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익숙한 곳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더 큰 지평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면서 형성되는 것이리라. 무릇 참을 찾는 이들은 흐름 속에 존재의 집을 짓는다. 믿음의 반대말은 회의가 아니라 확신이라는 말이 있다. 확신이 때로는 우리 영혼의 감옥이 되기도 한다. C. S. 루이스는 참을 찾는 구도자로 살았다. 구도의 길에서 무신론적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는 상상력에 의지하여 회의의 강을 건넜다. 루이스는 기독교 전통이 소홀히 다뤄 온 상상력이 실은 존재와 삶의 신비를 캐내는 놀라운 도구임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상투적인 신앙 언어 속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루이스의 사유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데 김진혁 박사보다 더 나은 이가 있을까?
- 김기석 (청파교회 담임목사)
많은 이가 C. S. 루이스의 이름을 들어 안다. 그중 많은 이가 루이스의 책을 몇 권 소장하고 있다. 그중 많은 이가 일부를 읽었다. 그러나 루이스는 책 한두 권으로만 알려지기에는, 특히 기독교 변증의 대명사로 꼽히는 책으로만 알려지기에는 너무도 다면적인 인물이다. 조직신학자인 김진혁 교수의 여러 저술에는 논리와 이성, 체계와 조직을 핵심에 둔 전통적 조직신학과는 다른 감수성이 짙게 묻어 있다. 아마도 그가 신앙과 상상력과 이성의 삼위일체성을 전인으로 체화한 ‘순전한’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배경에는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거기서 루이스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루이스가 옥스퍼드에서 살던 집 킬른스에 머물면서 그가 주술을 건 신비의 세계로 진입한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함께 맛보자고 독자를 초대한다.
- 이재근 (광신대학교 교회사 교수)
『순전한 그리스도인』은 독자의 상상력을 살찌우고 이성을 예리하게 하며 신앙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루이스의 글이 가진 힘이 그가 걸었던 ‘길’에서 발원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저자는 루이스의 다층적·다면적 회심 여정에 대한 두터운 묘사와 촘촘한 분석을 통해 루이스의 기독교 세계가 발원하는 지점의 지층과 배경을 드러내고, 회심 이후 루이스가 그려 내며 살아간 기독교 세계의 풍요로움이 어떻게 ‘여정’이라는 회심의 열매이자 ‘순례’라는 삶의 결실이었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하여 루이스가 단순히 ‘오래된’ 기독교를 유능하게 변호한 변증가가 아니라 이를 ‘새롭게’ 그려 낸 작가였으며, 이 새로운 비전의 배면에는 ‘우주적 이성’과 ‘신화의 힘’과 ‘상상력의 세례’에 대한 그의 믿음과 경험이 자리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루이스의 가장 루이스다운 면모가 한국 학자의 탁월한 안내서로 출간된다는 사실에 루이스 애독자이자 연구자로서 몹시 기쁘다. 저자는 무엇보다 루이스를 자기 길을 걸은 사람이자, 그렇게 자기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안과 통찰을 주는 ‘순전한 길벗’으로 소개하는데, 이는 루이스의 방에서 한동안 지낸 저자가 예전에 루이스가 아침마다 열었을 그 방의 창문을 열며 했던 생각일 것이다.
- 이종태 (한남대학교 초빙교수)
영국의 “한 별난 평신도”였던 C. S. 루이스를 다룬 『순전한 그리스도인』에서는 루이스를 획일적 기독교 변증가가 아니라 상상력, 이성, 신앙의 다차원에서 회심을 경험한 다채로운 인물로 제시한다. 김진혁 교수는 루이스를 통해 ‘순전한 기독교’는 교파와 전통을 넘어서 정통적인 것을 추구하더라도 ‘순전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다고 말한다. 책의 안내를 받아 순전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리스도 안에서 상상력과 이성과 신앙이 조화를 찾는 모험의 길”이 이미 내 안에서 시작되었음을 느끼며, 회심이란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여행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전인적으로 응답하는 진정한 신앙인으로서 맞이할 새로운 시작이라는 저자의 서술에 공감하게 된다.
이 책에는 루이스만 등장하지 않는다. 맥도널드, 체스터턴, 톨킨, 세이어즈 등 루이스에게 자극을 준 이전 시대와 동시대의 기독교 작가들과 관련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과 함께 저자가 이끌어 가는 여정은 쪼그라들고 공허해진 근대성의 세계에 매인 인간 실존에 생기를 불어넣으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길이다. 루이스에게 도전을 받으면서 동시에 그에게 매이지 않는 가운데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순전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하며 드라마틱한 여정인지 멋지고 풍성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값진 선물이다.
- 장경철 (서울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몇 년 전, 루이스에 대한 강연 원고와 논문, 글감, 구상이 쌓여 있는데 책으로 엮어 낼 시간이 없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면서 어서 책으로 엮인 결과물을 읽고 싶어 조바심이 났었다. 이제야 책을 읽으면서 오래 기다린 보람을 맛보았다. 읽는 내내 ‘청지기’라는 단어가 뇌리에 맴돌았다. 저자는 루이스의 생가 킬른스에서 살았던 특별한 경험, 루이스 전문가들과 맺은 교류, 학자로서 행한 연구와 강연이라는 다섯 달란트를 묵히지 않고 열심히 ‘장사하여’ 루이스를 관통하는 상상력, 이성, 신앙의 삼화음을 밝히 드러내는 열 달란트의 책을 내놓았다.
루이스의 책을 여러 권 번역하면서 루이스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독학이 갖는 한계를 절감했다. 공부는 역시 돈을 들여 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 듯하다. 특히 루이스가 다루는 상상력과 신화에 대해 제대로 정리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맞춤형 수업을 들은 느낌이 든다. 재수강하는 기분으로 두고두고 읽으면서 새겨 두고 싶은 대목이 가득하다. 추천사를 쓰는 일은 좋은 책이 주는 유익을 먼저 경험한 사람이 다른 이들을 같은 자리로 부르는 초대장을 보내는 일임을 이번에 알았다. 적극 추천한다.
- 홍종락 (전문 번역가, 『오리지널 에필로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