위를 뚫는다. 장구한 세월 저리 내리치는 물줄기가 깊은 협곡과 연못을 만들었을 것이다. 못 위로 표표히 떨어진 단풍잎이 울긋불긋하다.
---「가야산, 내가 단풍이 되다」중에서

산을 타고 넘어온 바람에 수십 기가 넘는 풍차가 도는 풍경은 푸른 하늘을 배경삼아 장관을 연출했다. 대관령의 매서운 추위는 성난 것처럼 뾰족이 고추선 역고드름을 만들었다. 능선 길 내내 발에 밟히며, 우두둑 산산이 부서졌다.
---「눈꽃길에 새겨진 바람의 무늬」중에서

길에 듬성듬성 보이는 자작나무가 햇볕에 하얀 몸을 드러내며 객을 반긴다. 아직 본격적인 자작나무 숲이 아닌데 몸은 벌써 앞을 달린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은 벌써 자작나무 숲으로 달려가며 괜히 발걸음이 빨라진다. 계속 오르막이라 옷 속은 벌써 땀으로 찬다. 허물 벗듯 하나씩 윗옷을 벗으니 몸이 단출해진다. 몇 개의 작은 전망대와 나무의자가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잡아당긴다.
---「우리 모두 자작나무다」중에서

빼어난 미모와 입심을 가진 주모 전산옥의 구성진 정선아리랑 한 곡조를 듣고는 떼꾼들은 쌓였던 노고를 노래 가락에 묻혀 흘려보내고는 다시 몸을 일으켜 뗏목을 저었을 게다. 뗏목을 저으며 한 가정의 경제를 지탱하느라 지쳐 있던 떼꾼들에게 이곳 전산옥의 정선아리랑은 ‘삶의 위로’ 그 자체였을 게다.
---「세상 시름 잊고 한나절 쉬어가는 곳」중에서

살아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朱木은 함백산을 넘으면서부터 가득하다. 살아서 웅장한 태를 보였던 주목은 고목이 되어도 단단한 천년의 모습으로 반긴다. 고목이 되어 비틀어지고 속이 텅 비었어도 도도한 천년의 시간을 같이 했을 엄청난 광경에 가슴이 메여온다. 아주 먼 옛적 어느 순간 같은 나무를 똑같은 감정으로 선인은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갖가지 모양으로 세월을 버틴 주목에 경의를 표한다.
---「눈꽃 핀 함백산, 천년의 시간을 만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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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은 길 위에 서 있다는 말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 언뜻 보기엔 그 흔한 인간에 지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름 삶 존재의 역사가 있고 훗날, 크든 작든 자신의 역사를 남긴다. 스쳐 가는 바람을 맞으면서 걷는 길에도 역시 수많은 역사의 땀방울이 적셔져 있다. 모르면 영원히 모르는 것…. 기왕에 걷는 길에 앞서 걸어간 그들(위대하든 평범하든)의 역사를 알고 함께 걷는다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길을 직접 걷고, 사진으로 담고, 오랜 시간 먼지로 덮였던 그 길의 역사를 찾아 책으로 엮은 박성기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 강석우 (배우)
박성기 벗이여. 그대의 글이 문장으로, 사진으로, 상재된다고 하니, 축하와 함께 걸으면서 터득한 고독과 기쁨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 오석륜 (인덕대학교 교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나 비바람 몰아치는 거친 날이나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박대장과 함께 걸었던 그 날 그 날이 모두 화양연화가 되었다.
- 서용원 (ISI 대표)
산길과 숲길, 바닷길을 더듬어 구석구석마다 그가 캐내어 우리에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연의 오색길은 영혼의 구도길처럼 가슴 떨리는 여정이었다.
- 김종수 (자유여행가)
박대장과 함께한 길에선 모든 게 오래전부터 간직해 온 전래동화의 한 대목처럼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내 마음속으로 스며들어왔다.
- 이혜경 (교사)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내 실존의 기쁨, 행복한 느낌에 충만하며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 이원화 (해나심리삼담연구소 소장)
인적이 드문 숲길, 바닷길, 섬길, 강길이 티 없이 맑다. 코끝에 스치는 자연의 싱그러운 향을 맡으며 걷다보면, 나도 어느새 초록빛으로 물들어간다.
- 김초원 (영어콘텐츠 개발자)
박대장과 함께 걸은 달마고도, 은비령, 자작나무숲, 함백산은 그대로 내 영혼의 소울로드였다.
- 박경희 (교사)
“We will be happy.”
부족한 것은 채우고 남는 것은 두고 오려고 시작한 산행이었다. 산과 강을 만났고 비와 눈을 만났다. 그리고 친구를 만났다. 기쁨이 거기에 있었다.
- 이승재 (KB손해보험 전무)
걸으면서 내 몸을 훑고 가는 바람 사이로 ‘사각사각’ 솔잎이 내게 속삭인다. 차분히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어디선가 내면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오형창 ((주)폴리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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