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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위로

식탁의 위로

: 밥 한 끼로 채우는 인생의 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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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64g | 128*188*20mm
ISBN13 9791190807104
ISBN10 119080710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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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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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면 부풀어 오른다

주방은 편견을 가장 빠르고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음식 하나를 두고 요리의 난이도를 가늠한다거나 마냥 어려워 보여도 실전을 통해 의외로 쉬운 요리였음을 깨닫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반면, 설탕 한 스푼, 소금 반 스푼이라는 모호한 한끗 차이로도 음식의 맛이 달라진다는 걸 깨닫게 되면 오히려 요리가 쉽다는 생각은 쏙 들어간다. 공을 들인 딱 그 정도만 맛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얻어 걸린 맛’이라는 행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바로 이 주방이다.

주방에서 쌓인 경험치는 자신이 선호하는 식재료나 음식 종류, 맛 등으로 축적되면서 먹고 사는 패턴을 그린다. 마치 삶의 축소판과도 같다. 계속해서 주방을 들락날락거리다 보면 잘 먹고 사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것이라는 방치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슬기로운 면역 생활

냉장고가 비워지는 만큼 남편과의 대화는 더 풍족해졌다. 각자 찾아 둔 요리법을 공유하며 최고의 맛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분주히 달렸다. 완성된 음식을 들고 식탁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회사 이야기, 근래 밀려드는 생각 등 그간 꺼내지 않던 깊숙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이 사십을 앞두고 최근 부쩍 늘어난 흰머리에 시무룩해 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원래였다면 깔깔거리며 놀리기 바빴을 텐데… 이번만큼은 왜인지 안쓰러워 보였다.

어느덧 식탁 위 밥과 국 사이에는 우리 두 사람이 십 년간 지지고 볶은 세월이 놓여 있었다. 바깥일에 밀리고 밀리다 우리야말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거리를 둘수록 남편과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고 밥상은 더 풍성해진 것이다.

여름 채소를 보내며

No Farm, No Food. 도마 위의 자투리 채소와 싱크대에 널브러진 흙을 보고 있다가, 여행 중 어느 담벼락에서 발견한 문장이 떠올랐다. 접시 너머의 것, 그러니까 사람과 자연의 존재를 가볍게 여기면 이들은 끝내 사라질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맛있는 음식도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인류는 음식 너머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요리라는 행위를 끊임없이 이어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도 아무리 덥고 귀찮아도 채소를 씻고 다듬는 것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국 끓여 주는 여자

채소의 맛과 식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던 J와 만나면 맛있는 음식을 탐구하는 재미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J와 나는 이십 년을 넘게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먹어 온 사이’이기도 하다. 가족도 아닌데 그동안 우리가 함께 한 끼니 수를 세보자면 친구라는 존재는 대단한 인연인 것 같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따끈한 들깨미역국을 통해 위로를 건넸다. J를 만나고 집에 들어간 날 밤, 집에 들어가자마자 미역국을 데웠다. 주방엔 고소한 들깨 향이 솔솔 퍼졌다. 방금 지은 밥과 함께 그녀의 미역국을 한 숟갈 뜨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이걸 끓이겠다고 아침부터 분주해 했을 그녀의 모습이 그려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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