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서로 공통점이 많은 두 가지 마음의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하나는 연인과의 이별로 인한 고통, 다른 하나는 소중한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이다. 이 두 가지 고통에 집중한 이유는 따로 있다. 상실을 겪는 당사자가 누구보다 외로운 상황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여느 이별을 겪는 사람과 다름없이, 아니 오히려 더 복잡하고 극심한 종류의 슬픔을 겪지만, 이들의 고통은 종종 타인과 사회로부터 경시된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키우던 고양이가 죽는 일은 이혼이나 가족의 사별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처럼 ‘공식적으로 애도가 허락되는’ 상실을 겪는 게 아니라면 마음의 고통을 표현하기도 어려워진다.
---「상실의 고통은 젊은 베르테르만의 것일까?」중에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한 번쯤 낭만적인 사랑을 하고 상실을 겪는다. 반드시 연인과의 사랑이 아니어도 우리는 사랑의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별이 이토록 흔한 이벤트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그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데 이토록 서툴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별의 고통에 대응하는 사회의 태도다. 이별의 절망이 개인에게 미치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 다들 인정하면서도, 사회는 이를 대체로 경시하며 무시한다.
---「상실의 고통은 젊은 베르테르만의 것일까?」중에서
우리는 타인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만큼 그들을 연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나의 기준에서 가늠한 뒤 딱 그만큼의 연민을 보인다. 캐시는 친구들이 생각하는 무언의 애도 공소시효를 넘긴 것이었다. 그 결과에 따라 친구들의 공감과 지원은 빠르게 바닥나고 있었다. 그 빈 곳을 캐시는 조바심과 짜증, 분노로 메꾸는 중이었다.
---「슬픔을 인정받지 못해 더 슬픈 사람들」중에서
사회로부터 고통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둔감하고 무지한 인식을 그대로 내면화하게 된다. 사회가 들이미는 기준이 그들의 감정과 모순되더라도 그들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숨겨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벤이 처음 내게 보낸 이메일에 이런 모순과 혼란이 잘 담겨있다. 그는 매우 머뭇거리며 미안해하는 투로 글을 썼다. 벤은 한편으론 자신의 정서적 고통을 내가 우스꽝스럽다고 여길까 걱정했고, 한편으론 생각지 못한 큰 고통에 자기 자신도 당혹스러웠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극심한 정서적 고통을 느낄 때, 주변의 비판이 더해져 당혹감과 부끄러움까지 느끼게 된다면 그의 심적 고통은 더 깊어지며 회복 또한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가장 좋은 친구이자 오랜 동반자를 잃은 외로움」중에서
“전 엉망진창이에요. 제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제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에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는 거예요. 모두가 제게 너무많이 기대하지 말라고 얘기해줬고 저도 그렇게 했어요. 정말 그랬어요! 정말 작은 기대감으로 데이트를 하러 갔어요. 그런데 산산조각이 나버린 거죠. 전 뭐가 문제일까요? 딱 한 번 데이트했을 뿐인데 왜 이런 상실감에 빠진 걸까요?”
---「거절의 두려움이 만든 마음 지뢰밭」중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미스터리와 음모를 만들어내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때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다.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적 고통이 매우 극적이라면, 분명 똑같이 극적인 원인이 있을 거라 무의식적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그런 원인이 없을 때도 말이다.
---「슬픔을 인정받지 못해 더 슬픈 사람들」중에서
이별의 상처가 과중할 때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이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되짚어 보고, 그 생각을 모두 밖으로 내뱉는다. 예컨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는 것이다. “그의 마음을 떠나게 한 내 행동은 어떤 것이었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그는 왜 내게 거짓말을 했을까?”, “왜 그가 나를 더 사랑하지 않았을까?” 이런 반복적이고 폐쇄적인 사유는 새로운 통찰은커녕, 이미 가지고 있는 분별력마저 마비시킨다.
---「슬픔을 인정받지 못해 더 슬픈 사람들」중에서
벤은 반려견 보버가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하려고 하자 상사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그냥 기르던 개일 뿐이잖아. 자네는 무슨 어머니 돌아가신 거처럼 구는군.” 벤은 협의를 시도하며 며칠 동안의 무급 휴가를 요청했다. 이 말을 들은 상사는 이번에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철 좀 들라고, 벤! 내 여섯 살 난 딸아이는 지난주에 금붕어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버렸어. 자네는 그 애가 방에 틀어박혀 울 수 있도록 학교를 한주 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가장 좋은 친구이자 오랜 동반자를 잃은 외로움」중에서
로렌이 3일 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나올 수도 없던 이유는 거절에 대한 충격이 아니라 그 이후에 찾아온 수치심과 외로움 때문이었다. 로렌은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상처받은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연락을 회피했다. 스스로 초래한 고립감, 상처를 받았다는 마음을 들키면 비웃음만 받을 거란 생각이 그녀를 에워쌌다. 여기에 그녀가 마땅히 받아야 했으나 받지 못한 타인의 공감과 지지, 자신의 감정 인식 부족 등이 고통을 더 증폭시키고 연장했다.
---「거절의 두려움이 만든 마음 지뢰밭」중에서
연인 간의 사랑은 중독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열렬한 사랑을 하다가 이별을 겪은 사람의 뇌는 코카인이나 헤로인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 중독자들의 뇌와 매우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우리는 실연의 상대(마약)에게 열렬히 빠져 강한 열망을 느낀다. 상대를 향한 감정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거나 조절하기는 매우 어렵다.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하면(마약을 못하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고 불면증과 식욕부진에 시달리며 또한 불안감, 무기력, 성마름, 한바탕 울기,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마약 중독자들은 마약 외에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강렬한 결핍감을 느끼는 데 이별한 사람들 또한 비슷한 결핍(외로움)을 느낀다.
---「사랑에 중독되는 사람들」중에서
드물긴 하지만 이별로 인한 슬픔이 실제로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이별 직후 스트레스와 정서적 고통으로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을 겪는다. 상심증후군은 심각한 가슴 통증과 함께 발작을 일으키고,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극심한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 정상 수치보다 30배까지 높아져 심장마비 환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슬픔이 우리의 몸, 마음, 뇌에 남기는 상처들」중에서
”당신이 언제 그녀를 온라인으로 찾아보는지, 그 시기도 생각해봐야 해요. 그건 거의 언제나 당신이 만나는 여성에게 좌절을 느끼거나 화가 날 때죠. 당신은 옛 여자친구를 감정의 탈출구로 이용하고 있는 거예요. 현재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을 쏟는 대신 말이죠.” 나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데브는 자신의 행동 패턴을 인식할 수 있었다. 옛 여자친구를 찾아보는 것은 현재 여자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그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데브의 습관적 행동이었다. 다시 말해, 다시 상심에 빠질까 봐 자신을 보호하는 무의식적인 태도이자 행동이었다.
---「틈새 회복법 찾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