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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수필

탐식수필

: 미식 탐험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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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30쪽 | 594g | 160*220*30mm
ISBN13 9791163023517
ISBN10 116302351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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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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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문자로 된 메뉴판의 해석을 방금 마쳤다. 이스탄불의 시내를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Bosphorus straits은 유럽과 아시아를 구획하는 경계다. 1901년에 문을 연 레스토랑 판델리Pandeli는 유럽의 동쪽 끝에 있는 식당이다. 창밖 다리 건너로 아시아가 보인다. 흑해의 풍토와 오스만의 역사는 접시 위에 갈라타Galata지역만의 새로운 맛을 올려놓을 것이다. 음식을 기다리는 탐험가의 식탁은 기대로 가득 찬다. 집 밖에서 '집밥'을 기대할 수 없지만 다채로운 경험담은 늘 설레지 않은가.

타부크 초르바tavuk ?orbas, 마늘과 닭고기를 오래 끓여 만든 스프가 식탁 위에 놓인다. 이제 이국적인 맛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요거트에 특화된 스푼의 모양부터 낯설다. 치열하게 분석할 채비를 갖추고 한입 떠 넣는다. 그런데 난데없이 익숙한 맛이 혀끝에 전해진다. 부평의 외가, 외할머니 정기숙 여사는 금지옥엽 손주가 올 때마다 닭죽을 끓였더랬다. 어린 입맛에 푹 익은 마늘은 무섭지 않고 알맞게 달았다. 푹 고아진 닭고기의 살결은 갈치의 속살마냥 한없이 부드러웠다. 순간,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아나톨리아Anatolia 억양이 짙은 터키어에 정신이 번쩍 든다. ‘술탄의 레스토랑’이라는 애칭을 가진 이스탄불의 오래된 식당에서 잃어버렸던 부평의 시간을 찾은 난감함에 고개를 돌려 다시 맛을 음미한다. 시선이 흐른 곳에 식당을 찾았던 셀럽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근엄한 표정과 오드리 햅번의 알 수 없는 미소 사이에서 닭고기 스프 맛의 아이러니는 다시 미궁으로 빠진다.
--- p.20~21

호세의 집으로 가는 길은 건조한 사막으로 이루어진 마드리드 남부의 라만차 황무지다. 끝없이 이어진 황토 사막을 건너다보면 목이 칼칼하다. 돈키호테가 한 판 승부를 벌인 언덕 위의 풍차가 아니면 방향을 가늠할 이정표조차 없다. 어렵게 도착한 작은 마을에 장이 섰다. 황무지의 칼칼함을 달래주는 것은 다름 아닌 동치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동치미를 라만차에서 만난다. 라만차 동치미의 시원한 맛의 비결은 숨 쉬는 항아리에 있다. 스페인의 항아리 카수엘라는 흙으로 빚은 우리의 장독과 유사하다. 크기도 양손에 움켜쥘 정도의 작은 항아리부터 성인 두 명이 겨우 들 만한 크기의 항아리까지 다양하다. 장독은 발효를 위한 도구다. 치즈를 장독에 넣어 저장 할 리 없으니 그들의 장독 속 발효 음식 또한 채소가 주인공이다. 채소에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어 장독에서 숙성시키니 그 맛이 김치와 다를 수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스페인 중부에서는 아직도 장독을 땅에 묻어 지열을 이용해 발효시킨다는 것이다. 알마그로 동치미는 우리의 반찬 김치처럼 스페인의 유명한 밥 요리 파에야와 한 상에 오른다.
--- p.25~26

부다페스트의 레스토랑들은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과 결을 같이한다. 많은 레스토랑들이 리스트의 작업처럼 헝가리의 전통 메뉴들을 보편적인 코스의 리듬 위에 얹는다. 자신들만의 색체를 유지하면서도 어느 나라 사람이 먹어도 불편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국에서도 ‘한식의 세계화’ 정책이나 최근의 컨템퍼러리contemporary 한식 식당들이 식문화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쉬움이 크다. 글로벌 시대에 들어서며 세계적으로 이러한 추세는 계속 강해지고 있다. 의외로 그 결과물이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곳이 부다페스트다. 다른 곳과는 분명히 다른 헝가리의 전통요리들이 편안하게 재해석된다. 코스의 리듬은 부드럽고 서구의 와인도 편안하게 조화를 이루어 서빙된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악단은 첼로나 바이올린과 같은 클래식 악기들과 헝가리 민요 연주에 사용되는 전통 악기들로 협연한다. 실로폰과 비슷한 건반 역할을 하는 쳄발로cymbalo, 기타와 바이올린을 합쳐놓은 듯한 전통 현악기 덜시머dulcimer는 이국적이면서 익숙한 편안함을 선사하여 식사 자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 p.53

카페의 테라스와 커피, 그리고 크루아상 한 조각을 생각하면 파리의 아침 풍경이 떠오른다. 크루아상은 단순히 빵의 한 종류를 넘어 ‘프렌치 시크’로 대변되는 파리의 문화를 함의한다. 그러나 사실 크루아상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음식이 아니다.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는 크루아상인 만큼 그 역사에 관해 많은 설이 내려온다.?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가 오스만과 오스트리아에 얽힌 이야기다.

어느 나라에서나 제빵사는 아침으로 먹을 빵을 준비하기 위해 누구보다 일찍 새벽을 연다. 오스만제국이 유럽을 침공하던 시대, 어느 날 새벽에 빵을 만들던 한 제빵사는 오스만 군대가 오스트리아를 공략하기 위해 지하에서 땅굴을 파는 작업소리를 듣게 된다. 제빵사의 신고로 이를 알게 된 오스트리아는 오스만 제국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 공을 높이 산 오스트리아의 왕이 제빵사에게 상을 내리기로 하자 영리한 제빵사는 초승달 모양의 빵에 대한 특허권을 요청한다. 오스만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후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앙리 16세의 왕비로 정략결혼을 하게 됐고, 그녀가 고향을 그리며 엘리제궁의 요리사에게 크루아상을 만들게 하면서 크루아상이 프랑스에 전해졌다. 그러나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빵을 전해준 마리는 단두대의 눈물로 화했고, 아직까지도 이슬람의 몇몇 나라에서는 오스만의 패전을 조롱하는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은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이렇듯 전쟁은 역설적으로 단절되어 있던 경계를 허물고 문물을 소통시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지배하는 쪽과 지배 받는 쪽 양방향으로 흘러들어간다. 영국이 인도를 정복한 시절 인도의 카리는 영국으로 건너가 커리가 되었다. 영국 해군이 즐기던 커리는 일본 해군에 의해 카레가 된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커리는 오뚝이처럼 세계여행을 이어간다. 커리의 노랗고 매콤한 아이러니는 그렇게 세상을 물들이게 된다.
--- p.63~65

와인이나 치즈가 만들어진 특정한 연도를 ‘빈티지’라 부른다.?우리에게는 그해 농축산 가공품의 가격을 정하는 기준으로 여겨지는 빈티지가 그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작황을 통해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기록한 빈티지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며 매년 기록하여 후대에 넘겨주는 숙제다.?빈티지는 그해의 바람과 땅과 햇빛에 대해 적은 일기장이다.?재배자인 동시에 관측자인 치즈 농장 사람들은 그해의 빈티지를 적어 후대에 전달하고 선대의 빈티지를 통해 숙성의 정도를 결정한다.?그리고 그 결과를 기록해 다음 대의 사람들이 치즈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돕는다. 전통에 대한 믿음과 시간에 대한 겸허함에 의존해 숙성되고 있는 치즈들은 그 시간이 가지는 이야기를 특유의 맛과 향으로 고스란히 드러낸다.?치즈의 속살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톡 쏘는 아이러니와 짭조름한 땀방울이 담겨 있다.?그리고 그 끝은 언제나 향긋하고 고소하다.
--- p.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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