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는 관찰과 해석 못지않게 적용도 중요하다. 그런데 내 적용은 모호하고 피상적인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깨어 기도하자.” “전도하자.” “만나는 사람에게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자.”
“열심히 봉사하자.” “솔선수범하자.”
주로 이런 결론이 대부분의 적용을 차지했고, 심지어 “정신 바짝 차리고 똑바로 살자”라고 적어놓은 날도 있었다. 내가 했던 모든 적용을 요약해보니 이런 문장이 되었다.
“예수 안에서 착하게 살자.”
내 큐티 적용의 모든 것이 여기 들어 있었다. ‘예수 안에서’와 ‘착하게’라는 표현에서 벗어나는 말씀 적용이 있을까? 전도나 선교가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예수 안에서’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이웃 사랑은 어떻게 적용할 거냐고 따진다면, ‘착하게’라고 말해주겠다.
--- 「1장」 중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람’이란 도대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묵상을 마친 후, 헬라어 성경에서 해당 구절을 살펴보았다. 본문에서 ‘사람’으로 번역된 헬라어는 ‘(일반적인) 사람’을 의미하는 단수 명사 ‘안쓰로포스’ανθρωπο?였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람’은 하나님의 백성이나 예수 믿는 사람, 또는 예수님의 제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묵상을 마친 이후에도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하나님이 이 단어를 통해 내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원하시는 것 같았다. 이 궁금증을 마음에 품고 계속해서 성령님의 조명하심을 기다리는 중에, 새로운 질문이 생겨났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은 본래 어떤 존재였을까?”
그래서 나는 성경, 특히 구약 성경에서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된 용어들과 사람의 장기(臟器)를 지칭하는 용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일련의 연구는 예수님께서 왜 ‘사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셨는지, 더 나아가 왜 사람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가 왜 말씀을 묵상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 「2장」 중에서
묵상의 주도권은 성령님께 있다. 그러므로 묵상할 때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묵상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면 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본문에서 자신이 필요한 것만 찾으려 한다. 이런 행위가 다 잘못된 것이라 할 순 없지만, 그것은 묵상이 아니다.
묵상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말씀 앞에 홀로 나아가 기다리는 시간이다. 하나님을 만나는 것에 정형화된 공식은 없다. 오직 하나님 그분이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공식이라면 공식일 것이다. 그러니 말씀 앞에 앉아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다리자. 성령님이 말씀을 조명해 주실 것을 신뢰함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자.
--- 「5장」 중에서
헬라어 전치사 ‘에이스’ει?는 ‘밖에서 안으로’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영어로는 ‘인투’into로 번역된다. 에이스 또는 인투 묵상을 하는 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신념, 또는 지금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을 말씀에 대입한 후, 지금 필요로 하는 메시지를 얻으려 한다.
묵상 본문에 자신의 전제와 판단과 해석, 더 나아가 자신의 감정이나 환경을 섞어버리면, 하나님이 주시는 레마의 말씀을 듣기가 굉장히 어렵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다른 요소가 더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묵상은 아무리 오래 해도 영혼의 만족을 얻지 못한다. 또한 내면을 거룩하게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악한 본성에 속박되어 반복해서 죄를 짓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6장」 중에서
사실 묵상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 악한 생각 외에도 조급하거나 분주한 마음도 홀로 침묵 가운데 머물며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나는 말씀 앞에 앉으면 딴생각이 나거나 조급하고 분주해지는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절대 침묵시간’을 연습하게 한다.
절대 침묵은 생활에서 얼마든지 실천 가능한 단순한 훈련이다. 먼저 눈을 감고 떠오르는 분주한 생각을 멈춰서 머릿속을 진공 상태로 만드는 연습을 자주 한다. 처음에는 분주한 생각들을 통제하고 멈추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생각 멈추는 것을 의도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처음에는 1분, 그다음에는 3분, 5분, 10분…. 생각을 멈추고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는 절대 침묵을 연습해보라.
--- 「7장」 중에서
많은 사람이 묵상 내용을 적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지속적으로 묵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묵상을 노트에 기록한다는 것이다. 묵상을 기록하지 않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묵상을 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나도 묵상을 매일 기록한 덕분에, 15년 넘는 세월 동안 매일 빠짐없이 묵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묵상을 기록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반드시 노트를 마련해서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기록하자. 길게 쓰는 것이 부담된다면, 작은 수첩에 메모 형식으로라도 보존하자.
--- 「9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