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드디어 내리는구나!”
“물쥐야, 왜 그래?”
두더지가 물었다.
“눈이 폴폴 날아다녀. 아니, 떨어지고 있어. 눈이 펑펑 내린다고!”
두더지도 물쥐 옆에 쭈그리고 앉아 내다보았다. 그렇게 무섭기만 하던 숲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구멍, 골짜기, 웅덩이, 함정처럼 여행자들에게 위험천만했던 시커먼 것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사방에서 요정나라의 반짝이는 양탄자가 나타났다. 차마 밟지 못할 만큼 얇고 가냘팠다. 고운 가루가 허공을 가득 채우고 뺨을 간질였다. 땅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빛이 까만 나무 구멍들을 비춰주었다.
물쥐가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했다.
“자, 이젠 어쩔 수 없어. 얼른 출발해야 해. 운에 맡겨봐야지.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모른다는 거야. 게다가 눈까지 내려서 사방이 완전히 다르게 보여.”
정말로 그랬다. 두더지는 그곳이 아까와 같은 숲인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길로 용감하게 출발했다. 서로 의지하면서 힘차게 걸었다. 마치 음산하고 조용하게 서 있는 나무들이 반가운 옛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공터나 틈새, 오솔길이 나오면 이미 알고 있는 곳인 듯 용감하게 모퉁이를 돌았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하얀 눈과 검은 나무밖에 없고 다 똑같았는데도 발걸음이 씩씩했다. --- pp.80~81
열심히 정어리 통조림을 따고 있는데 앞마당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작은 발로 자갈 위를 걷는 소리와 소곤소곤 알 수 없게 중얼거리는 소리 같았다. 이따금씩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있었다.
“아니, 모두 한 줄로……. 등불을 약간 들어 올려, 토미. 먼저 목청을 가다듬고 내가 하나, 둘, 셋이라고 한 다음에는 기침을 하면 안 돼. 꼬마 빌은 어디 있지? 야, 빨리 와. 모두 기다리고 있잖아…….”
“무슨 일이지?”
물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물었다.
두더지가 약간 자랑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들쥐들일 거야. 매년 이맘때쯤에는 크리스마스캐럴을 부르며 돌아다니거든. 이 근처에서는 아주 유명해. 우리 집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어. 두더지네 집은 꼭 마지막에 들르지. 내가 따뜻한 음료는 물론이고 형편이 될 때는 저녁 식사를 대접한 적도 많았으니까. 들쥐들의 노래를 들으면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 들 거야.”
“나가서 보자!”
물쥐는 벌떡 일어나 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활짝 열자 겨울에 잘 어울리는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희미한 등불이 비추는 앞마당에 여덟에서 열 마리 정도 되는 작은 들쥐들이 반원 모양으로 둥글게 서 있었다. 목에는 털실로 짠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앞발은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은 모습이었다. 추위를 물리치려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반짝이는 구슬 같은 눈으로 서로 수줍게 쳐다보며 살짝 키득거리기도 하고 코를 킁킁대며 코트 소맷자락에 문지르기도 했다.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는 듯 등불을 든 나이 많은 들쥐가 “자! 하나, 둘, 셋!” 하고 외쳤다. 동시에 들쥐들의 가늘고 귀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pp.135~136
한참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두꺼비는 바깥 거리에서 다가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온몸이 떨렸다. 부릉부릉! 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여관 마당께로 들어와 멈췄다. 두꺼비는 주체 못할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식탁 다리를 꽉 붙잡아야만 했다. 곧이어 한 무리가 찻집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있었던 일들과 여기까지 잘 데려다준 자동차의 좋은 점에 대해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두꺼비는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귀담아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 음식 값을 계산하고 여관 마당으로 나갔다.
두꺼비가 중얼거렸다.
“조용히 구경만 하는 건데 괜찮겠지, 뭐!”
마당 한복판에 자동차가 서 있었다. 마구간 일꾼들을 비롯해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간 터라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았다. 두꺼비는 자동차 주위를 천천히 돌면서, 꼼꼼히 살피기도 하고 트집을 잡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이런 자동차도 시동이 금방 걸리는지 궁금한걸?”
다음 순간, 두꺼비는 어느새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돌려보고 있었다. 익숙한 시동 소리가 들리자 예전의 열정이 두꺼비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휘감아버렸다. 그는 꿈꾸듯 운전석에 앉아 마당을 한 바퀴 돌더니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 pp.167~168
겁에 질린 족제비들은 테이블 아래로 숨거나 미친 듯이 창밖으로 튀어나갔다. 벽난로로 우르르 몰려가는 바람에 서로 굴뚝 속에 끼어버렸다. 테이블과 의자가 부딪쳐 넘어지고, 유리잔과 도자기 접시가 떨어져 깨졌다. 모두가 공포에 사로잡힌 그 순간, 네 영웅은 기세등등하게 방으로 돌진했다! 용감한 오소리는 수염을 빳빳이 세우며 큰 곤봉을 마구 휘둘렀고, 두더지는 무시무시한 고함과 함께 “두더지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하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물쥐는 허리띠에 온갖 무기를 장착한 채 필사적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두꺼비는 흥분한 데다 자존심마저 상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몸집이 두 배나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그는 우렁차게 함성을 지르며 허공에 펄쩍 뛰어올라 적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두꺼비가 룰루랄라 즐겁게 길을 갔다고? 그래, 내가 너희들을 즐겁게 해주마!”
--- pp.328~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