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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방황을 인도로 가져갈게요

당신의 방황을 인도로 가져갈게요

: 인도, 홀로 서는 법을 배우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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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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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48g | 127*188*20mm
ISBN13 9791189930516
ISBN10 11899305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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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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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말기입니다.”

우리 엄마에게, 아니 우리 가족에게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 생기발랄하던 엄마는 방사선과 지독한 약물을 사용하는 항암치료에 급속도로 달라져 갔다. 몰라보게 수척해진 몸, 몽땅 사라져버린 머리카락들, 너덜너덜 검정색 타이어처럼 변해버린 주사를 맞는 왼팔. 학창 시절 낯설어진 모습의 엄마를 보러 주말마다 대학병원으로 가는, 우리 가족만의 특이한 소풍을 다니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자연스레 몰두할 것에 매달리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와 상관없이 무언가 열심히 할 때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를 하면서 올바르게 내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상은 현실 도피였다. 비어있는 시간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날 덮쳐와 숨쉬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 「Prologue | 여행이 삶에 일으킨 나비효과」 중에서

인도에서 한 달 살기는 모든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열심히 계획해서 갔지만 내 뜻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뜸 없이 하게 된 봉사활동, 오밤중 날 괴롭힌 술 취한 망나니들, 죽음의 문턱에 서본 경험, 무한한 신뢰와 환대를 주었던 처음 본 사람들. 여행 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것들은 자연스레 나의 가치관에 스며들었고 그것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 「Prologue | 여행이 삶에 일으킨 나비효과」 중에서

신기한 건 이렇듯 단순한 일상을 보내는데도 내가 지금 생활에 꽤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상 과제를 하든, 돈을 벌든 혹은 운동을 하든 시간을 빈틈없이 채워야만 직성이 풀리던 내가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았음에도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난 그 사실이 꽤 놀랍다. 트레킹 하면서 나도 모르게 ‘여백의 미’로 내 삶을 채우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일까? 오늘도 나는 생각 없이 걷기 위해서, 길에서 만난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위해서, 단순함에서 오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 「Part 17. 히말라야에서 열린 정상회담」 중에서

이렇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도 그렇지만 인도에는 내 주머니를 털어가려는 별의별 종류의 사기꾼들이 득실거린다. 그것은 기차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경찰행세를 하며 “표가 없으면 벌금을 내!”라고 으름장을 놓고 돈을 뺏어가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사기꾼이라지만 경찰사칭이라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들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타난 남루한 옷차림의 부랑자. 역시나 나에게 다가와 당당히 기차표를 보여달라 한다.
--- 「Part 2. 오자마자 벗어나게 되는 혼돈의 땅, 뉴 델리」 중에서

참 신기하게도 밤 8시가 넘었는데 그리 어둡지가 않다. 저 앞으로 손에 닿을 듯 거대한 눈 봉우리에 반사된 달빛은 시선을 빼앗아가기에 충분하다. 저 은은한 달빛만 따로 떼어내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잔잔한 아름다움에 취해서일까, 이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취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릴 끈질기게 괴롭히는 고산증세 때문일까. 몽롱하고 알딸딸한 기분에 배시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 「Part 6. 영화보다 더 멍청하고 무모한 세 얼간이의 만남」 중에서

“예쁘다…. 진짜 예쁘다.”

뜨거웠던 햇빛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바닥에 누워있다. 밑에서 올라오는 따뜻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눈이 스르르 감긴다. 꿈을 꾸는 듯 두 눈에 자르르 가라앉는 별들은 점점 흐릿해지다 이내 사라져버린다. 영원 속의 잔잔함. 천국에서 새어 나오는 수천 개의 빛이 무거운 눈꺼풀을 비추는 지금. 그냥 이대로 시간의 흐름에서 똑 떨어져 나왔으면 좋겠다.
--- 「Part 21. 천국으로 향하는 문, 인도 최고의 오지 투르툭」 중에서

매번 느끼지만 나는 인복을 타고 난 것 같다. 어딜 가든지 이렇게 배울 것이 넘치면서도, 날 진심으로 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보면 말이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한국이었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한국인과 이야길 나누며 그렇게 밤을 지새운다.
-‘Part 19. 해발 4600m에서 느낀 한국인의 정」 중에서

저 멀리 앞서나간 녀석을 따라잡기 위해 속력을 내며 가던 중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나더니 눈앞에 새하얀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온몸이 다 젖은 채로 무리를 했기에 체력이 고갈된 탓이리라. 놓쳐버린 정신의 끈을 붙잡는 순간 내 코앞에 절벽이 나타난다. ‘으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몸을 휙 틀어버리자 오토바이에서 튕겨 나온 내 몸뚱어리는 데구르르 굴러간다. 공기를 거니는 한없이 가벼운 민들레 씨앗처럼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 「Part 13. 죽음의 경계에서」 중에서

“이봐 J, 인생은 한 번뿐이야.”
“뭐라고?”
“한 번뿐인 인생이야. 같이 가자.”

그 순간 참으로 단순하게도 이 말 한마디에 홀딱 넘어가 버렸다.
“그렇지! 그렇지! 인생은 한 번뿐이지!”
--- 「Part 9. 두려워도 질러 봐. 인생은 한 번뿐이야!」 중에서

행복하다. 정말로 행복하다. 보면 볼수록 티 없이 맑은 영혼과 순박 함으로 가슴 가득한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리고 소박함에서 우러 나오는 즐거움을 곱씹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나의 이 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따뜻하고 정 넘치는 장면들 하나하나가 이 곳의 일상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부럽다.
--- 「Part 23. 행복해지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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