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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희망

[ 개정판 ]
양귀자 | 쓰다 | 2020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40건 | 판매지수 1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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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00쪽 | 778g | 140*210*38mm
ISBN13 9788998441081
ISBN10 899844108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나성여관 7
2. 길 위의 친구들 55
3. 기도 · 빵 · 석양 117
4. 고통의 우물 187
5. 40세의 노트 243
6. 장마 311
7.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 365
8. 복수 421
9. 잘 가라 밤이여 475
10. 눈꽃 535

작가의 말 578
작품해설 - 여관에서 집으로, 집에서 마을로 / 김훈 583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 나성여관에 좋은 점이 있다면 뒷문이 있다는 사실이다. 손님들이야 앞문으로 들어왔다가 앞문으로 나가지만 우리 식구들은 뒷문으로 잘 다녔다. 특히 누나와 나는 절대로 뒷문만을 이용하였다.

- 찌르레기 아저씨의 어디가 괜찮은지 묻는다면 사실 할 말도 없다. 어디가 어떻다고 딱 부러지게 대답할 수 있을 만큼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그냥, 아무 이유도 댈 수 없지만 그냥 내 마음에 어긋나지 않고 역겹지 않으면 정답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이 ‘그냥’에 한해서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여태까지 살면서 특별하고 거창한 사람이나 물건이 흡족하게 제 몫을 다 하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런 것을 쫓아다니다간 시간만 헝클어놓기 딱 알맞다.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나의 ‘그냥’을 믿는다.

- 이거야말로 누나의 눈이 어떻게 잘못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세상의 아름다움, 그것이 빚어내는 색깔, 멋진 것에는 즉각 감응하던 그 경이로운 감수성은 대체 다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나는 너무나 분해서 고기를 씹어대며 울었다. 눈으로는 눈물을 씹고, 입으로는 고기를 씹었고, 가슴으로는 늙은 남자를 짓씹어댔다. 너무 많은 것들을 씹어대느라 식사를 마쳤을 때는 기운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 그가 말했었다. 의분(義憤)이 많은 땅에 평화가 있다. 나는 붉은 피와 그을음으로 더럽혀진 그의 얼굴을 보며 자신에게 되물었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우리는 왜 싸우는가.

- 누나는 꼭 올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었다. 다른 사람은 모른다. 누나와 형, 그리고 내가 나성여관에 품고 있는 사랑을. 그것은 때로 누추했고 더러는 끔찍했으나 그보다 더 많이 오밀조밀했고 아늑했었다. 우리들의 사랑 속에 담긴 분노와 증오와 슬픔 없이 어찌 이처럼 질긴 애정의 끈을 묶어낼 수 있었으리.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쓸쓸한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들의 주문, 잘가라 밤이여
상처와 절망으로 얼룩진 [나성여관]에서 희망을 말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양귀자 소설의 재미와 감동


『희망』은 서울의 어느 허름한 여관집 아들로 살아가는 대학입시 삼수생의 시선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갈등과 모순을 서술한다. 주인공 스무 살 우연의 집 [나성여관]에는 상처와 원한, 혹은 절망에 휩싸인 자들이 기식한다. 더불어 소통이 불가능한 부모와 누나도 함께 살고 있다.

쓰라린 상처를 안은 40대 노동자,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노인, 운동권 출신인 형을 통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고통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통렬하게 질문하는 한편, 돈밖에 모르는 어머니, 부질없는 과거에만 집착하는 무능한 아버지, 세상의 화려함에 눈먼 누나, 거리를 방황하는 재수생, 삼수생들의 젊음이 추구하는 천박한 가치들의 속성을 밀도 높은 묘사와 전개로 독자들 앞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이처럼 주인공 우연이 마주한 현실은 참혹하지만, 우연의 마음과 마음이 더해져서 전달되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끝끝내 희망으로 나아간다. 이 소설은 특히 작가 고유의 연민과 따스한 시선이, 그리고 양귀자 특유의 활달하고 서슴없는 문체가 휘몰아치는 시대의 거칠고 황량한 삽화들을 어떻게 이야기로 보듬어 완성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양귀자의 문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희망』의 해설을 쓴 소설가 김훈은 “양귀자의 글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시적인 것들을 삶 속의 구체적인 사물이나 이야기로 바꾸어놓고, ‘자, 손으로 만져 봐. 만질 수 있지?’라고 말하듯이 독자 앞에 내밀어줄 때이다. 그것은 만져진다! 시적인 것이 만져지다니. 그것이 기적이나 마술이라면 나는 아무런 기쁨도 느낄 수 없다. 그것이 일상(日常)이기에 나는 양귀자의 글을 읽고, 그 글 속에서도 내가 결국은 버리지 못할 지독한 편애의 표를 질러둔 페이지들만을 따로 찾아서 읽는다.”라고 평했다.

『희망』은 양귀자 소설의 모든 저작권을 양도받은 도서출판 [쓰다]에서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작가의 말]

소설 하나를 두고 네 번째 작가의 말을 적는다.
앞에 놓인 작가의 말들을, 나는 남이 쓴 글처럼 읽는다. 그랬구나, 하다가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얼굴이 좀 뜨거워진다. 저런 ‘고백’을 아무렇지도 않게 책에 쓰다니, 지금의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다행인 것은 이 소설에 가진 애정만큼은 아직 그대로라는 점이다. 교정을 위해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다시 읽으며 그 사실을 확인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정신이 첫 장편의 시간에서 멀어지지 않은 것도 안심이 된다.
시대의 배경은 바뀌어도 삶은 남는다. 그렇기에 우리 각자가 품은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성여관’에 살았던 그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특히 우연이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가끔 생각난다. 그저 건재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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