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연구 총서는 문명전환 시기 논의해야 할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며, 특히 세 가지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통신 혁명의 진행으로 발생한 인류문명의 변화를 밝히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이러한 문명의 전환이 어떤 새로운 문제점들을 야기하는지 규명하는 일이다. 세 번째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어떤 방책이 필요한지 제시하는 일이다._이한구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장)
---「서문」중에서
현대 문명의 두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적 고찰_문명다원주의가 우리의 남은 대안이라 할 수 있는가? 문명다원주의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강자의, 강자에 의한, 강자를 위한 문명’ 대신 ‘각자의, 각자에 의한, 각자를 위한 문명’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안성찬, 2011:93). 이 연장선상에서 ‘동양의, 동양에 의한, 동양을 위한 문명’도 제기될 수 있다.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지만 문명다원주의는 이미 우리가 검토했듯이 서구 문명보편주의와 마찬가지의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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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을 통제할 수 있을까?_유전변형식품(GMO)에 대한 규제는 유럽의 농업 발전을 저해하고, 아프리카 등 식량 부족 국가를 기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차단하고 있다. GMO를 규제하지 않을 때 생기는 피해는 직접적이고 눈에 보이지만 그 규제 때문에 상실된 이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인간의 인식 능력의 한계다. 기술의 부정적인 결과는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 부분은 인식할 수 있지만, 그것이 모여 전체를 이룰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를 알지 못한다.
--- p.84
지구촌을 배회하는 근본주의라는 유령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_무조건적인 근본주의는 위험하고 유해하다. 어떤 특정한 조건하에서 논의되고 통용되는 ‘조건적 근본주의’는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근본주의에로의 경향성과 사회적·도덕적·종교적 필요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조건적 근본주의는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가능하게 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 p.106
보편윤리에 대한 보편주의적 접근방식의 비판적 고찰_오늘날의 보편윤리는 흔히 ‘지구윤리(global ethics)’라고도 불린다. 이것은 흔히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실천적 비전-예컨대 지구적 규모의 분배 정의, 평화로운 공존, 지속가능한 성장, 깨끗한 환경, 세계 빈곤의 구제 등-을 설정하고, 그 비전의 실현을 뒷받침하는 보편적 덕목이나 가치나 원칙의 천명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보편윤리의 불가결한 전제는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핵심적 덕목이나 가치나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p.115
AI의 도래, 인간의 미래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향방_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에서 미래와 자율적 주권을 박탈하는 무의미한 미래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인공지능과 모든 첨단기술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며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눈여겨볼 가치가 있는 기술이 적응형 자동화이다. 적응형 자동화는 인공지능에 의한 완전 자동화와 같이 인간을 일로부터 추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친인간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인공지능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 p.149
신자유주의 시대의 문화적 지구화와 한류_제1단계와 비교할 때, 제2단계의 한류는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환경적 요인으로서 SNS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연결망이 TV, 신문, 라디오 같은 전통적 미디어보다 정보, 지식 및 뉴스를 전달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그 이유는 전통적 미디어가 대부분 상업적 이익에 의해 통제되는 데 반해서 새로운 미디어는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서 개인 사용자는 보다 직접적으로 보다 자유롭게 다른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상품 소비에 대한 그들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또한 팬덤, 블로그 및 다른 종류의 투입 수단을 통해서 문화품목의 생산과 분배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
--- p.186
인공지능 시대 “Historia, Quo Vadis?”_만물의 공식이라 불리는 알고리즘이 인문학 3문에 대한 답도 할 수 있는가? 알고리즘 세계에서는 인간은 수치화되고 개인은 분할자(dividual)로 바뀐다. 개인은 알고리즘 도구로 분석하기에 알맞은 성분들로 분해되어 데이터 수치로 환원된다. 이런 환원을 통해 알고리즘이 해명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관계일 뿐, 인간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 p.213
한국사회과학 이론의 보편주의_서구보편주의 세계관이 전략적 동화주의를 통해 ‘지배의 논리’를 구사해온 ‘닫힌 보편주의’라면, 다원보편주의 세계관은 주체적 상호작용을 통해 ‘공존의 원리’를 구현하는 ‘열린 보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전자가 유아독존의 논리라면, 후자는 상호공존의 논리다. 다원보편주의 세계관의 원형은 동양적 사유의 틀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때와 장소 그리고 경우에 맞는 최적의 판단이나 행동규범을 의미하는 중용(中庸)의 다원적 시중(時中) 개념은 다원보편주의를 구성하는 중추이론의 메타포로도 읽힌다.
--- p.250
미래 문명과 전쟁_미래의 전쟁 양상은 정보화 사회의 전쟁으로 전쟁 유형, 전쟁 양상, 전력구조, 지휘구조, 전투 형태, 무기체계, 군사 전략 및 전술, 파괴·피해 양상, 전쟁 사례 등은 유사하나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새로운 양상의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인권이 존중되는 정밀무기와 화력이 등장할 것이다. 개관하면, 과학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가능케 하고 전장이 디지털화되며, 가공할 무기가 등장하고, 무인기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가상과학과 같은 전쟁 양상을 보게 될 것이다.
--- p.284
풍수화로 상징되는 한·중·일 문명의 원형_같은 몬순지대이면서도 한·중·일은 하천의 성격에 따라 판이한 사회를 형성한다. 와쓰지가 지적한 공간 조건이 인간성에 주는 영향을 하천의 성격에 관련되는 사회구조의 양상으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같은 몬순지대에 살면서 한·중·일은 서로 다른 하천의 성격에 어울리는 사회를 만들고 저마다 고유문화를 형성했다. 사회를 떠난 언어도 없는 고립적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 p.302~303
사이버안보를 위한 중국의 전략_유엔의 사이버안보 관련 활동은 다양한 정부 간 조직과 관리 기구에 의해 파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엔 산하 많은 기구들이 결의안을 발의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엔 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채택되어야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이버안보 이슈와 관련된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채택된 경우는 없다. 사이버안보를 다루는 다양한 성격의 결의안이 3개의 주요 위원회(군비축소·국제안보위원회, 경제·금융위원회, 사회·인도주의·문화위원회)에 의해 유엔 총회에 상정됐다.
--- p.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