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Martin Luther(1483~1546)의 기도 글을 모아 『프로테스탄트의 기도』라는 이름으로 내놓는다. 흔히 루터는 ‘기도의 사람’으로 불린다. 물론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기도의 사람’으로 불린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길게 기도한 사람, 응답 잘 받은 사람, 독특한 기도를 드린 사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루터의 위치는 그중에서도 각별하다. 나는 바이마르판Weimar Ausgabe: WA 루터 전집에서 기도 관련 글과 기도문들을 선별하고 번역하는 과정을 통해 이를 점차 뚜렷하게 감지했다. 이 책의 제목을 단순히 『마르틴 루터의 기도』, 혹은 『루터의 기도』라고 붙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테스탄트의 기도』라는 제목은 루터의 기도 습관, 기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기도의 성격을 좀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 p.11
믿음의 사람은 평소에도 주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일하지 않는가. 이런 사람은 그분이 주신 계명을 명심하고 있기에 부당한 일을 행하거나, 도둑질하지 않고, 사특한 이익을 도모하지 않고, 그런 걸 남에게 시킬 생각도 않는다네. 그래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기도를 두 배로 하는 것’이라는 말은 우선 그 계명을 새겨 실천하기 때문에 첫 번째 기도가 되는 것이고, 그 삶이 주님께 바치는 찬양의 제사가 되기에 두 번째 기도, 즉 곱절의 기도가 된다는 뜻이라네. 이런 진리와 정반대되는 이야기도 해야겠네. 믿지 않는 사람이 하는 일은 모든 게 저주라네.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곱절의 저주로 임하지. 이런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은 모두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살기 때문에 주님은 안중에도 없다네. 이런 태도야말로 주님을 무시하고 그분의 계명을 범하는 일이지. 계명이 없으니 이웃에게 부당한 일도 서슴지 않고, 자기 소유를 위해서라면 도둑질도 마다하지 않고 그 일에 집착하게 되는 걸세. 주님과 이웃 사랑을 거스르는 생각이 첫 번째 저주이고, 그렇게 행동하는 게 두 번째 저주 아니겠나? 이런 사람은 스스로 저주에 빠지게 되는 걸세. 결국, 거지나 건달 꼴이 되고 말 거야.
--- pp.25~26.
주님, 당신은 사랑의 아버지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거룩하게 높여지길 기도합니다.
저 자신과 모든 세상 안에서 그렇게 되길 기도합니다.
세상은 지금 무참히 깨지고 갈라져
제 잘난 맛에 우상을 만들어 갑니다.
... 당신의 이름을 오용하며 수치스럽게 사용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당신의 이름을 한껏 모욕합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말씀과 교회의 계명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다며 가증스레 자랑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귀의 거짓 술수를 이용해
가련한 영혼들을 노련하게 유혹하고,
무고한 이들의 피를 빼내고 죽이는 박해를 일삼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이야말로
주님을 제대로 섬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랑의 주님, 이들을 돌이켜 세워 주시고, 막아 주소서.
돌이켜야 할 사람을 돌려세워서
우리가 그들과 함께 참되고 순수한 가르침을 받아
선하고 거룩한 생활로 당신의 이름을 찬양케 하소서.
변화되기를 꺼리는 이들을 막아 주소서.
그들은 당신의 가르침엔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당신의 이름을 오용하기만 합니다.
그들이 당신의 이름을 더럽히며 가련한 이들을
속이고 부추기지 않도록 이들을 막아 주소서. 아멘.
--- pp.28~29.
지금 자네는 마음을 갉아먹고 있네. 나도 종종 극심한 시련을 겪고 슬픔에 잠겨 고통스러울 때가 있었네. 그럴 때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지. 그때 그전까지는 별 볼 일 없다고 여기던 사람도 나에게 커다란 위로를 주더군. 낙심해서 홀로 있을 때는, 제아무리 해박한 성경 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네. 우리 주님께서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말씀과 성례 주위에 모아 사귐의 공동체로 부르신다네. 사람들을 절대 구석진 곳에 밀어 넣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어. 고독을 즐기며 거룩한 체하는 수도사와 은둔 수도사를 멀리하게! 그런 건 모두 사탄이 만들어낸 것이네. 주님의 거룩한 모든 법이나 계획과 아무 상관없는 이들이지. 거룩하신 아버지의 창조 계획대로라면, 모든 사람은 가정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교회적일 수밖에 없네. 사람은 그렇게 서로 사귀며 살도록 창조되었네. 그런 창조 원리에서 벗어난 사람이라면, 초자연적인 예외가 아니라면 사람이 아니네. 진심으로 당부하네. 고독한 삶은 될 수 있는 한 피하게.
--- pp.107~108.
하늘에 계신 아버지 감사합니다.
지난밤 당신께서는 저를 평안 가운데
보호해 주셨습니다.
간구하건대 오늘 하루도
모든 악행과 불의로부터 저를 보호해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 당신의 기쁨이 되게 하소서.
제 몸과 영혼, 저의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
거룩한 천사가 함께하게 하셔서
악한 원수가 힘쓰지 못하게 저를 도와주소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pp.125~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