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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4

홀로서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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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8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3920102
ISBN10 89839201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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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대한 기억 1

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우리는
그 어둠 속을 헤매다니며
서로 부딪혀 상처를 내고는
손잡고 오랜만이야, 다시 만나자.
돌아서서 다시 그의 등에 칼을 꽂는다.
아니 너였잖아, 미안해
이 빌어먹을 어둠 때문이야.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을 때쯤
돌아보면, 다들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고
그 속에 들어오는 녀석들을 죽일
칼을 번쩍이고 있다.
이젠 문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아니
문에 대한 기억은 처음부터 없었다.
--- p.81
꽃씨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써야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 하나의 유리이슬이 되어야지.

은해사 솔바라 목에 두르고
내 가슴의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도 들고
그대 앞에 서면
그대는 깊이 숨겨 둔 눈물로
내 눈 속 들꽃의 의미를 찾아내겠지.

사랑은 자기를 버릴때 별이 되고
눈물은 모두 보여주며
비로소 고귀해진다.
목숨을 걸고 시를 써도
나는 아직
그대의 노을을 보지 못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위해
나는 그대 창 앞에 꽃씨를 뿌린다.
오직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의 꽃씨를 묻는다.
맑은 영혼으로 그대 앞에 서야지.
--- p.18
그대를 사랑하는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여서
살아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는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겠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 p.15
겨울 귀가

낮에 내린 눈이 남루해진 저녁
바람은 자꾸만 저항력으 떨어뜨리고
소주 몇 잔으로 자신을 학대한다는 생각을 애써 지우며
아직 얼지 않은 꿈 하나를 본다.

참담한 미소에 대항할 방법도 없이
이 지루한 바람과의 전쟁
겨울은 달빛조차 살 속에 시리고
노후를 걱정하는 거북이들이
남은 생명을 담보로 얻은 온기를 지킨다.

적당한 고통은 정신을 맑게 한다.
더 차가운 바람은 생각의 끈을 자른다.
평형감을 잃은 곤충들이
비틀거리며 겨울의 한쪽 벽에 기대고
눈 녹은 물들이 다시 얼어
지친 걸음 더욱 힘겹게 한다.
멀리 비치는 불빛까지 갈 수 있다면
내 의식의 겨울은 너무 춥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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