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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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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70g | 152*210*15mm
ISBN13 9788952242259
ISBN10 895224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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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한마디씩 중구난방일 때 절름발이 교사가 나섰다. 발언 내내 냉소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그의 말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나는 그가 쓴 책의 내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최종 결론으로서 인류를 서로 평등하지 않은 두 부류로 나누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중 10분의 1이 무한한 자유를 누리면서 나머지 10분의 9에 대해 무한한 힘을 행사합니다. 10분의 9의 인류는 모든 인격을 상실하고 말하자면 양 떼처럼 됩니다. 그리고 그 무한한 복종을 통해 마치 에덴동산에 사는 것처럼 원초적 순수성을 지닌 존재로 재탄생합니다.”
--- p.50

“하하, 들어봐요. 나는 이미 그들을 다 파악했어요. 어린애처럼 신과 요람을 비웃는 그 교사는 이미 우리 편이에요. 돈 때문에 자신보다 무식한 사람을 살해한 지식인 범죄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도 우리 편이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려고 농부를 살해한 초등학교 학생들도 우리 편입니다. 범죄자들을 옹호하는 배심원들은 무조건 우리 편이에요. 자신이 진보적이 아닐까봐 겁을 내는 검사들은 모두 우리 편이에요. 관료들, 문인들 중에도 정말, 너무너무 많아요. 다만 그들 자신은 자신들이 우리 편이라는 걸 모르고 있을 뿐이지요. 게다가 어린 학생들과 바보들은 절대적으로 우리에게 복종해요. 아시겠어요? 아주 별것 아닌 작은 이념 하나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거머쥘 수 있는지 아시겠냐고요?”
--- p.66

바로 그 순간 나무 뒤에서 톨카첸코가 그를 덮쳤고 에르켈이 그의 팔꿈치를 잡았으며 리푸틴이 앞에서 달려들었다. 세 명은 일거에 그를 바닥에 넘어뜨린 후 땅바닥에 짓눌렀다. 바로 그 순간 표트르가 권총을 들고 나섰다. 순간 샤토프는 고개를 돌리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표트르는 총구를 그의 이마에 바싹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샤토프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표트르는 재빨리 그의 주머니를 뒤졌다. 하찮은 종이쪽지들이 몇 장 나왔지만 그는 그것들을 무슨 중요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 주머니에 넣었다. 모두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표트르는 모두들 멍하니 넋을 잃고 있는 것을 보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톨카첸코와 에르켈은 미리 동굴 속에 준비해둔 돌덩이 두 개를 가져왔다. 돌덩이에는 단단한 밧줄이 매여 있었다. 표트르가 돌을 시체의 발에 묶었다.
--- p.192

정오까지 집에 틀어박혀 있던 그는 갑자기 자리를 털고 일어나 경찰서로 달려갔다. 사람들 말에 의하면 무릎을 꿇은 채 경찰서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흐느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마룻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자신은 앞에 있는 나리들의 신발에 입을 맞출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떠벌렸다. 경찰들은 그를 진정시킨 후 세 시간에 걸쳐 진술을 들었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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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에서 진형준 교수는 30년 넘게 문학교수와 비평가로서 쌓아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작품을 장악하는 비상한 정신과 그 정신을 우리말로 살려내는 탁월한 능력은, 다른 이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완벽하고 나무랄 데 없는 축역본을 만들어내었다.
- 채수환 (홍익대학교 문과대 영문과 교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업적이다. 어른들 자신도 읽기 힘들어하는 고전을 원전 그대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과 오해에 정면으로 맞서 돌파해버리기 때문이다.
- 이영목 (서울대학교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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