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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원님은 어떻게 다스렸을까

조선시대 원님은 어떻게 다스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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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66g | 152*225*20mm
ISBN13 9791186351284
ISBN10 118635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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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읍성은 1510년 경상도에서 삼포왜란이 터졌을 때 처음 쌓았고 1555년 전라도에서 을묘왜변이 일어나자 고쳐 쌓았다. 오횡묵이 함안군수를 지낸 때는 이로부터 330년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읍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889년 4월 21일 부임 행로에 읍성이 나온다. “(무진정 방향에서 오면) 지과정 오른편서쪽이 읍성이다. 북문은 오래 전에 무너졌고 지과정 남쪽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동문은 절반쯤 가운데 우뚝 섰는데 파동루(巴東樓)라는 현판이 달렸다. 성 위에 남녀가 빽빽하게 서서 구경하는데 사람성(人城)이라 할 만하였다. 남문 밖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곡성(曲城)으로 들어가니 파남루(巴南樓)현판이 걸렸다.”
--- p.30

합안읍성에서 산지는 상당한 정도로 원래 모습이 유지되고 있었다. 경관을 조금만 정비하고 관리하면 훌륭한 생태역사탐방자원으로 새로 태어날 것 같았다. 성벽과 해자 안팎을 무성하게 뒤덮은 수풀과 흙더미를 일단 걷어내는 것이다. 성산산성은 이미 그렇게 되어 있다. 석축도 느낌이 있었지만 마른해자가 특히 색달랐다. 아무 데서나 쉽게 볼 수 없는 유적이기 때문이겠지만 그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이 왠지 좋았다. 성벽과 마른해자의 나란한 동행과 조화로움도 은근히 감흥을 일으켰다. 최헌섭 원장은 “지금 성벽은 100년 넘는 세월을 지나면서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수풀과 흙더미를 제거해도 무너지지 않는다”며 “이렇게만 정리해도 곧바로 130년 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리가 1킬로미터 안팎으로 적당하고 가파른 비탈도 없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산길이다. 조금만 손질을 하면 느낌도 산뜻하고 역사유적도 누릴 수 있는 산책로 하나가 새로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 p.50~51

정월대보름에는 다른 세시풍속도 있었다. 으뜸은 예나 이제나 달맞이였다. “달맞이영월지유(迎月之遊)는 없는 마을이 없다. 계수나무 그림자(계영桂影)가 동쪽에서 나오자 늙은 농부들이 서로 축하하며 모두 금년에는 반드시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한다.”(1890. 1. 15) “조금 뒤에 얼음처럼 맑고 차가운 달이 올라왔다. 계수나무 그림자가 원만하면서 짙은 황색이었다. 모두들 ‘근년에 정월대보름 달을 처음 보았으니 마땅히 제일 좋은 징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한 해 전 정원대보름은 날이 흐렸었다. 그래서 달맞이를 할 수 없었다. 액을 쫓고 복을 부른다는 명목으로 정월대보름 전후에 집집마다 다니면서 풍물을 놀고 금품을 받는 일은 요즘에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마을 단위 모임이 주체인데 이렇게 모은 금품은 대개 공동 경비로 사용된다.
--- p.73~74

초파일 불놀이에서 등불이 먼저일까, 불꽃이 먼저일까? 그야 두말할 것도 없이 종교행사로 시작되었으니 등불이 먼저다. 그러면 불꽃은 왜 생겨났을까? 등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서인지 아무래도 좀 밋밋하다. 사람은 무엇인가에 익숙해지면 색다르고 멋진 다른 것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등불을 뛰어넘는 재미거리로 생겨난 불꽃이 이번에는 거리를 벗어나 산으로 올라가 고도를 높임으로써 또다른 차원으로 나아갔다. 오횡묵이 적은대로 나뭇가지와 바위절벽에 내걸려 바람이 부는 데 따라 흔들리며 빛났던 것이다. 지금 되살려 시도해보아도 좋을 새로운 경관의 창출이라 할 수 있겠다.
--- p.127

오횡묵보다 300년 가량 앞선 시기에 함안에서 군수를 지낸 한강 정구(寒岡 鄭逑 1543~1620)라는 인물이 있다. 남명 조식과 퇴계 이황 모두에게서 배웠고 따로 한강 학파를 이룰 만큼 대단한 사람이었다. 역대 함안군수 가운데 인품과 학문이 가장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함안 사람들은 지금도 한강 정구를 많이 기억하고 높이 받들고 있다. 정구는 [함주지咸州誌]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1586~88년 함안군수로 있으면서 지역 역량을 끌어모아 [함주지]를 편찬했던 것이다. 함안의 산천과 인물·문화·산물을 담은 [함주지]는 지금껏 남아 있는 우리나라 읍지(邑誌) 가운데 가장 오래된 보물이다.
--- p.200

“가뭄이 두 달 동안 지루하게 이어지니 들판과 습지가 모두 벌겋게 타버렸고 …지금 농사 형편은 참혹하여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횡묵은 생각 이상으로 영리했다. 공문을 보내고 곧바로 “전공(前功)이 아깝고 인사(人事)를 다하지 않았으니 내가 또 따로 제사를 지내겠다”고 하였다. 아전들이 “명부(冥府)가 반응이 없을 수 있다”며 반대하는데도 “나는 할 뿐이고 하늘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느냐”며 밀어붙였다. 이런 계산이 있었지 싶다. ‘스무 날 넘게 기우제를 지냈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비는 데 들인 공력이 헛수고가 되었으니 안타깝다. 달리 보면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았으니 이제 때가 되지 않았을까? 조금 더 빌면 비를 만날 수도 있겠구나. 내리지 않아도 손해는 아니지. 백성들한테 그만큼 애썼다는 인상은 심어줄 수 있으니.’ 오횡묵은 이어 “경건하게 정성을 들이는 예식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하니 내가 홀로 삼헌(三獻)을 하는 대신 다음은 재임이 다음은 공형이 하는 식으로 하자”고 하였다. 재임은 향교 임원이니 지역 양반들이고 공형은 삼반관속이므로 고을 아전들이다. 이는 제사에 세 번 술잔을 올리는 삼헌에서 초헌·아헌·종헌을 수령·양반·아전이 저마다 나누어서 하자는 얘기다. 수령 단독이 아니라 양반과 아전까지 공동으로 주관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 p.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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