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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에필로그

엄마 에필로그

: 영화인 심재명의 속 깊은 이야기

[ 양장 ]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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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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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80g | 128*185*20mm
ISBN13 9788960901636
ISBN10 896090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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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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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 싶었다.
엄마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엄마는 내게 어떤 사람인지를 쓰는 것으로 그나마 대신하고 싶었다. 그러면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나의 슬픔도 좀 옅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글을 마치고 서문을 쓰는 지금도, 전과 별로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나이 오십에 문득 지금 내 나이의 엄마를 생각한다. 그때 난 스무 살이었다. 십 대를 지나 막 스무 살이 된 그 나이에는 나 자신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철없는 때라 ‘엄마의 갱년기’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전혀 알지도 못했다.
---「나의 오십, 엄마의 오십」 중에서

엄마의 무엇이든 아끼기 전략은 요리를 하는 데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참기름도 들기름도 설탕도 깨소금도 모두 조금씩 넣는 모습이 무슨 시늉만 내는 요리사 같았다. 그래서 김장 김치는 진하지 않은 대신 시원한 맛을 얻었고, 무나물 무침도, 제육볶음도, 된장찌개도 그 맛이 담백했다.
---「가난의 맛」 중에서

엄마를 잃어버릴까 봐 눈물 바람으로 한 정거장을 뛰어, 기다리고 있던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혀를 차며 나를 맞았고, 아까 준 돈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차비로 냈다고 하니 대뜸 내 뺨을 때렸다. 엄마가 냈는데 왜 또 냈느냐며. 느닷없이 뺨을 맞아 아프기도 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모녀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창피한 게 더 컸다.
---「나 어릴 적 엄마는」 중에서

두 번째 달에는 수업료가 밀리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 엄마가 직접 화실 선생님을 찾아와 며칠만 기다려달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때 나는 그림을 그리다 화실에서 내준 간식을 먹고 있었지, 아마.
---「해달라면 다 해주는 사람」 중에서

엄마가 명랑하고 유머 감각이 넘치는 귀여운 여자라는 사실을 그 무렵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예쁜 꽃과 나무에 감동하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노래를 즐겨 부르며, 아이와 온몸으로 씨름하며 놀아주는 씩씩한 할머니라는 사실을.
---「새로운 행복」 중에서

그런 엄마 덕분에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별로 없었지만, 어떻게 살고 싶다, 무엇이 되고 싶다 하는 것에 대해서 절실하고 절박하게 꿈을 꿀 수 있었다. (…) “자신의 앞가림을 하면서 남한테 폐 끼치지 않고 성실하게 살기를 바라……” 하고 말한 적 없이 그냥 엄마가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실천하는 사람」 중에서

엄마는 어리석게도 “이게 옮는 병은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의사는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열심히 약 드시고 물리치료도 열심히 하세요.” 한다.
---「발병」 중에서

엄마는 아기처럼 앉아 수줍고 애잔한 눈빛으로 우리에게 몸을 맡긴다. 몹시 힘들고 고통스러울 텐데도 그저 “미안해, 미안해”라고만 아주 천천히 어렵게 발음하고는 가만히 앉아 계셨다.
---「가족의 끈」 중에서

그러나 많은 자식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 엄마와 대화하고 엄마와 화해하고 엄마를 이해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엄마의 목소리가 정다워졌다.
---「내 인생 가장 후회되는 일」 중에서

이제 몸무게 30킬로그램, 키 150센티미터의 아주 작아진 엄마가 단정하게 수의를 다 입고 누우셨다. 사람들이 짐승처럼 울부짖는 모습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나 봐왔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울었다.
---「내 인생 가장 후회되는 일」 중에서

“어머님이 보시기에 따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엄마는 대뜸 이렇게 말하셨다.
“아주 독한 년이에요.”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딸이라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하긴 했어도, 엄마의 생애 첫, 짧은 인터뷰를 바라보는 딸로서 참 쑥스러웠다.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 중에서

나는 그곳에 가나다 순서에 맞춰 ‘고 홍기열 님’이라고 올렸다. (…) 영화는 함께한 많은 사람들의 것이기에 누구 한 사람이 한 영화를 한 사람에게 온전히 바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여튼 감사하다는 자막 밑에 수십여 명의 이름 사이 나의 엄마 이름도 함께 올라가 있다.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 중에서

플래시백처럼, 내 과거의 못난 ‘스토커적 삶’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꼭 그래서는 절대 아니지만, 어쨌든 [버스, 정류장]은 영화 제작자라는 내 손에 의해 영화화의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 통통한 얼굴에 단발머리를 하고, 무거운 책가방을 든 채 ‘슬픈’ 눈으로 버스를, 사랑하는 친구를, 불투명한 청춘을 기다리던 열다섯 살 소녀가 거기 서 있었다. 빨간 바지를 입고 촌스러운 귀고리를 하고 책 몇 권을 가슴에 안은 내 스무 살의 얼굴도 보았다.
---「버스 정류장에 선 스토커」 중에서

그날 이후로 내가 이십오 년 동안 같은 일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좋아하는 영화’에 관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먹고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기뻤다고 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용기를 낸다. 나는, 고작 나를 위해 사소한 용기를 낸 정도다.
---「사소한 용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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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째 좀 알겠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친밀감과 믿음 쪽으로. 내게 심재명은 그런 사람이다. 그이가 산문집을 낸다고 해서 나는 당연히 영화에 관련된 글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 이야기다.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일인자일 그이가 제작한 영화 이야기는 끼어들듯 조금 섞여 있을 뿐. 나는 루게릭병을 앓다가 작아지고 작아져 30킬로그램의 가볍디가벼운 체중으로 저세상으로 옮겨가신 그이의 엄마 이야기를 빠져들듯 읽다가 여러 번 눈을 감았다. 내 엄마의 말, 내 엄마의 상처, 내 엄마가 누린 소소한 행복, 내 엄마의 체온, 내 엄마의 손길이 거기 있었기에. 이 글을 쓴 그이와 내가 다른 게 있다면 그이의 엄마는 여기에 부재하고 내 엄마는 아직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알고 있다. ‘언젠가’라는 단서가 붙어 있을 뿐 그이의 슬픔과 상실감이 곧 내게 당도하리라는 것을. 새삼 이 사실을 일깨워준 글들을 처음으로 돌아가 한 번 더 읽는다.
신경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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