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공부 방법론의 요체는 21자 주문 수련
동학의 세 분 스승님의 공부 방법론은 각각 특징이 있지만 그래도 그 바탕에 한결같이 흐르는 정신은 지극한 정성으로 21자 주문에 의지해서 공부하면 결국 내가 모신 한울님을 체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각자위심(各自爲心)의 이기적인 삶,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투쟁적인 삶이 아니라, 하늘과 사람, 그리고 만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서로의 행복의 이유가 되어 주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p.41
수운 최제우, 후천개벽을 꿈꾸다 순도의 길을 걷다
기울어 가는 나라를 새로이 일으키고, 희망 없이 고통에 허덕이는 민중들을 구원하며, 나아가 이 세상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방향을 올바르게 가르침으로써 세상을 구하고자 일생을 바쳐 온 수운 최제우. 새로운 삶의 질서로 영위되는 세상, 후천개벽을 꿈꾸며 살아온 선생은 끝내 이단 사교와 요언으로 백성을 현혹한다는 혐의를 쓰고 순도의 길을 걸어 한울로 돌아갔다(還元).
--- p.61
노자의 허심법, 수운의 수심법, 감각을 타고 넘다
노자는 마음을 비움으로써 도를 온전히 체득하는 경지를 지향했다. 다시 말해 현실 세계에서 직면
하는 사태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감각기관에 구애되지 않고 균형 있게 바라봄으로써 도의세계에 도달하게 하려고 했다. 반면에 수운은 본래의 마음, 즉 한울님의 마음을 지킴으로써 한울
님의 지혜와 덕을 받고 또 이 세상 사람과 만물이 모두 한울님을 모신 존재임을 깨달아서 이 세상이 한울님 세상으로 바뀌도록 하는 것이다.
--- p.97
화두선 수련법과 동학 21자 주문, 영부 수련법
화두법은 화두가 너무 많아 어떤 화두를 선택해서 수련해야 할지 잘 모르는 어려움이 있지만, 동학의 주문 수련은 오직 주문만 외우면 된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고, 주문을 외운 결과 영부를 그려내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더욱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 p.124
양명의 치양지 수련과 수운의 21자 수련 비교
양명의 ‘치양지’는 외부 세계의 모든 사물과 사건에서 양지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오직 양지만을
믿고 만나는 모든 사물과 사건에서 양지를 제시해서 옳은 것은 취하고 그른 것은 버리는 수련 방법이다. 수운의 수련법은 21자 주문을 평생 동안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다. 21자 주문이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이 세상 만물을 주재하는 한울님의 지혜와 힘을 함께 쓰는 셈이 된다.
--- p.150
해월 최시형, 인류의 스승으로 돌아가다
해월은 72세 되던 1898년 4월 5일, 스승인 수운이 동학을 창도한 그날에 관군에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다. 한성감옥에 수감 중에는 옥바라지를 하던 제자들에게 돈 50냥을 차입하게 하여 떡을 사서 감옥에 있는 다른 제수들에게 나누어 먹이기도 했다. ... (중략)... 해월(海月), 바다를 빈 틈 없이 비추는 달처럼, 온 세상에 동학의 빛을 비추어 한울님을 기르고 한울 세상을 위해 큰 덕을 유감없이 펼쳤던 인류의 스승이 이렇게 돌아가셨다.
--- p.178
한울 마음으로 사람 마음을 다스려 한울사람으로 살아가기
해월은 사람의 마음은 한울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의 두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울님 마음은 너무나 크고 넓어서 무엇이라고 개념 정의를 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했다. ...(중략)... 반대로 인심은 잘난 체하는 마음, 사치하는 마음, 탐욕하는 마음,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고 하는 마음 등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해월은 본래 마음은 한울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이 둘이 아닌 하나라고 했다. 그러므로 한울님 마음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잘 다스려야 사람은 한울사람으로서 살 수 있다고 했다. --- p.204
유가와 동학의 수양법의 차이, 민중들을 위한 수양법
유가와 동학의 차이는 유가의 수양법은 궁리(窮理)가 거경(居敬)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진
다는 것이다. … 유가의 수련법과 그 방법론들이 백성 일반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당시 지배층, 지식인 계층에 국한되었던 것도 그 배경이 된다. 그러나 동학의 공부 방법은 당대의 민중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21자 주문만으로도 만권시서에 값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가의 수련 방법과 차이점이 생기게 된다.
--- p.234
의암 손병희, 순국과 순도의 길을 함께 걸어 영원히 살다
해월이 순도한 이후 오로지 교단의 중흥 발전을 통해 수운-해월 선사(先師)의 뜻이 이 세상에 널리 펼쳐지는 데에만 집중해 온 의암이 자신의 일생을 돌이켜, 다시금 스승(해월-수운)님들의 뜻에 얼마나 부응하였는지를 회고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또한 그것은 다른 말로 의암이 그 스승들의 뒤를 따라 영원의 길로 나아갈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1922년 5월 19일 오전 3시쯤 환원(還元)하여 성령출세(性靈出世; 몸은 죽어도 그 性靈이 자손과 후학들의 心靈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음)하였다.
--- p.265
의암의 주문 수련법, 중도를 잃지 않으며 정진에 정진을 거듭함
의암은 주문 공부로써 마음을 “굳세게 하여 빼앗기지 않고, 안정하여 움직이지 않고, 부드럽게 하되 약해서는 안 되고, 깨어 있고 어두워서는 안 되고, 침묵하되 잠겨서는 안 되고, 한가하나 쉬어서는 안 되고, 움직이되 어지러워서는 안 되고, 흔들려도 뽑혀서는 안 되고, 고요하지만 적막해서는 안 되고, 보이나 돌아보아서는 안 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 pp.286-287
의암의 주문 수련법, 중도를 잃지 않으며
의암은 육신의 의의를 두 방향으로 상반되게 정의했다. 첫째는 육신은 백 년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객체라고 했다. 둘째는 육신은 성품(性靈)이 의지하고 근거하는 바로서 그 측면에서는 몸 또한 주체로서 기능한다고 했다. 몸, 즉 육신의 두 측면은 시간과 공간에 즉하여 어느 것이 주체로 자리매김하느냐에 따라 작용하는 한 이치의 두 측면일 뿐이다. (중략) 우리는 일상에서 대부분 육신을 주체로 한 삶과 생각을 영위하지만, 의암은 사람이 끊임없이 육신관념을 돌이켜 성령관념을 보존하고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것이 바로 ‘이신환성’이다.
--- p.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