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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멈추자 일기장을 열었다

세상이 멈추자 일기장을 열었다

: 한국 아빠 프랑스 엄마와 네 아이, 이 가족이 코로나 시대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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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0쪽 | 524g | 148*210*30mm
ISBN13 9791196930912
ISBN10 11969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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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벼락같은 일이어서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학교를 폐쇄할 때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전 국민을 상대로 집 밖에도 나갈 수 없도록 하는 강제 자가격리 조치가 취해졌다. 인권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가 개인의 자유를 전면 통제하다니. 처음엔 너무나 초현실적이어서 믿을 수 없었다.
--- p.007, 「2020년 봄, 그 일상의 기록」 중에서

격리 이후 세번째 맞는 토요일의 아침을 깨운 것은 둘째였다. 짜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을 비비며 다시 쳐다보니 둘째가 쟁반을 들고 서 있었다. “아빠, 이것 여기에 놓을 게요.” 급한 듯 얼른 쟁반을 내 무릎 위에 놓고 사라졌던 둘째가 또 다른 쟁반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아내를 깨워 쟁반을 놓고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 무릎 위에 놓인 쟁반에는 정성스러운 아침식사가 준비돼 있었다. 둘째는 누나인 첫째에게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급하게 자리를 떴다. 내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와 사과주스, 그리고 버터와 잼을 바른 바게트 두 조각, 어제 만든 쿠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비실비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쟁반을 무릎에 제대로 두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커피와 물의 양도 적당했다.
--- p.106~107, 「이 호화로운 조식 서비스」 중에서

붙어 지내기의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각자의 공간이나 취미를 존중해주기다. 내가 아이들의 방패를 만들거나 정원에서 잔디를 깎을 때는 다른 모든 일에 대해 깨끗하게 잊고 그것에만 집중을 한다. 그렇게 하도록 상대가 배려를 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나만의 세계에 빠져 있기 때문에 넷째가 아무리 울어도 모른 척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이러한 행위에는 일종의 치유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내게 방패 만들기가 있다면 아내가 집중하는 것 중에는 재봉틀 놀이가 있다 …… 또 하나, 우리 부부의 생활 패턴 중 오래 붙어 지내기에 특화된 장점은 식사 준비를 한 명이 전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뭐 하나라도 한 명이 전담하는 것은 없다. 젖 물리기처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빼면 말이다.
--- p.246-247, 「방패와 재봉틀과 김치」 중에서

“불행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불행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행복하다.” 우리 가족은 프랑스의 일반적인 가족과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조건 중 여러 가지가 부족하거나 없지만 우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첫째가 만든 작품의 시나리오처럼 우리 가족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뉴욕에 간 적은 없다 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가 이 가족 안에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남들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 p.291-292, 「우리는 행복한 가족일까」 중에서

이변이 없는 한 우리가 다시 갇혀 지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만에 하나, 지난봄의 일이 재연되더라도 인권의 나라 운운하면서 지레 겁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격리의 장점도 상당하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으므로. 다시 일기장을 열고, 집안 곳곳을 손질하고,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며 우리는 조금 특별한 일상을 헤쳐갈 것이다.
--- p.308, 「다시 찾은 일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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