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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바치는 노래

조국에 바치는 노래

박형호 | 청어 | 2020년 07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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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80g | 145*205*10mm
ISBN13 9791158608675
ISBN10 1158608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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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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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가 남기고 간
빛바랜 족자 한 점
평등(平等) 두 글자
길게 내려쓰고
성중무피차(性中無彼此)
대원경상절친소(大圓鏡上切親疎)
라 쓰여 있다
독립자금을 모으러 다니면서
영혼으로 남긴 글이다
성에 차별이 있을 수 없고
인간은 모두 자유 평등하며
친하고 덜 친하고
구분할 것도 없다한다
피 눈물 나눈 동포 형제이니
서로 돕고 의지하고
꿈을 나누며
아픔도 함께 하고
가슴으로 살라 한다
족자에 실려 있는
한 마음 새긴 글 두 줄기
잠자는 나를 일깨워 훈도하고 있다

--- 「족자」


수석 하나 건져왔다. 산수가 으뜸이라 좌대에 올려놓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묘취에 젖는다. 반짝 반짝 작은 별이다. 어여쁘고 귀여운 아기별이다.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나 바라볼수록 신기롭다.
설악에서 건져온 국화무늬 청석은 늘 아리따운 몸매 곱게 곱게 단장 하고 싱싱한 황국을 한아름 안아들고 미소 짖는다.
태백산에서 가져 온 눈 오는 설산은 고향 설 같이 한 송이 두 송이 고요히 산하에 눈을 뿌리고 향수와 사색에 젖게 한다.
묘향산에서 가져온 하얀 백석은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봄가을겨울 할 것 없이 눈 덮인 산하 한 점 티 없는 조국강산 백의민족의 혼을 만방에 고하며 형형한 눈빛을 반짝이고 있다
금강산 비로봉에서 얻어온 금강석은 세상에 둘도 없는 곱고 빼어난 자태를 뽐내다가도 이 강산이 어찌 이어져온 산하인데 턱도 없이 굴러온 돌이 어디에서 설치고 나서는가 하고 저만큼 낯을 가리고, 백두에서 천지에서 내려온 천지석은 고고한 정기를 뿜으며 풍운을 일으키다 도대체 뭘 하는 놈들인데 줏대 없이 외세 앞에 설설 기면서 제 분수를 차리지 못하느냐고 상대도 않겠다고 돌아선다.
오대산 등줄 타고 내려온 미륵보살 같은 태극 무늬석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머지않아 꿈같은 새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리 힘을 모아 희망을 잃지 말고 함께 나가자 애걸이다.
제각금 출신지가 다르고 모양 세는 달라도 한배타고 내려온 반도강산의 아들이요 딸이라 강산의 성근 꿈을 한데모아 아름다운 꽃봉오리 피어내자는 마음 다를 리 없다.
쌓아놓은 황금덩이는 없어도 어느 금은보화보다 진귀하고 값어치 있는 빛이요 사랑으로 응축된 정기로 정결히 다져온 보석이라 이것이 나에게는 가슴 뿌듯한 보배요 내 생애 가장 아껴오던 정물이라 언제나 다름없이 자세를 바로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중국에서 되찾아온 해동성국 형상 용무늬 수석은 기운차게 아침 햇살을 가르고 풍운을 일으키며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공항에서 못가지고 간다 한 것을 기어코 찾아온 보람을 느낀다.
월남 사이공에서 데리고 온 수정같이 맑은 꼬맹이 녀석은 이제 전쟁이 끝나고 평화를 찾았으니 그리운 고향산천 돌아가겠다고 졸라대고, 오대 강 흐르는 물줄기에 몸을 씻고 정신을 닦은 수석들은 저마다 믿음직스런 모습으로 신뢰를 자아내면서도 우리 이만큼 갈고 닦아 왔으니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세계만방에 우리의 빛나는 역사와 문화를 꽃 피우며 봄같이 함께 일어서자고 연상 일상을 깨운다.

보라/ 하늘이 빚은/ 으뜸의 산수/ 천년 걸작의 자연별곡을/
모진 세월/ 말없이 묻혀 왔다만/ 이 가슴/ 정결히 빗질하여/ 세진 속에 진 모습 드러냈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모진 세월에도 끄떡없이/
늘 푸른 영혼으로/ 고요히 뜻을 새기고/ 해맑음을 드러내/ 천금 같은 무게 중심을 잡느니/
한 조각 돌멩이라/ 가벼이 여기지 마라
내 생애 가장 값지고 빛나는 보석이러니

--- 「수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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