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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스 오브 비트레이얼

룰스 오브 비트레이얼

[ 양장 ]
리뷰 총점8.3 리뷰 13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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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44쪽 | 600g | 153*224*30mm
ISBN13 9788997201105
ISBN10 899720110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크리스토퍼 라이히
21세기 에스피오나지 스릴러의 전통을 잇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넘버드 어카운트’Numbered Account와 ‘패트리어츠 클럽’The Patriots Club 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패트리어츠 클럽’은 2006년 국제스릴러작가연맹이 수여하는 최고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던캘리포니아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역자 : 옮긴이 소개
이정윤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영국공영방송(BBC)과 서독공영방송(WRK)의 현지 코디네이터 및 리포터로 활동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디 아더 우먼]과 [룰스 오브 디셉션][룰스 오브 벤전스]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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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자불 지역
현재

동틀 무렵 평원 위에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과 짐승, 기계가 메마른 갈색 대지 위에 일렬횡대로 백 미터 가량 늘어섰다. 말무리와 지프 차량, 그리고 짐칸에 기관총을 탑재한 픽업 트럭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체 인원수는 오십 명에 지나지 않지만 모두 맹렬 전사들이었다. 하늘의 부르심 아래 뭉친 전사, 티무르의 아들들이었다.
무리의 대장은 하이럭스 픽업 뒤에 서서 두 눈을 쌍안경에 대고 목표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험악한 인상에 키가 큰 그는 매서운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머리에 두른 검은색 긴 울 터번 자락을 얼굴에까지 단단히 감고 있었다. 이름은 술탄 하크, 나이는 서른 살이었다. 6년 동안 그는 저 먼 나라에 있는 작고 깨끗한 우리 속에 갇혀 있었다. 하크(Haq)라는 이름의 영어식 발음과 손톱을 맹금류 갈고리 발톱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게 기르는 버릇 탓에 간수들은 그를 매라는 뜻의 ‘호크’(Hawk)라고 불렀다.
그는 2킬로미터 떨어진 완만한 언덕지대에 다닥다닥 모여 있는 움막집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엷은 안개 사이로 마을 장터인 바자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 주인들은 물건을 풀어놓으며 그날의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노점 상인들은 화로구이를 굽고, 개와 아이들이 좁다란 골목길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는 쌍안경을 내리고 부하들에게 눈을 돌렸다. 양옆에 죽 늘어선 여섯 대의 차량은 자신이 탄 차량과 마찬가지로 30구경 기관총을 장착한 낡은 사륜구동 지프였다. 기관총 밑에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을 움켜쥔 부하들이 가죽탄띠를 어깨에 가로질러 메고 웅크리고 있었다. 몇몇은 구소련의 유물인 RPG 대전차 로켓포를 짊어 메고 있었다. 트럭들 사이사이에는 스무 마리 남짓한 말들이 콧김을 내뿜고 발굽으로 발버둥질을 치며 불안한 듯 움직이고 있었다. 말에 탄 이들은 저마다 말고삐를 잡은 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복을 입지 않았고 복장은 남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당한 전사들이었다. 함께 훈련 받고, 함께 싸우고 피 흘린 전사들이었다. 그들의 사전에 자비란 없었다.
술탄 하크가 손을 치켜들자 사수들이 일제히 기관총 방아쇠를 당겼다. 황량한 벌판 너머로 금속 마찰음이 울려 퍼지며 말들도 미친 듯 울부짖었다. 그가 주먹을 쥐어 보이자 부하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 맹렬한 함성을 내질렀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하크도 함께 함성을 질렀고, 자신을 통해 선조들의 혼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맹렬히 돌진하는 성난 무리를 그려보았다. 천둥처럼 질주하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섬광처럼 부딪히는 장검을 보았고, 하늘 가득 매캐한 연기 냄새를 맡았다. 패배한 자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렸고, 죽음이 그의 혀끝에서 맴도는 것을 맛보았다.


눈을 뜨고 그는 현실로 되돌아왔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평지에 자리한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주먹으로 운전석의 루프를 치자 요란한 엔진 소리에 이어 픽업 트럭은 벌판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몇 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들판은 봉우리를 틔우며 활짝 피어오른 양귀비꽃으로 뒤덮여 활기를 되찾을 것이었다. 지난해는 이 들판에서 생아편 3천 킬로를 수확해 농부들은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의 부하 1천 명을 무장시킬 무기와 물품들을 구입하고도 남는 액수였다.
이 마을을 탈레반의 세력권 아래 두어야만 한다. 그것은 종교 문제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총알이 하크의 머리 위를 지나갔고 순식간에 총포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는 아무런 감정 없이 마을 사람들이 무장을 갖추고 부랴부랴 전투 대형을 이루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직 발포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몇 초나 지났을까. 성난 벌떼처럼 윙윙거리는 총성이 허공을 가득 메웠다. 총알 한 발이 그의 옆에 있는 픽업 트럭의 앞 유리를 강타했다.
“사격 개시!” 무전기에 대고 그가 소리쳤다.
첫 번째 박격포가 마을 장터 한 가운데 떨어지며 사방에 흙먼지가 일었다. 두 번째 박격포 공격에 이어 세 번째 포탄이 떨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총구를 겨냥해야할지조차 몰라 우왕좌왕했고, 전투대형은 흐트러졌다.
하크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을 남쪽 고지대에 2개 분대를 배치해 두었는데, 자신이 전방을 공격하는 동안 후방에서 포격을 가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미 육군 보병전술교본에 나오는 전형적인 ‘망치와 모루’ 전술이었다. 그는 교도소 도서관에서 교본을 발견했는데, 교본에 적힌 내용과 그림을 속속들이 숙지했다.
트럭이 언덕을 넘자 마을 전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남자, 여자, 어린 아이들이 숨을 곳을 찾아 사방으로 허둥지둥 도망치는 광경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는 뒤로 돌아 사수의 어깨를 툭툭 쳤다. 기관총이 불을 뿜고, 다른 픽업 트럭들에서도 일제히 사격이 시작되면서 마을 광장으로 총알 세례가 가해졌다. 시신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상점과 사무실 벽들이 산산조각 나며 무너져 내렸다. 한 집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술탄 하크는 한 손에 적에게서 빼앗은 레밍턴 롱베럴 저격소총을 쥐고 있었다. 정확성이 뛰어난 고성능 소총으로 윤이 나는 단풍나무 개머리판에 ‘바네즈’ ‘US 마린’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한 발씩 장전하는 방식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소년시설부터 그는 북부 쿠나르주의 험준한 산속에서 큰뿔야생양 사냥을 자주 해서 사격하는 법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탄 트럭의 속력을 늦추라는 신호를 보내고, 여인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는 젊은 남자를 겨냥해 조준했다. 방아쇠를 감싸 쥐고 총포의 반동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언덕을 오르던 젊은 남자가 쓰러졌다. 하크는 흡족해하며 운전기사에게 소리쳐 다시 속력을 내라고 지시했다. 트럭이 마지막 언덕을 넘어 마을을 향해 질주했다.
마을의 어른인 물라가 두 팔을 거세게 흔들며 트럭 앞으로 달려 나왔다. "멈추시오!" 하고 그가 외쳤다.
하크는 물라의 옆에 차를 멈춰 세우고는 트럭에서 뛰어내렸다. “이 마을은 지금부터 내가 통제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들은 압둘 하크와 하크 일족의 명을 따라야 한다.”
물라는 극도로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주름진 그의 두 뺨에서는 눈물이 흘려 내렸다. "항복하오."
하크가 팔을 들었다. “사격 중지!”
부하들이 시장 한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로 마을 주민들을 끌고 올 때까지 그는 기다렸다. 사람들이 도착하자 그는 물라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했다. 물라가 무릎을 꿇자 하크는 물라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즉시 처단해 버렸다.
그는 죽은 자를 뒤로 한 채, 주머니에서 이름이 적힌 명단을 하나 꺼내들고 외쳤다. “압둘라 마스리, 어디 있나!”
대답이 없었다. 그는 소총으로 얼굴 수염이 듬성듬성 나고 나약해 보이는 한 남자를 겨냥해 그대로 쏴 버렸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서부영화 DVD와 일본제 텔레비전을 파는 상점 안에서 체구가 든든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네 놈이 마스리인가?” 하고 하크가 물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크는 소총에 실탄 한 발을 넣은 다음 남자의 머리를 정조준 해 쏘았다.
“무함마드 파우지는 나와라!”
차례차례 술탄 하크는 마을 지도자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학교 선생과 잡화점 주인을 처단하고 동성애자와 간통 혐의를 받고 있던 한 여인을 처단했다. 수개월간 마을을 염탐하며 그는 이 순간을 몹시 기다려왔다.
처리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남았다.
픽업 트럭 운전석에 올라타며 그는 큰 건물을 가리켰는데, 하얀색 회반죽을 덧대어 칠한 그 건물은 학교 건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 지역의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건물 역시 돌과 진흙으로 지었다. 운전사는 트럭의 후미를 학교 건물 바로 앞에 가져다댔다. 또 다른 트럭 한 대도 나란히 주차했다. 트럭 운전사들은 후진했다가 다시 전진해서 들이박기를 반복하며 건물 벽을 허물어뜨렸다. 결국에는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부하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책, 지도와 수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찾아내 한곳에 쌓았다. 하크는 트럭에서 석유통을 꺼내와 쌓인 책 더미에 휘발유를 부었다.
불을 붙이려고 할 무렵, 한 소년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하지 마세요.” 소년은 외치며 애원했다.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고요.”
하크는 이 용감한 소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이목을 끈 것은 소년이 던진 말이 아니라 소년의 왼팔을 감고 있는 섬유유리 붕대였다. 하크가 아는 한, 이 마을의 유일한 진료소는 구색만 갖춘 엉성한 곳이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부러진 팔다리에 섬유유리가 아닌 석고 붕대를 사용했다. 전에도 이런 선진국에서나 쓰는 물건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어디서 구했지?” 붕대를 툭 치며 그가 물었다.
“힐러에게서요.” 소년이 대답했다.
하크의 귀가 쫑긋해졌다. 이곳에 힐러가 있다는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이었다. “그 힐러란 자가 누구냐?”
소년이 눈길을 외면하자 하크는 억센 손으로 날카로운 손톱자국이 뺨에 배기도록 거세게 아이의 턱을 움켜쥐었다. “누구냐고?”
“십자군이오.” 누군가가 외쳤다.
하크가 고개를 돌렸다. “서양인이라고? 이곳에? 혼자서 말인가?”
“조수 한 명을 데리고 다니오. 약 가방을 짊어지고 다니는 그 조수란 자는 하자라족 청년이라고 했소.”
“혹시 힐러라는 자는 미국인인가?” 하크가 물었다.
“서양인이오.”라는 대답이 들렸다. “영어를 쓰고 파슈토어도 약간 해요. 미국인인지는 물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어요. 그가 여러 사람들을 치료해 줬어요. 칸의 복통도 그가 고쳐 주었다고요. 그리고 제 사촌의 무릎도요.”
하크는 거칠게 떠밀며 소년을 놓아주었다. 심장이 마구 뛰었지만 그는 분노의 베일 속에 기대감을 숨겨두었다. “그자가 지금 어디 있지?”
한 노인이 산속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으로 갔소.”
하크는 오르막 비탈 너머 힌두쿠시라고 알려진 거대 산맥을 형성하는 산기슭을 바라보았다. 그는 쌓여 있는 책 더미 위에 라이터를 휙 던지고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본 채 만 채 트럭으로 되돌아가며 소리쳤다.
“출발! 놈이 있다는 저 산으로 간다.”
--- 본문 중에서

잠에서 깬 조나단 랜섬은 무엇인가 일이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낭을 걷어붙여 허리까지 젖히며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 저편 바닥에는 조수인 하미드가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다. 덧문을 댄 창 너머로 낙타 울음이 들려왔다. 밖에서 세 사람이 대화 나누는 소리와 기름칠이 필요한 손수레 바퀴의 삐거덕 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 코스-알-파리 마을에서 일주일가량 머문 조나단은 손수레가 정육점 것임을 알았다. 정육점 주인은 그날 하루치 장사를 위해 갓 도살한 염소를 마을 장터까지 실어 나르는 중이었다. 쌀쌀한 공기에 양 볼이 얼얼해져 왔다. 11월 중순이지만 험준하고 척박한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언덕에는 벌써 복수심을 품은 겨울이 왔다. 일분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난데없이 총성이 들렸다. 단발이었다. 총성이 다시 울리는지 기다려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조나단은 아마도 사냥꾼이 산자락에서 헤매던 마르코 폴로 산양 한 마리를 사냥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 봤다.
새벽 다섯 시경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마지못해 침낭 지퍼를 발치까지 내리고 더러운 바닥 위로 발을 내디뎠다. 추위에 몸을 떨며 등유 램프를 켠 다음, 서둘러 울 양말 한 켤레를 덧신고 낡아빠진 플란넬 작업용 바지를 입었다.
방 한 구석 캠핑용 테이블 위에 세숫대야, 물 주전자, 그리고 칫솔과 치약이 든 컵이 하나 있었다. 주전자 물을 대야에 부었다. 밤새 살짝 언 수면 위로 얼음 조각이 떠 있었다. 손부터 씻고 세수를 한 다음, 이가 딱딱 소리 내며 떨리는 것을 참으며 몸을 수건으로 힘껏 문질러 닦았다. 물기를 마저 닦고 양치질을 한 다음 셔츠와 재킷을 걸쳤다. 마구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며 정돈하다 이내 포기해 버렸다.
“하미드!” 하고 소리쳤다. “그만 자고 일어나.”
하미드는 추위를 피해 아예 침낭 안으로 쏙 들어가 몸을 파묻어 버렸다. 조나단은 다가가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 “자, 어서.”
헝클어진 검은 머리를 한 청년이 침낭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미드는 성난 눈으로 방안을 둘러보았다. 흐릿한 불빛 속에서 눈가 다크서클은 한층 더 짙어 보였고, 열아홉 살 청년치고는 꽤 나이가 들어보였다. “아- 아프단 말이에요.”
“어서 일어나. 할 일이 태산이야.”
“조금만….”
“어서 일어나라니깐.”
하미드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며 느릿느릿 일어나 앉았다.
조나단은 그런 그를 지켜보았다. 전력 공급조차 안 되는 이 외딴 시골에서 휴대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왜, 엄마가 찾으시냐?”
그가 웃으며 하는 말에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하미드가 대답했다. “하나도 안 웃기거든요.”
“알았으니, 핸드폰은 이제 그만 내려놓고 어서 나갈 준비나 해. 진료소에서 보자.”
조나단은 더플백을 집어 들고 어깨에 걸쳐 멨다. 아프가니스탄의 전통 모자인 양털 파콜모를 눌러쓰고는 문을 열고 나가 바깥공기를 들이마셨다. 장작 연기, 눅눅한 나뭇잎과 목탄 향, 문명으로부터 동떨어진 세계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몹시 친숙한 냄새였다.
지난 8년간 그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로 활동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서 활동했고, 코소보와 베이루트, 이라크에서도 지냈다. 발령 받는 곳이 어디든 그의 임무는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정치적 활동과는 무관했다. 선인과 악인의 구분도 없고, 그저 아픈 자들을 돌볼 뿐이었다.
그는 2개월 전에 아프가니스탄으로 왔다. 더 이상 국경없는의사회의 소속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겪은 일들로 인해서 더 이상 정식 기관의 의사나 외과의로서 활동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미국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레드존’에 발을 들이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레드존이란 카불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을 일컬었다. 혼자서 외딴 지역에 있는 환자들을 돌보러 다닐 생각이라서 경호원이나 호신용 무기 같은 안전 대책은 필요 없다고 하자, 대사관 직원은 그건 ‘자살 행위’라고 했다.
동트기 전 어둠 속, 달랑 방 하나짜리 막사 바깥으로 나와 부츠를 신은 채 성엣장이 깔린 진흙바닥에 서서 다시 귀를 기울였다. 밖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 때문에 불안을 느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밖이 너무 고요하다는 사실에 그는 불안했다.
“한 시간.” 그는 하미드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꾸불꾸불한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약하게 빗방울이 떨어졌다. 마을은 언덕을 내려가 구름 아래로 가파르게 뻗은 산골짜기 틈에 끼어 있는 평평한 지대에 있었다. 집과 건물은 하나같이 똑같이 생겼다. 낮은 지붕과 그곳에서 난 돌, 나무, 진흙을 반죽해서 만든 직사각형 건물. 코스-알-파리의 주민 수는 천여 명이었다. 그리고 그 몇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인근 골짜기 마을들에서 모여들어 장터에서 농작물이나 목재 등의 물건을 사고팔고, 그 밖의 기초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했다.
조나단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마을까지 걸어 들어갔다.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진 조나단은 불어오는 바람에 저항하듯 몸을 약간 앞으로 수그린 채 단호한 걸음걸이로 걸어갔다. 간혹 사람들은 그를 현지인으로 착각했다. 그는 ‘살와르카미즈’라고 부르는 셔츠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 추위를 막아 줄 양털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턱에는 회색빛이 섞인 꺼뭇꺼뭇한 수염이 나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유럽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뚝 솟은 잘생긴 코와 하얗고 고른 치아는 빠진 데 없이 가지런했다. 눈가의 잔주름을 제외하고 피부도 매끄러웠으며, 서른여덟 살이란 나이치고는 젊어 보이는 편이었다. 눈동자는 타르처럼 새까맣고, 이른 새벽에도 단호함이 눈빛에 묻어났다. 두 눈에는 능숙함과 끈기, 그리고 희망만이 담겨 있었다.
조나단 랜섬은 미국인이었다.
진료소 밖에까지 환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수를 세어 보니 아버지와 함께 온 아이들을 포함해서 열다섯 명이었다. 환자들 중에는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한 화상 환자와 신경교증이나 선천성 구개파열같이 눈에 띄는 증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러시아군이 버리고 간 지뢰나 소형 폭탄에 희생당해 팔이나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조나단은 사람들을 진료소 안으로 안내했다.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남자들에게는 악수를 청하면서 진료를 시작하기까지 한 시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만이 무리로부터 저만치 떨어진 채 서 있었다. 딸아이는 스카프로 얼굴 반을 가린 채 아버지에게 기대어 서 있었다. 큰 키의 외국인 의사를 보자 아이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조나단은 무릎을 접고 아이 앞에 앉았다. “만나서 반갑구나.”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 너를 치료해 주려고 한단다. 더 이상 이 스카프로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도록 말이야. 그럼 다시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을 거란다.”
“정-말로 그-그렇게 해주실 건-가요?” 아이의 아버지가 어설픈 영어로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오-오늘 말인가요?”
조나단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예.”
그는 문틀에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스레 머리를 숙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진료소 안은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대기실, 두 개의 상담실, 사무실, 그리고 수술실. 현지 기준으로 보더라도 진료 시설은 형편없었다. 바닥은 더럽고 천장은 낮았으며, 전기나 물도 공급되지 않았다.
낡은 나무 책상에는 ‘Medecins Sans Frontieres: ou les autres ne vont pas’라는 프랑스어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대충 옮겨 보면, ‘국경없는의사회: 다른 이들이라면 감히 발을 들여놓지 않을 곳에서’라는 뜻이었다. 글귀 아래에는 역시 프랑스어로 ‘의사는 언제나 옳다’라는 문구와 함께 ‘1988년’이라는 년도가 새겨져 있었다. 이십 년이나 앞선 시기에 조나단의 동료들은 이곳 외딴 마을을 찾았던 것이다. 조나단에게 그것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 옳았음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글귀였다.
사무실로 걸어간 그는 들고 있던 더플백을 바닥에 던져서 내려놓았다. 더플백 안에는 그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외과용 메스, 겸자와 가위. 항생제인 시프로와 안세프, 궤양성 질환에 쓰는 팹시드, 여성 환자를 위한 철분 강장제, 마취제인 리도카인 30cc와 케타민이 들어 있고, 프레드니손, 지르텍,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각종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잡다한 의약품들이 들어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조나단은 진료 시작 준비를 했다. 불을 지펴 물을 끓여서 의료 도구들을 소독했다. 수술실 바닥을 닦은 뒤, 그 위에 깨끗한 플라스틱 시트를 깔았다. 의료용품과 도구들을 꺼내놓고 의약품 재고도 확인했다.
일곱 시가 되자 첫 번째 환자를 진찰했는데 오른 다리의 아래쪽 절반을 잃은 열 살짜리 소년이었고, 나무로 만들어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의족에 의지해 걷고 있었다. 3년 전, 소년은 들판에서 놀다가 러시아군의 지뢰를 밟았다. 절단 수술은 엉망이었고, 혈액 순환 장애와 감염으로 인해 수술 받은 부위의 피부 조직이 점점 죽어갔다. 그는 피부조직을 닦고 소독한 다음 소년에게 항생제를 처치했다.
“아주 살짝 따가울 거란다.” 국부 마취제와 주사기를 준비하며 조나단이 말했다. “전혀 아프지 않을..."
바로 그때 하미드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요”
태연한 투로 조나단이 대답했다. “이제야 오시는군.”
“제 말 못 들었어요?” 하미드는 정상 체중에서 9킬로그램 미달인 깡마른 체구에 키도 작고, 고개를 산만하게 까닥이며 말하는 버릇을 가진 청년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갓 도착했을 무렵에 조나단은 카불에 있는 의료 지원 단체 사무실 앞에서 그를 발견했지만, 어쩌면 하미드가 조나단을 발견한 것인지도 몰랐다. 의과대학 2년차인 하미드는 조나단을 위해 통역사, 현지 가이드, 그리고 조수로 일하고 주당 50달러를 받겠다고 했다. 조나단은 쓸 만한 사륜구동 차량을 구해줄 것과 레드존 지역에 동행해 주는 조건으로 주당 4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하미드는 동의했고 계약이 성사됐다.
“듣고 있어.” 조나단이 말했다.
“그들이 오고 있어요.”
그들이란 탈레반, 즉 정부와 국가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고 국민들에게 이슬람 율법을 각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과 아프간 세력에 대항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술탄 하크가 왔어요. 어제 여기서 6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을 점령한 다음 마을 어른들을 모조리 처단했대요.”
조나단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민병대를 휘하에 둔 탈레반 마약왕으로 악명 높은 하크에 대한 소문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자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코스-알-파리는 전략적 가치랄 것도 없을뿐더러 양귀비 재배와도 거리가 먼 빈곤한 마을일뿐이었다. “뭘 원하는 거래?”
“그거야 저도 모르죠.” 하미드가 짜증스런 투로 대답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한 남자가 아들을 데리고 서둘러 진료소에서 나갔다.
“사람들에게 가서 내일 다시 와달라고 하렴.” 조나단이 말했다. “그리고 우선 아미나를 제외한 다른 환자들은 돌려보내. 더는 그 아이더러 기다리라고 할 수 없으니까. 수술 도구 좀 준비해놓고 마취제도 추가로 챙겨놔.”
하미드는 실성한 사람을 보듯 조나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수술을 하실 거라고요?”
“그래. 아미나 차례야.”
“네 시간짜리 수술인데요.”
“더 길어질 수도 있지. 재건 수술의 경우에는 쉽게 장담할 수가 없어.”
“그냥 항생제나 주세요. 수술이야 나중에 다시 와서 하면 되잖아요.”
“그 아이는 이미 기다릴 만큼 기다렸어.”
멀리 떨어진 포탄의 진동이 진료실까지 전해졌다.
"박격포였죠?" 창가로 달려가며 하미드가 외쳤다. “어제 술탄 하크의 부하들이 열여덟 명을 죽였는데 그 가운데 열 명은 하크가 직접 처단했대요. 미국인은 처단 대상 1호라고요.”
“파슈툰왈리 몰라?” 조나단이 이렇게 말했다.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지켜 주겠지.”
‘파슈툰왈리’란 자신들의 가정이나 마을을 찾아온 손님을 보호해 주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통 예법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총구멍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어요. 여기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요.”
“하미드, 어서 수술 준비나 해.”
하미드가 창가에서 물러나 조나단에게 다가갔다. “지금 당장 떠나지 않으면, 그냥 여기서 죽는 거라고요.”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럼 저는요?”
“네 그 배우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해 왔어. 지금이 네겐 기회야. 그동안 내가 재건수술을 시범 보일 기회는 없었잖니? 네게 기회가 온 거라고.”
또 한 차례 폭탄이 터졌고, 이번에는 더 가까이에서였다. 양측에서 자동화기를 쏘아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잠잠해졌다.
“놈들이 절 죽일 거에요.” 하미드가 말했다. “그동안 도와드렸잖아요. 게다가 전 하자라족이라고요.”
조나단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트럭 열쇠를 꺼내 하미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그동안 네가 날 정말 많이 도와줬다는 것도 알아. 고마웠다.”
“저 없이 혼자서 하시긴 힘들잖아요?”
“힘들지만 불가능하진 않아.”
하미드는 손에 쥔 열쇠를 빤히 응시하더니 벽에 머리를 대고 투덜대며 신음을 했다. “아, 정말 너무 하시네요.”
“그럼, 어서 준비나 하렴.” 조나단이 말했다.
--- 본문 중에서

레 그랑 알프스 리조트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놀랍도록 맑은 하늘에서 산등성이 아래로 굵직한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직역하면 리조트 이름은 ‘거대한 알프스’라는 뜻이지만, 이곳은 스위스나 유럽의 여느 산악 지방이 아니고, 그 규모도 거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키장은 마치 세 개의 섹션이 한 줄로 이어진 계단처럼 가파른 활강 코스에 이어 평평한 경사면이 펼쳐졌다가 다시 완만한 능선을 따라 언덕 아래까지 이어지는 피스트(눈을 다져 놓은 스키 활강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라라 안토노바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양팔을 허리춤에 붙이고 양 발을 일자로 모은 채 활강 코스를 공략하고 있었다. 오후 세 시를 갓 넘긴 시각이었고, 스키장은 스키족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이 초보자들이라서 스노플라우 자세로 어설프게 스키를 타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색 스키 팬츠에 청록색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었다. 위로 바짝 묶은 붉은 머리카락의 끝자락이 어깨까지 닿아 있었으며, 사람들 사이를 날렵하게 지나다니며 아는 얼굴을 찾고 있었다.
라라 안토노바는 스키나 타려고 레 그랑 알프스까지 온 게 아니었다. 시베리아 출신으로 정부의 지원 하에 성장한 그녀는 러시아연방보안국인 FSB의 S국에 소속된 고위 첩보원이었다. S국은 해외 정보 수집, 공갈과 협박, 그리고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암살 작전과 같은 해외 첩보활동을 도맡아 하는 곳이었다. 라라 안토노바가 레 그랑 알프스 리조트에 온 이유는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무기거래상과 비밀리에 접선하라는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중간 지점쯤 와서 가뿐하게 평행 정지를 하며 멈춰 섰다. 그런 다음 고글을 벗고 슬로프를 유심히 살폈다. 색색의 스키복장을 한 사람들 무리 속에서 그녀는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표적을 발견해냈다. 표적은 언덕에서 50미터 떨어진 지점에 서 있었다. 평범한 남색 스키복을 단정하게 입은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슬로프 중앙으로 스키를 타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었다.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파카 점퍼를 입은 건장한 체구의 남자 여섯 명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국가원수 급에 해당하는 수행원들이었다. 표적은 귀족이었다. 발포어 경. 적어도 이름으로는 분명 귀족이었다.
“놈을 찾았다.” 몸을 숙이고 스키 바인딩을 점검하며 라라가 컨트롤러에게 말했다. “경호원을 여섯이나 데리고 왔는데.”
“여섯이라고?” 컨트롤러는 걸걸한 목소리로 귓속에 장착한 초소형 헤드셋 수신기를 통해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전보다 두 명 더 늘었군. 놈에게 뭔가 사정이 생긴 게 틀림없어.”
문제의 인물은 아쇼크 발포어 아르미트라지로 발포어 경으로 알려져 있었다. 머리 색상 흑발(염색 모발), 신장 167cm, 몸무게 73kg, 나이 52세, 이슬람교도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뭄바이 최악의 빈민굴인 다라비에서 성장, 어린 시절부터 거리를 전전함, 일찍이 범죄의 길에 입문, 여덟 살에 갱단 조직원이 되고, 열다섯 살에 그 갱단의 우두머리가 됨, 그 후 20세에 과감히 자신의 조직을 구축하기 시작.
발포어는 사업에 있어서 어둠과 빛의 영역을 가리지 않았다. 합법적인 사업으로는 부동산과 원자재 거래, 온라인 중개업 등을 했다. 다소 합법에서 거리가 먼 쪽으로는 마약 거래, 매춘업과 위조품 거래가 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무기매매가 주업이었다. 총기류, 포탄, 헬리콥터, 심지어 제트기에 이르기까지 제인스 디펜스 군사전문지에 나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구해다 팔았다.
언덕 아래서 발포어가 멈춰 서자 부하들이 이중으로 방어막을 치듯 그를 에워쌌다. 재킷의 쳐진 모양새와 지퍼를 반만 채운 것으로 보아 라라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는 수행원은 우지 기관단총을 지니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른 수행원들도 기관단총 같은 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발포어는 어중간하게 일 처리를 하는 자가 아니었다.
“물건은 어디에 있지?” 라라가 컨트롤러에게 물었다.
“테헤란 국제공항에 있음. 반입에서 배송까지 세 시간 소요됨.”
"전부 다?"
“총알 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그녀는 거래를 직접 성사시켰고, 물품 목록도 모두 암기하고 있었다. 칼라슈니코프 군용 소총 1천 자루, 수류탄 1천 발, 대인지뢰 2백 개, 탄약 2백만 발, 최첨단 야간투시경 1백 개, 셈텍스 플라스틱 폭약 5백 킬로그램. 큰 물건들도 있었다. 견착식 지대공미사일 20대, 50구경 기관총 10자루, 대전차무기 1백 대. 그밖에도 충분한 양의 군수품이 있었는데 도합 1천만 달러 어치였다. 탈레반 반군의 1개 보병연대 병력을 무장시키는 데 충분한 수준이었다.
“알았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럼, 진행하겠다.”
라라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스피드 다이얼을 눌렀다. 세련된 영국식 발음으로 누군가가 응답했다. “잘 있었소, 우리 아가씨?”
“언덕 위에요!” 그녀는 스키 폴 대를 치켜들었고, 언덕 밑에 서 있는 그가 그녀를 올려다봤다.
“우리 둘 다 제법 근사한 걸, 안 그렇소?” 하고 발포어 경이 말했다.
“부하들에게 제 길이나 터달라고 하시죠.” 라라는 스키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 경호원들의 경호막을 뚫고 발포어 앞에서 멋지게 급정지를 했다.
“러시아인처럼 스키를 타지 않는군.” 감탄하며 그가 말했다.
라라도 지지 않고 대답했다. “아쉽게도 당신은 마라타족(인도 서부에서 중부에 걸쳐 사는 호전적인 민족)처럼 스키를 탄단 말이에요.”
발포어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호탕하게 웃어댔다.
라라가 기억하기로 그는 모든 일에서 지나치게 과장되게 행동했다. 지나치게 큰 소리로 웃고, 지나치게 시끄럽게 떠들었으며, 지나치게 쉽게 살인을 해댔다. 포마드를 발라 빗어 넘긴 머리, 미시시피 노름꾼을 연상시키는 콧수염, 온화하고 다정스러운 두 눈동자를 가진 이 왜소한 체구의 인도인을 바라보며, 그녀는 애써 스스로에게 그가 변덕스럽고도 불안정한 위험인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정말이지 궁금하군. 그렇게 뛰어난 스키 실력은 도대체 어디서 쌓은 거요?” 발포어는 입이 찢어질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위스요.”
“그슈타트에서 말인가요?” 그의 발음은 정확했다.
사실 그녀는 그 스위스 리조트에 발도 디뎌본 적이 없지만, 두 번씩이나 그를 무안하게 만들어서 이득이 될게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그곳에 지인이 한 명 있는데. 그 의사 양반이 내게 말하길 그곳에는 널리고 널린 게 러시아인들이라더군. 잠시 안식년을 보낸 곳도 그곳이었나 보지요?”
라라는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무슨 말씀인지?”
“내 말은 당신이 FSB에서 나왔을 때를 말하는 거요. 러시아를 위해 일하지 않은 지도 벌써 수년째라고 들었는데. 사실이 아닌가요?”
“무슨 소린지.”
“소문에 의하면, 빠듯한 예산 탓에 러시아연방보안국(FSB)에서 당신을 내보냈다던데. 그러자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몇 달 전 미국에서도 내보내자, 곧바로 아빠(스베츠란 인물을 지칭)한테로 달려갔다고 들었는데.”
라라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지만, 속에서는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다. 그건 소문이 아니라 기밀이 유출된 것이었다. “소문이라고 다 믿어서 안 되죠.”
발포어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어떻게 나오시던 상관없으니.” 과장된 어조로 그가 대화를 이어나갔다. “CIA와의 첫 거래를 통해 난 내 사업을 시작했소. 지금도 CIA 국장의 핸드폰에는 내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통화 내용은 주로 이렇소. ‘발포어, 우리가 와지리스탄에 무기를 대주는 것에 대해 의회가 한사코 반대해서 그러는데. 자네가 우리 대신 나서 줘야겠어. 우리 비자금에서 빼낸 이천만 달러 수표일세. 자네가 미국제를 구매한다면 값을 두 배로 쳐줄 수도 있고.’ 솔직히 난 스스로를 명예 요원쯤으로 생각한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미국을 위해 일하건 말건…내가 그걸 불편하게 여길 사람은 아니란 말이요.”
“그렇다면, 누가 불편하게 여기죠?”
“내 고객이지. 알다시피 왕자 저하와 미국 정부는 서로 앙숙 관계가 아니겠소? 저하께서는 미국이 자신을 암살하려든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고 계시니.”
왕자 저하란 자이드 가문의 최연소 멤버이자 아랍에미리트의 통치자, 그리고 이슬람 세력의 비밀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라쉬드 알 자이드 왕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지난주 왕자께서 페샤와르 인근 부족 지역에서 지인을 만나고 계실 때, 프레데터 드론(미국의 무인정찰기)이 덮쳤는데 불과 5분차로 그 분을 놓쳤다지요. 그때 저하께서는 동료 열 명을 잃으셨소. 그건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왕자의 생각이 옳겠군요.” 라라가 이렇게 대답했다. “왕자가 탈레반, 헤즈볼라나 FARC(콜롬비아 무장혁명군)에게 무기를 제공해 온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지요. 모두 미국에 적대적인 자들이니.”
“어떻게 그걸 아시오?”
“들은 소문이죠.” 라라가 말했다. “내 상관이신 이바노프 장군께서도 많은 정보를 갖고 계시답니다. 지난번에 보니 이바노프 장군께서도 미국과 그리 친밀하게 지내는 건 아니시더군요. 내가 잘못 안 게 아니라면, 왕자 저하를 대신해 우리 조직에 먼저 연락을 취한 쪽은 당신이겠지요?”
발포어는 몇 초간 라라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미소도 따스함이 베어나던 그의 태도도 사라졌다. 그는 범죄자 특유의 냉정한 판단 속에서 그녀를 믿어야 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활기찬 어조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배송은 완료됐어요? 왕자께선 반드시 물품 전부를 받고 싶어 하십니다.”
“백퍼센트 완료되었습니다. 왕자의 허가만 기다리며 테헤란 공항 활주로에서 대기 중이랍니다.”
발포어가 감탄하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고개를 돌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몹시 빠른 아랍어로 통화를 했다. “저하께서 자정으로 해도 괜찮은지 물으시는데.” 통화를 마치고 그가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그 말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정으로 하죠.” 라라는 자연스럽게 언덕 위를 올려다보았다. 눈에 띄게 볼품없는 회색 스키복을 입은 두 명의 사내에게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 “아쉬(아쇼크의 애칭), 솔직히 털어놓으시죠. 당신과 당신 고객 사이에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나요?”
“아무 문제없소.” 아쇼크 발포어가 대답했다. “형제지간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렇다면, 왜 당신 형님께서 감시꾼 둘을 보내신 건지?”
발포어가 라라의 시선이 가리키는 쪽 요원 둘을 쳐다봤다. “저자들 말이오?” 그는 재미있다는 듯 시시덕대며 말했다. “저놈들은 저하께서 보낸 자들이 아니오. ISI에서 보낸 자들이지요. 파키스탄 정보부 말이오. 나는 저자들을 내 지원부대라고 생각하고 있다오.”
“아, 그러신가요?”
“인도 정보국 녀석들이 내게 손대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인 것이지요. 델리 쪽에서는 내가 뭄바이 테러 사건에 관여했다고 확신하고 있으니까 말이오. 내가 악당들에게 무기를 대주었다나. 날 잡아 족치고 싶어 안달이지.”
그렇다면 우지 기관단총도 설명이 되었다. “실제로 관여했나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그야 물론이지요.” 발포어가 말했다. “허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오. 나야 그저 브로커일 뿐, 그러니까 그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구해다 준 것뿐이란 말이지. 내가 아니라도 팔 사람은 많고, 그 무기들은 당신네들 물건이었지요.”
“우리 무기라니요? 전에 당신을 만난 적도 없는데.”
“러시아제라는 말이오. AK 소총, 수류탄, 폭파장치, 심지어 핸드폰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러시아제였소.”
라라는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그들이 그곳 스키장 언덕 위에 눈에 띄게 서 있은 지 10분이 지났다. 예상보다 9분이나 더 걸렸다. 발포어는 접선대상으로는 악몽 같은 존재다. 어느새 그자의 뇌리에는 자신이 서방 12개국의 사법당국에서 수배중인 범죄자가 아닌 합법적인 사업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이다. 독일이나 영국에서라면, 그는 자신이 저지른 명백한 범죄로 사형 또는 종신형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그는 같은 행위의 대가로 왕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했다. “밤 12시 정각, 샤르자 자유무역지구, 당신네 격납고에서 보도록 하죠.”
“물건들을 옮겨 싣도록 내 전용기 한 대를 준비시켜 놓겠소.”
“물건들을 어디로 가져갈 거죠?”
“아- 그건 왕자께서 알아서 하실 거요.” 발포어가 대답했다.
“우리가 넘길 무기들의 최종 목적지 정도는 알아야겠는데 말이죠.”
“현재 전쟁 중인 곳은 단 한 군데밖에 없는 것으로 아는데. 상상력을 발휘해 보시요.”
계약은 성사됐다. 라라는 발포어와 그의 부하들이 스키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기를 기다렸다. 파키스탄 정보부 요원 둘도 그들을 따라 언덕을 내려갔다.
그녀는 한 시간을 레 그랑 알프스에 더 머물며, 리프트를 타고 정상에 올라 스키를 타고 내려오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미행당하는 게 아니란 것이 확실해지자 그녀는 마지막 활강을 마치고 스키를 벗고 부츠와 폴 대와 함께 장비 대여소에 반납했다. 대여소에서 빠져나와 그녀는 탈의실로 가 스키복을 벗어 숄더백 안에 접어 넣었다.
5분 뒤, 그녀는 청반바지와 검은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굽 낮은 구두를 신고 나왔다. 오버사이즈 고글을 벗고 레이밴 보잉 선글라스를 썼으며, 뒤로 묶었던 머리는 어깨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스키장 슬로프 아래를 걸어 지나가며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위에서는 서까래 아래 숨겨진 거대한 인공 강설기가 완벽한 형태의 눈송이를 계속해서 스키장 언덕 위로 뿌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유럽에서 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사막의 왕국치고는 꽤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코란에서도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마호메트가 산으로 가지 않겠다면, 산을 마호메트에게로 데려오라고.
잠시 후, 그녀는 큰 이중문을 밀치고 늦가을, 작렬하는 태양과 90도의 무더운 페르시아만 해안 앞에 펼쳐져 있는 두바이로 향했다.
차량을 발견하자마자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건 곳은 모스크바가 아닌 워싱턴이었다.
“엠마에요.” 그녀가 말했다. “성사됐어요. 장소는 자정 열두 시, 샤르자 자유무역지구예요. 왕자가 직접 온다고 했어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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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스릴러 소설의 요건을 빠짐없이 갖추었다. 너무도 스릴 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라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책장을 넘겼다. 결말이 너무 궁금했고, 놀라운 반전과 예측불허의 스토리, 공포감에 숨이 멎는 장면이 책장마다 펼쳐진다.
- 테스 게리첸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히는 이 책으로 게임의 정상에 우뚝 섰다.
- 데이비드 발다치

크리스토퍼 라이히가 왜 슈퍼스타 작가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첫 페이지와 두 번째 페이지, 그리고 셋째 페이지...이 위대한 스릴러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 작가에 대한 찬탄은 계속된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음모, 반전과 기만으로 가득찬 최고의 국제 스파이 스릴러. 다 읽을 때까지 추측과 궁금증을 멈출 수 없고, 무엇보다도 너무 재미있다.
-케이트 모세

크리스토퍼 라이히가 모든 실린더를 풀 가동했다. 섬세하고도 우아한 스토리 전개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놀라운 클라이맥스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작가는 독자를 마음대로 흥분시키고 마음 졸이게 만드는 전문가이다. ‘패트리어츠 클럽’에서도 그랬지만 너무도 생생한 스토리 전개에 독자들은 가상과 현실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빠져든다.
스티브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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