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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친구 남녘 동무

북녘 친구 남녘 동무

: 통일이 되면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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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86쪽 | 404g | 210*297*20mm
ISBN13 9788981652371
ISBN10 898165237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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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맨날 오마니는 나만 참으라고 함메? 못되게 구는 남조선 놀새 아
새끼들이 혼나야지 않슴메?”
광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는 씩씩거렸다.
“그래도 말을 못 알아들음메? 북조선 애들은 맨날 패싸움질만 하는
못된 놈들이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좋겠음메?”
어머니는 광수의 머리에 쿵 알밤을 먹였다.

“광수는 한여름 오이 크듯 쑥쑥 큰다야.”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뽀얗게 살이 오르는 광수가 대견해 죽겠다
는 얼굴이었다. 그러다가 어머니 눈길이 광철이에게로 옮아오면 금세 안
쓰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 좋은 통일이 좀만 빨리 되었으면 좋았을 걸.”
광철이는 남녘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몸집이 퍽 작았다. 5학년이지
만 초등학교 3학년 정도 아이보다 작았다. 어릴 때 영양이 모자라서 그
렇다고 했다.

교실 안은 한여름 밤 무논처럼 와글거렸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였다. 광철이는 아직도 교실 안이 도떼기시장처럼 떠들썩
한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 뿐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남녘 아
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었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 배웠는데 그림
자는커녕 선생님을 말아먹을 것처럼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을 보면 혀
를 내두를 정도였다. 광철이가 북녘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중에도 가장 하기 싫은 일은 불그스레한 쇠똥을 모아 물에
넣은 다음 그것을 구멍이 송송 난 채로 거르는 일이었다. 쇠똥 속에 들어
있는, 채 소화되지 않은 곡식 낟알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야, 이 거지야. 너 같은 북한 놈들 보는 것도 토가 나올 지경이란 말
이야. 그런데 회장까지 북한 놈이 되라는 거야?”
이든은 겨운이의 손전화를 빼앗아 들고 보란 듯이 크게 외쳤다.
“이거 봐라. 북한 놈들이 똘똘 뭉쳐 새터민 또라이 장영석이 선거운
동을 하고 있다아!”
“뭐라고?”
이든의 패거리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광철이는 속으로 혀를 찼다. 겨
운이가 멍청하게 손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다 짝동무 이든에게 들킨 모
양이었다.

“와 만날 빙충이처럼 맞고 사니? 내가 너 때문에 밸이 뿔어나 죽겠다.”
광철이가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때렸다.
“말하라우. 애 맨날 병신처럼 주제비 들어 사네.”
광철이의 위로에 겨운이가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그 꼴을 보니 광철
이의 속이 또 뒤틀렸다. 한편으로 밉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
도 했다.
“울음소리 그치라.”
광철이가 겨운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뼈만 남아 앙상한 겨운이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러고 보니 겨운이의 셔츠는 닳고 닳아 있었다. 겨
운이의 초라한 행색에 광철이는 코끝이 매워졌다.
통일이 되면서 겨운이 아버지는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당 간부로 호
의호식 하던 겨운이 아버지는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무 것도 없었다. 게
다가 피둥피둥 살이 찐 겨운이 아버지는 노동이나 잡일도 숙맥이었던
것이다.

“물품을 분명 배달했는데, 그 쪽에서는 안 받았다는 기야.”
“세상에나 우째 그런 일이 있음둥?”
“배송장에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멍청하게 잊었지비.”
아버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물건은 틀림없이 배송했지비? 그런데 뭐가 문제임둥?”
광철이가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나도 그렇게 말했지비.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그쪽도 회사도 도무지 내 말은 들을
생각을 안 하니 분해서 억이 막힌다.”
아버지가 주먹으로 가슴을 탁탁 때렸다.
“우째 그럼매?”
광철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시 물었다.
“남녘 사람들은 사람 말보다 종이쪼가리를 더 믿는다는 거 모름둥?”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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