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또한 말한다, 사랑은 당연히 이런 식으로 올 수도 있는 거라고, 누군가 모르는 사람에 대해 그의 두 눈이 어땠는지 말하는 것을 듣는 그런 식으로.
--- p.31
그녀가 눈을 뜬다. 그녀는 그를 바라본다. 그녀가 묻는다: 당신은 누구죠? 그가 말한다: 기억해봐요.
--- p.35
어떤 특별한 감정도 낭독의 이러저러한 대목에 맞춰 드러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떠한 제스처도. 단지, 말의 적나라한 폭로 앞에서의 감정뿐.
--- p.43
그녀가 말한다, 언젠가 그녀는 이 방에 관한 책을 한 권 쓸 텐데, 그녀는 그곳이 실수로 생겨난, 상식적으로는 살 만하지 않은, 지옥 같은 어떤 곳, 폐쇄된 어느 극장의 무대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바로 이 방안에서, 극장의 이 빛과 더불어, 그녀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비롯된, 그가 형벌처럼 견뎌낸 유년시절의 숱한 여름에서부터 비롯된, 그 사랑의 시작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른다.
--- pp.44~45
그녀가 옷을 벗는다. 그녀는 불빛 아래 마련된 자기 자리에 눕는다. 그가 가진 시선처럼, 그녀에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모종의 길들여지지 않는 시선이 있다. 그는 그들이 서로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것을 그녀에게 말한다. 그녀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똑같은 키, 똑같은 파란색 눈, 그리고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서로를 보고 웃는다. 그녀가 말한다: 그리고, 시선 속에는, 밤 풍경의 슬픔이.
--- p.50
나를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어요, 뭔가 당신에게 다가갈 때면 욕망이 지워져버리는 것 같달까.
--- p.51
그녀의 눈과 머리는 그가 욕망하는 연인들의 그런 색을 띤다… 그녀는 또한 그녀가 여기 있다는 사실로부터 그를 자유롭게 해주는 그런 깊은 잠에 빠지곤 한다.
--- p.52
배우들이 꼭 연극배우여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크고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야 할 것이며, 자신의 모든 힘을 동원해 그 책을 언젠가 읽은 적이 있었다는 어떠한 기억도 배제하려 애써야 할 것이다, 그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확신 속에서, 그렇게 매일 저녁을.
--- pp.55~56
그날 밤 그녀는 다시 한번 부른다, 병들고, 상처 입은 단어, 무슨 말인지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어떤 이름일 그 단어를 가지고, 그녀가 절대로 말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름을. 어떤 소리, 어둑하고 부서지기 쉬운, 일종의 신음소리와도 같은 하나의 이름을.
--- p.59
책에는 이렇게 쓰일 거예요: 머리는 검고 두 눈은 어느 밤 풍경의 슬픔에서 비롯한다.
--- p.60
죽이고, 영영 떠나, 아주 사라져버리는 그런 짓, 만약 그런 일이 기어이 벌어졌다면, 그걸 했을 쪽은 그녀이리라.
--- p.67
그는 여름밤의 어느 아득한 이미지에 처해 운다. 그는 파란 눈 검은 머리의 젊은 외국인을 슬퍼하기 위해 그녀가, 방안의 자기 자리에 있는 그녀의 존재가 필요하다.
방안에 그녀가 없다면 이미지는 그저 척박할 것이다, 그것이 그의 심장을, 그의 욕망을 말려버릴 것이다.
--- p.72
그는 그녀와 아주 가까이 눕는다. 그는 그녀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그녀는 너무 피곤하고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그렁하다. 그가 말한다: 우리에겐 검은 실크천에 대한 기억이, 두려움과, 밤에 대한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그가 말한다: 욕망에 대한 것도. 그녀가 말한다: 그렇겠죠, 서로가 서로에게 가진, 그걸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의 욕망에 대한 기억이.
--- p.본문 86
나는 당신을 몰라요. 누구도 당신을 알 수 없고, 당신이 처한 곳에 놓일 수 없죠, 당신은 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어디서 자리를 찾아야 하는지 당신은 모르고 있어. 그리고 그런 이유로 그래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또 당신은 정처없이 있어.
--- pp.91~92
그녀가 말한다, 그들은 어떤 책 속에 같이 붙들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래서 그 책의 끝과 함께 그들은 도시의 해산解散과 마주할 것이라고, 또다시 헤어질 거라고.
--- p.96
그녀가 말한다,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사는 모양새로 살게 될 거라고, 사막에 내버려진 육체를 가지고 그와 함께, 마음속에는, 단 한 번의 키스와, 단 한 마디 말과, 단 한 조각 시선을 하나의 오롯한 사랑을 떠안는 기억으로 품고서.
---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