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스타일리스트가 된다면, 역사적인 인물인 무희 최승희 씨와 이순신 장군을 콘셉트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일링을 하고싶다. 전세계에 한국의 근대 무용의 시초를 연 무용수이자,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렸다는 점에서 국제 미인대회와 공통점이 있는 그녀의 춤은 자신만의 개성있는 독창적 안무로 다양한 스타일의 춤을 선보이고, 특히 보살춤은 종교적 색이 강한 이름이지만...(중략) 우선, 이순신 장군모자와 철갑옷은 그대로 표현하되 웅장한 느낌을 주고 안에는 원피스 느낌의 한복으로 된 수용복을 입어 다리 각선미가 드러나게 하고 칼을 소지해 여장부 느낌을 준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에는 달리기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난 달리기까지는 아니지만 걷기운동을 한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태워 줄 뿐만 아니라, (중략)특히, 야외에서 하는 걷기운동은 초저녁의 노을, 노인들이 손주와 함께 어울리는 풍경,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그 나이대 학생들의 수다, 바람에 살랑 사랑 흔들리는 민들레, 마트에서 대파와 식재료를 가득 구매하신 장바구니를 든 중년 아주머니, 강아지와 함게 산책 나온 신혼부부, 리어카에서 사과를 파는 아저씨의 확성기 소리를 듣는 것은 걷기운동과 더불어 평범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버지의 폭력에 못이긴 한 여자 대학생은 몇차례 경찰에 신고하지만 그때 뿐 폭력은 멈추지 않아 몸과 마음은크게 멍들어 있다. 접근금지 신청이나 경찰에 신고해 경고하는 것도 아버지의 타고난 성향을 바꾸지 못했다. 그녀는 고심끝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150만원 가량의 돈으로 동네 성인 오락실을 운영하는 조직폭력배에게 부탁해 자신의 사정을 설명한다.
#도시적인 감각과 세련된 필체가 인상적인 신윤복의 그림들은 당시 천한 신분인 기생과 양반 귀족들의 위선과 향락에 빠진 사람들을 그려냄으로써 파격적인 행보를 걸었다. 이 자작시를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있다.
월하미인아 나를 유혹하지 말아다오
네가 노는 여자라 할지언정 내 마음은 색(色)에 빠진 나쁜 남자이자,
너와의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떳떳하지 못한약골일 뿐이야
한 마리의 학같은 화려한 춤사위, 신명나는 장구소리, 웅장한 기와집의 추녀처럼 봉긋 솟아오른 버선코
김홍도의 풍속화에 나올법한 배경 무대 속 너는
느슨한 하품을 할 수없을 만큼 한 송이의 흐트러짐 없는 꽃같았다
#중학교 2학년때, 우리반에 전학을 온 민경이란 친구가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 어린 나이에 눈썹을 아이브로우 펜슬로 그리고 온 것이었다. 첫인상은 무척 쎈 여자였지만 알고보면 정도 많고 착한 아이였다. 위트와 재치도 있어서 수업시간에 항상 함게 선생님대신 우리를 웃겨주곤 했다. 하지만 어느날, 담임선생님께 청소를 하지 않아 무척 혼나는 일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 께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너 처음 전학온날, 눈썹그리고 왔지! 네가 학생이야!"하면서 화를 내셨다. 그때 여린 내가 느낀 감정은 그친구가 첫인상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었다. .(중략)또 다른 예로 부정성 효과(인상 형성 과정에서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더 지배를 받는 현상)이 생각났다. 인기 절정의 톱스타가 마약이나 성추문 같은 사건 사고에 휘말리게 되면서 대중이 금방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중학교 2학년때 전학온 민경이의 경우도 부정성 효과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며칠전 우연히 우리 집 근처의 대학교 앞에 갔다가 편백나무로 책상을 제작하고 커피숍과 같은 분위기의 슬로건을 내건 독서실 홍보 팸플릿을 보았다. 그곳은 독서실 이라기 보다도 유명 브랜드 커피 전문점 같았다. 중, 고등학생, 대학생은 물론 고시 공부 하는 학생들까지 붐비는 그곳은 인테리어와 조명이 꽤나 럭셔리해 '공부는 어두운 곳에서 외롭게 하는' 편견을 깨주었다. 과정에서 행복하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잠시 커피 한잔 마시러 가는 즐거운 기분으로 공부를 한다면 구태여 자신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무거운 목표에 짓눌린 젊은이의 자화상을 더이상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난 그 독서실 사장님께 상을 주고 싶다.
#나는 특이하게 아이 섀도우를 미술용 붓으로 그린다. 가격도 저렴한 장점도 있지만 굵기가 다양해서 정교한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린 장미, 누드 브라운, 보라색 아이 섀도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특별한 날에는 어김없이 미술용 붓으로 그려주곤 한다. 누드 브라운 음영 메이크업의 경우에는 진한 브라운 3, 중간 베이지 2, 옆은 베이지 1이라는 숫자를 매겨 3-2-1이나 3-1-2순서로 기분에 따라 메이크업 하기도 한다. 스케치북에 여성의 눈을 그려놓고 아이 섀도우를 색칠해서 어떻게 해야 강약 중간약의 농도를 주면서 오묘하고 섹시한 메이크업이 될까 연구하는 것도 꽤나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학창시절, 나는 만화책 매니아였다. 특히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은 그 당시 나이에 크게 느껴지는 시험이 있을때 시험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이미라 작가의 '은비가 내리는 나라'만화책과 함께 먹는 꿀에 절인 군밤은 지금으로 치면 명품 가방보다 더 가치가 큰 나만의 소박한 세상이었다. 특히 나는 공상의 도깨비를 주제로 한 소재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린 마음에 뿔이 달린 날개가 달린 말을 변형시킨 괴물 유니콘을 형상화한 채소 아스파라거스의 이름을 조금 변형시킨 '아스파라고스'는 내가 쪽지시험을 볼 때난 갖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소원을 이루어 주는 마음속 도깨비였다. 주문 '얄리사바 또깔라미 야룰라이'를 소리친 후 마음속에 그려내는 형상, 즉 나만의 샤머니즘. 지금 생각해보면 귀여운 장난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소원을 이루고 싶은 나의 마음은 꽤나 절박했었나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