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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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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336g | 118*188*30mm
ISBN13 9791161110554
ISBN10 116111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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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시가 시들지 않는 것은 인간이 옷을 갈아입어도 여전히 동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트로이 평원에서 투구를 쓰고 있건 21세기의 버스 노선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건, 똑같이 가련하거나 위대하며 똑같이 보잘것없거나 숭고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 p.21

그리스의 일반적인 생각과 호메로스의 개별적 가르침의 토대는 이것이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제자리를 벗어나는 데서 오며, 삶의 모든 의미는 내쫓긴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있다는 것.
--- p.29

《일리아스》는 우리에게 하나를 가르쳐주었다. 인간은 저주받은 피조물이라는 것. 세상을 이끄는 것은 사랑도 아니고 선의도 아니고 분노라는 것.
--- p.99

“신들이 인간들에게 식량을 감춰두었다.” 숨겨진 것을 찾아내는 건 농사를 짓는 인간의 몫이다. 하이데거는 시인을 농부에 비유한다. 둘 다 발현을 기다리는 무형 속에 떠도는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존재들인 것이다.
--- p.126

호메로스는 모든 것을 경제적 지위의 문제로 환원하려는 슬픈 마르크스 사회주의적 해석의 틀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지 않는다. 부유층과 빈민층, 착취자와 피착취자를 가르는 선을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 받아들이면 오디세우스와 돼지치기를 잇는 내적 선들을 비껴가게 된다. 두 사람은 사회적 층위의 양 끝에 자리하지만 모두 동일하게 기품 있는 족속이다.
--- p.143

우리가 그리스 영웅들에게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길 좋아하는 것은 그들 중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멀고 추상적인 유일신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아직은 쉬이 과오를 범하는, 정감 가는 신들의 시대였다. 신들도 자기 내면의 구렁텅이 가장자리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 p.172

그리스인들이 두려워하는 건 무명無名이다. 페넬로페는 아들이 명성 없이 사라지는 걸 보느니 차라리 죽는 걸 보는 편을 덜 두려워한다.

마지막으로 영웅은 포기할 줄 안다. 명예와 월계관에 목말라하는 가련한 인간들인 우리는 보물 하나를 무참히 무시한다. 달콤하고 소박하며 평화로운 삶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눈길 아래 놓인 이 삶의 가치를 그것이 사라지고 남은 공허를 보고서야 깨닫는다.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것의 가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잃고 나서야 아쉬워하며 운다.
--- p.195

고대인에게는 다정하고 행복한 삶보다, 겸허하게 박자 맞추고 바르게 균형 잡힌 삶보다, 자연을 본받아 세상의 절도에 맞춘 삶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없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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