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부처님 말씀, 즉 경전을 읽는 일입니다. 팔정도 수행을 위해 우선 경전, 그 중에서도 초기경전 공부는 필수입니다. 간화선 수행을 하든 위빠사나 수행을 하든 효과적으로 하려면 수행의 경전적 근거를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수행을 왜 하라고 하셨는지, 어떻게 하라고 하셨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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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질문의 종교, 수행의 종교, 깨달음의 종교입니다. 일찍이 2,600여 년 전 깨달음을 얻고 설파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오늘의 좌표 위에서 정확히 읽고 습득하고 삶 속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며, 사찰마다 불자 모임마다 개인마다 경전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학문적 연구자들이 아닌 일반 불자들을 대상으로 초기경전을 강의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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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초기경전부터 공부해야 할까요? 불교의 핵심교리는 연기법과 일체법, 삼법인, 사성제, 이 네 가지라고 저는 늘 이야기합니다. 이 핵심교리를 가장 명료하게 체득할 수 있는 비법이 바로 초기경전에 있습니다. 초기경전을 꾸준히 읽다 보면 이 네 가지 교리가 계속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불교의 기본 틀이 마음속에 확립됩니다. 체화된다는 뜻이죠. 그렇게 될 때 불교 공부도 재미있어지고, 후에 대승경전을 읽어도 어딘가 현실과 유리된 듯한 느낌을 받지 않게 됩니다. 선어록을 읽어도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구체화되어 그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직관력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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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성도하셔서 삶의 이치와 우주 만유의 이법을 깨치셨다는데, 그 깨달음의 내용이 한 마디로 말하면 바로 ‘연기법’입니다. 그렇다면 연기법은 무엇인가요? 세상의 모든 존재현상들이 원인과 조건에 따라, 즉 인연 따라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유일신이 있어서 일정한 프로젝트에 의해 세상을 만들고 주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만사는 인연에 의해 생겼다 없어지고, 또 일어나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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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적으로 사는 사람의 특징은 뭘까요? 마음이 항상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다는 것이지요. 시간과 공간, ‘지금 여기’를 극대화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연기적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연기가 무엇인지를 투철히 알아서 연기적 관점으로, 연기적으로 행해서 연기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행자입니다. 그래서 지금 읽은 이 경전이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경에 ‘지금 여기’의 가르침과 연기법을 연결해놓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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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고통 속에서 헤매는 근본 원인을 찾아보니, 나라는 존재의 연기성을 체득하지 못하고 계속 자기에게만 집착하는 데서 모든 괴로움이 출발합니다. 그러니 나를 중심으로 한 세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연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세계를 이렇게 하나하나 분석한 겁니다. 논리와 이성 위주의 세계관을 중시하는 서양 사람들조차도 불교를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종교라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p.130
불교는 염세주의나 비관주의가 아니라 사실주의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할 때 그것에 대한 치유책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의 힘으로 하나하나 역동적으로 삶을 개척하고 진정한 행복을 창조해가는 것이 불교입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 있는 이론이 바로 삼법인입니다. 삼법인의 이해는 아주 중요하니, 실제 삶에서 그 적용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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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이 살아가는 현실이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것, 모든 고통은 원인들이 모여서 일어난다는 것, 중생이 직면하는 고통은 없앨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통을 없앨 수 있는 구체적인 길이 바로 ‘사성제’입니다. 모든 것이 괴롭다는 것을 알고 이해하며, 괴로움의 원인이 쌓임에 있음을 알고 끊으며, 괴로움이 소멸되는 진리를 알고 증득하며, 괴로움이 사라지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닦는다면 고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게 되겠지요. 이것이 불교의 목표인 이고득락(離苦得樂)입니다. 고를 여의고 낙을 얻는 것. 여기서 ‘낙’이란 우리 욕계(欲界) 세상의 즐거움이 아니라 궁극적인 행복과 대자유를 말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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