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 스스로 사색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것처럼 교회학교의 교육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방식이 많은 것 같다. 남이 들려준 답은 내 것이 되기 어렵다. 교육의 목적은 삶이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는 소통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먼저 생각하고 말할 때 아이들도 차츰 변화될 것이다. 이 책은 필자가 교육 현장에서 겪은 고민과 대안들을 나눠 보고자 〈한국기독공보〉에 연재한 칼럼을 토대로 교회학교 교사들이 현장에서 적용할 만한 22가지 내용을 선별하고 보완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교회학교 교사들이 아이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아이디어를 얻게 되길 바란다. 아울러 교회에서 복음을 가르치는 이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서문」 중에서
교회학교가 ‘학교’가 되려면 우선 교육 목적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교육 과정을 만들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아이가 유년부에 다녔는데, 교육전도사가 3년 내내 창세기를 가르쳤다. 유년부를 마치고 소년부에 진급했는데, 또 창세기를 가르쳤다. 적지 않은 아이들이 같은 교회에서 유년부부터 고등부까지 다니면서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회학교에 교육 목적과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 내용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대상에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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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는 인생의 길을 안내해 주는 지도다. 학교에서는 그 지도의 내용을 일정 기간 가르치고 배우면 끝난다. 그러나 교회는 다르다. 교회 교육은 졸업이 없는 평생교육이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습득했느냐가 중요하지만, 교회 교육에서는 성경 지식을 얼마나 ‘깊이’ 깨닫고 그것을 삶으로 나타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교회 교육의 최종 목적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고, 성경은 거기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지도다. 지도 내용을 익히는 것과 실제로 여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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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에는 오픈 채팅이라는 기능이 있다. 오픈 채팅은 아무나 채팅 방에 들어올 수 있다. 일반 채팅은 방을 개설하고 초대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픈 채팅은 교사가 방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찾아 들어오는 데 1분도 안 걸린다. 오픈 채팅은 설문조사, 브레인스토밍에 특히 유용하다. 찬반 투표, 삼행시 짓기, 퀴즈 풀기, 모임 날짜나 장소 정하기,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아이디어, 성경 내용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소감 등을 오프라인에서 도출해 내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오픈 채팅을 이용하면 모두가 ‘빛의 속도’로 동시에 참여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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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학생이 궁금한 것이 더 이상 없도록 명확히 말해야 한다. 어렵게 말하고 나서 “쉽게 말하면”이라 하지 말고 처음부터 쉽게 말해야 한다. 또한 복잡한 내용일수록 짧고 간결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기억한다. 내 다이얼을 아이들의 주파수에 맞춰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교회 교육의 목적은 삶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섭씨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장황한 설명이나 주장만으로 행동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고객이 지갑을 열어 물건을 구입할 때 광고가 비로소 완성되듯, 아이들이 말씀을 작은 것이라도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때 교회 교육도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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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아이들의 필요를 알기 위해 세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과 자연스레 소통하거나 아이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보면 다양한 질문거리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려면 그리고 그중 가장 많이 나온 것들을 연구해 답변을 제시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성경말씀을 근거로 여러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질문과 해법을 소책자 시리즈로 제작해 교회학교 내에 비치하면 어떨까? 또는 짧은 동영상 시리즈로 제작해서 교회 홈페이지에 게시해 두면 어떨까?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치지 말고, 아이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가르치자. 좋은 가르침은 아이들의 필요에서 시작한다.
--- p.10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등짝 축복’(Hidden blessing)이라는 놀이가 있다. 각자 등에 A4용지를 붙인 다음, 돌아다니면서 다른 아이들의 등에 칭찬, 격려, 축복의 말을 적어 주는 것이다. 이 놀이를 통해 등 뒤에서 서로 좋게 말하는 게 얼마나 유익한지 실감해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말을 써 줘야 친구가 기뻐할까?’, ‘다른 친구는 내 등에 어떤 말을 써 주었을까?’와 같은 궁금증과 기대감 속에서 놀이를 하게 된다. 대형 마트에서는 왜 고객에게 시식 기회를 제공할까? 맛을 봐야 물건을 사기 때문이다. 뒤에서 좋게 말해 주는 재미를 스스로 느껴 봐야 그렇게 살게 된다. 삶을 바꿔 주는 게 교육이다.
--- p.15
학교나 교회에서 우리가 만나는 수업이나 설교는 대부분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다. 아이들은 침묵하고 오로지 교사에게 집중하는 분위기다.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은 자리에서조차 말이다. 이런 분위기는 아이들을 더 얼어붙게 만든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가 얼어붙어 있는 상태에서는 교육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얼음장을 녹여야 소통도 가능해진다. 이것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라 하는데,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전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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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배를 마친 후, 2부 순서로 그날의 설교 내용에 대한 소감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한다. 평소 오프라인 예배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많아 시도하기가 어려운 일인데, 유튜브 같은 온라인에서는 채팅방이나 댓글 기능을 통해 자유롭게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교회학교 아이들이나 부모들은 대부분 카카오톡을 이용한다. 그러므로 교역자나 교사는 수시로 문자, 보이스톡, 페이스톡을 통해 심방, 기도, 대화 등 다양한 사역을 할 수 있다. 또한 가족들이 함께 예배하는 모습을 촬영해 SNS에 게시하도록 할 수도 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공간을 만들어 사진과 그날 받은 은혜를 적어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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