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로 기자단을 신청한 우리 다섯 명은 활동했던 육 개월 보다 그 이후의 온라인 만남에서 더 돈독해졌다. 신용민 기자를 필두로 시작된 ‘육 개월 안에 책을 내고 만다’라는 ‘육.책.만’ 밴드를 통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을 공유했다. 그리고 밴드의 이름처럼 육 개월 안에 책을 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된 원고가 지금 보이는 바로 이 원고이다.
--- p.04
나에게 아빠는 숨구멍 같았다. 고민이 있으면 아빠와 의논하며 숨을 고르고, 잘한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큰 숨으로 아빠에게 알리고, 힘겨운 일이 있으면 아빠에게 긴 숨으로 위로를 받았던 나의 숨구멍. 언젠가부터 그 숨구멍이 하나씩 둘씩 점점 더 막혀 간다. 어느 날 내가 숨을 못 쉬게 될까 봐 겁도 나면서. 오늘은 숨 한번 크게 쉬고 기도한다.“하느님, 지금처럼만이면 됩니다. 지금도 감사합니다.”
--- p.54
다행히 나의 어려운 질문들이 어떻게든 답을 얻는다. 재미없는 나에게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내가 인생을 탐험하는 이 여정이 즐겁고 재미난 이유다. 인생의 귀한 질문들을 구하고 답변을 채록하는 모든 과정, 그 자체가 인생이고 소중한 나의 자산이다. 나는 질문으로 산다.
--- p.67
신기한 건 그렇게 다 흘러 가장 편안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메워졌다. 부담이 거둬진 자리에 유연한 방법으로 그때그때 맞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니, 처음부터 나도 남편도 느꼈다. 아버지가 오신 뒤로 우리 생활에 질서가 생기는 좋은 점도 있다는 걸. 그리고 그렇게 남편과 나는 우리 생활에 찾아온 질서를 잘 부여잡기 시작했다.
--- p.90
내 모든 사정과 속마음을 까발리고 살 순 없지만 소통이 없는 삶은 고인 물 같아서 에너지를 발휘하지 못한다. 물은 움직일 때 촉촉한 비도 되고, 우렁찬 파도도 되고, 태풍을 동반한 폭우도 되고, 시원한 계곡물도 되지 않는가? 내 속의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이 ‘소통’은 정말 중요하다. 소통에는 격려와 화합, 피드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아무리 굳은 결심으로 일을 시작해도 격려가 아닌 비난과 책망을 계속 받으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 잘 알듯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p.105
삶에 정답은 없다. 꼭 내가 김연아나 박지성처럼 위대한 성취를 이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미한 존재감으로도 나와 내 가족, 이웃이 행복하다면 그 또한 소중한 인생이다 .
--- p.114
내가 그 사람에게 갖는 감정이 나쁘더라도 그 나쁜 감정, 결국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나이기에 되도록 감정 조절을 통해 에너지 낭비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지내는 것도 어려운 인생.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을 굳이 나와 맞추려고 노력하는 시간보다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에너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 p.170
요즘 서점에 가면 가장 인기 있고 흔하게 볼 수 있는 책이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의 입장이 되고 싶다. 제발 나와 마찬 가지로 갈피를 못 잡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30대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에게 위로 받고, 나만 이러는 거 아니라고, 동지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싶다.“저만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는 거 아니죠?나만 이런 거 아니죠?(제발 그렇다고 해줘요…)”
--- p.182
사람과 사람은 오랜 인연이든,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든 영향을 주고받고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한순간 가치관도 바뀌게 할 수 있는 관계도 된다. (...) 결혼을 해서는 배우자에 따라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를 통해 나를 보게 된다. 나에게 사람이란 결국 나인 것 같다. 그들을 통해 내가 형성되고 다듬어지니깐.
--- p.208
10대에 사람은 두려움의 존재였다.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고, 그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웠다. 20대에 사람은 어려움의 존재였다. 내가 나서면 물러나고 뒷걸음치기에 함께하기 어려웠다. 30대에 사람은 그리움의 존재였다. 육아로 인해 멀어졌고, 함께할 수 없어 아쉬웠다. 40대에 사람은 함께하는 존재였다. 내가 가는 곳에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들이 나를 만들어줬다. 그래서 앞으로 50대, 60대의 사람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 p.213
마지막으로 지금의 나처럼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미래를 알 수 없는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 으쌰으쌰 해보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미로의 끝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들을 즐길 수 있는 우리가 되길!
---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