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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

문틈 사이로 한 걸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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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34g | 128*188*13mm
ISBN13 9791165341954
ISBN10 116534195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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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만든이 코멘트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안녕하세요. 이책의 저자 입니다.
2020-07-11
성매매 여성들의 실상을 농축시켰습니다. 최근 "미투운동", 성폭력 사건," n번방 사건" 등의 중심에 자리한 "비뚤어진 성에 대한 인식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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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는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미로였다. 1층에서 밖으로 나가는 출입문과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은 쇠창살과 이중 잠금장치를 해놓아서 밖에서 누군가가 자물쇠를 열지 않는 이상 밖으로 나가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그런 기묘한 구조였다.
폭우라도 오는 날에는 슬래브 지붕 위로 비가 북을 두드리듯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나렸다. 쪽방 벽지에 빗물이 조금씩 흘러들어 퀴퀴한 냄새와 함께 세계 지도처럼 얼룩진 벽지가 너풀너풀 춤을 추었다.
--- p.13-14 「불길」 중에서

따사로운 햇살 아래 나란히 앉아 깔깔대기도 했다. 두 사람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함께 바라보던 파스텔 톤의 저수지 풍경이 눈에 아른거렸다. 특히 초여름 밤, 개구리가 논두렁에서 슬피 울 때만 되면 소희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 p.26-27 「추억」 중에서

그날은 유난히도 을씨년스러운 날씨였다. 아버지는 남동생의 시신을 거적때기로 둘둘 말아 지게에 지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한참 후 아버지가 산에서 내려왔다. 아버지는 빈 지게를 마당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치더니 집에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갑자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처럼 마을이 떠나가도록 목청 높여 울었다.
--- p.36-37 「추억」 중에서

업소 간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울긋불긋한 네온사인 불빛이 밤의 열기와 함께 식을 줄 몰랐다. ‘소돔과 고모라’와도 같은 이곳 유혹의 장소 바로 앞에 교회가 있었다. 업소의 불빛은 우뚝 솟은 교회 첨탑 십자가의 빨간 불빛과 경쟁이라도 하듯 골목을 붉게 물들여갔다.
--- p.53 「일상」 중에서

“일단 돈이 한 푼도 없으니 선불금으로 화장품을 마련하고 옷을 사서 입고 일을 시작했죠. 손님을 하루만 받지 못해도 오십만 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했는데, 며칠 아프거나 하면 큰일 나는 거예요. 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선불금이라는 족쇄에 손발이 꽁꽁 묶여 아가씨들 대부분 평균 삼천에서 오천만 원이나 되는 빚을 지게 돼요. 저는 선불금과 그 이자를 갚기 위해 생리 중이거나 몸이 아파도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을 팔 수밖에 없었어요. 죽어서 시체로 이곳을 빠져나가기 전에는 영원히 그 빚을 갚을 수 없을 거예요.”
--- p.60 「과거」 중에서

소희는 처음 이곳에 같이 왔던 네 명의 아가씨들과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를 따라 차에 올랐다. 창밖을 보니 저 멀리 파스텔 톤으로 빛나는 은은한 저녁노을이 석양과 뒤섞여 오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머뭇거리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안쓰러운 마음을 느꼈고 그 감정이 계속해서 교차했다. 공항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가리키는 대형 초록빛 도로 표지판이 이름 모를 열대 나무들과 뒤섞여 그녀의 시야로 몰려들었다. 그녀를 태운 차는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공항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 p.125 「해외」 중에서

아침부터 다방 창문을 비집고 길게 뻗친 겨울 햇살이 온종일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소희는 새파란 하늘과 함께 결이 달라진 햇살을 지그시 바라봤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황금빛 태양 속으로 아무 생각 없이 빨려 들어가면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150 「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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