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7년 1월의 끄트머리, 슈베르트는 마침내 스무 살이 되었다. 성인이 된 작곡가의 모습은 대충 이러했다. 자그마한 키에 몸피는 투실했고, 안경을 낀 외모는 별다른 매력이 없었다. 잘난 체하는 법 없이 겸손했으며, 허세가 난무하는 기성 사회에 섞이기보다는 뜻 맞는 친한 벗들과 어울리는 편을 선호했던 것도 이 젊은이가 가진 한 가지 면모였다.
---「4장 기회가 찾아오다」중에서
슈베르트는 가곡 기법과 그 이해에 대한 변화 과정을 통해 성악 작법의 발전 잠재력을 견인하는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 (중략) 슈베르트는 가곡에 새로운 극적 표현력을 부여함으로써 원시의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았고, 또한 이제 본인이 지적 수준에서나 기법 면에서 뛰어난 문학적 과업에 응대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4장 기회가 찾아오다」중에서
이렇게 1819년이 지나갔다. 슈베르트에게는 몇 가지 성공과 든든한 우정, 지성적·음악적 사고의 진척과 그 실제적 응용 등으로 기억할 만한 해였다. 그의 장래성을 알아보고 천재성을 인정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고, 중산층 사회가 그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슈베르트는 마침내 자기 삶을 앞가림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듯 보였다. 기대할 만한 미래가 임박한 듯했다.
---「4장 기회가 찾아오다」중에서
창조를 업으로 하는 예술가들이 모두 그렇듯, 작곡가 또한 자극과 고독을 모두 필요로 하는 존재다. 슈베르트와 가장 가까운 친구들은 이 점을 이해했다. 그들은 작곡가 친구가 혼자 있고 싶어 할 때가 언제인지 알았고, 그러다가도 막 완성한 작품을 들려주고 싶다며, 시문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며, 상의할 것이 있다며, 혹은 그저 함께 어울리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자며 슈베르트가 부를 때는 언제고 달려왔다.
---「5장 달콤한 인생」중에서
병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823년 이후의 음악에는 고통스러운 육체와 비통한 정신, 비참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상에서 비롯된 새로운 요소가 보인다. 그의 초창기 음악에서 자주 발견되었던 순수함, 매력, 활기찬 기쁨, 열정, 유머 등이 자취를 감춘 빈자리에는 진지함, 음울한 비애, 체념, 엄격함, 결의, 심지어는 강압적인 에너지와 난폭한 분노가 들어찼다.
---「5장 달콤한 인생」중에서
예술가의 삶과 인격에 대해 글을 쓰다 보면 성격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강조하는 덫에 빠지기 쉽다. 어쩌면 성격의 밝은 면에는 흥미와 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굳이 강조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면 예술가는 자신의 어두운 측면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위대한 창작의 단초를 길어 올리기도 한다.
---「5장 달콤한 인생」중에서
애초 슈베르트의 순환 기질은 일반적인 패턴을 따랐다. 그러나 1822년 말경 매독에 걸리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그로 인해 생활 습관이 바뀌면서 순환기분장애 증상 역시 악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완만했던 경사가 급해지고, 증상 시기가 길어지고 정상 시기가 짧아졌던 것이다. 순환기분장애 증상 가운데 하나인 알코올 및 니코틴 남용은 그의 정신 건강 악화를 부채질했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가 서로 꼬리를 물고 악순환했다. 심지어 사망 당시의 슈베르트는 이미 극심한 조울증을 겪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6장 두 가지 본성」중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나서서 슈베르트의 삶을, 특히 그의 성적 취향과 관련된 활동에서 아주 중요한 일부를 은폐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어쩌면 얼마간의 증거를 파괴한 덕분으로 후세의 전기 저술가들은 그만큼 더 고단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가족의 바람이 어떠한 것이었건, 또한 그의 의사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렸건 간에,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궁극적 사인은 장티푸스였다. 그러나 이미 그전부터 매독 말기 증상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저하된 상태였고, 거기에 잘못된 치료 요법으로 인한 수은 중독과 자기 관리 소홀로 인해 그 증상은 더욱 심화되었다고 말이다.
---「12장 최후의 투병」중에서
슈베르트는 많은 비밀을 안고 살았고, 죽은 뒤에도 많은 비밀을 남겨 놓았다. 그의 생전에 꽁꽁 숨겨졌던 작품의 비밀은 다행스럽게도 세상에 알려져 지금에 이르고 있으나, 그의 개인적 비밀은 확실한 기록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는 계속 비밀인 채로 남을 것이다. 슈베르트가 직접 남긴 기록과 그를 알았던 주변인들의 설명에서 추측해낼 수 있는 바는 차치하고서라도, 또한 이를 통해 인간 슈베르트와 그가 남긴 음악, 그의 급변하는 기분과 강력한 정념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결국 우리는 존라이트너가 말했던 것처럼 슈베르트의 음악이 간직한 정신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13장 장례식과 추도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