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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 고민정 에세이

[ 양장 ]
리뷰 총점9.4 리뷰 57건 | 판매지수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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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랑 에세이 top20 1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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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66g | 140*205*20mm
ISBN13 9788901244785
ISBN10 8901244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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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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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실
나는 너만 보면 웃음이 난다.

길은 낯설고 배낭은 거추장스러웠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고
택시를 탈 만큼 넉넉지도 않았다.

웃을 일이 아닌데,
아니 따지고 보면 입이 나와 마땅한데.

그런데도 자꾸만 자꾸만
웃음이 났다.

“왜 웃어?” 하다가
같이 웃음을 터트리고

웃다
멈추고
웃다
달리고

다시 주저앉아 웃는다,
빗속에서.
웃음기 묻은 입술을 맞춘다,
빗속에서.
--- 「8월처럼 우리는」 중에서

그런데 이상했다.
사랑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일하지 않는 아빠를 증오하고
열심히 살아도 가난한 엄마를 원망했다.
우리 집은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답도 없는 질문으로 괴로웠다.
한낮에 예쁘게 차려입고 데이트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아가 치밀었다.

두근거리고 설레고 벅찬 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가
괜히 미안하고 초라하고 원망하고 분노하게 되는 것이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

그래서
한 번 더 욕심내기로 한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사랑해보기로 한다.
나 역시 욕심을 너로 채우겠다고,
욕심을 부릴 만큼 부려보겠다고.

그녀는 그에게
욕심내는 법을 배운다.
--- 「너로 인해 욕심내는 법을 배운다」 중에서

단단해져야 해.

나는 천성이 무른 사람임을 잘 알아서
단단해지기 어려울 거라는 짐작이 나를 괴롭게 했다.

자존감을 높여.

자존감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찾느라 꽤 오래도 헤매었다.
스스로를 귀히 여겨야 한다는 조언이
주술처럼 내 발목을 옭아매고 있음을 깨달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

보이지 않는 주머니에
빨간 공, 노란 공, 파란 공 섞어두고 고르는 일 같은 것.
때때로 억세게 운이 나쁘고
때때로 노력한 바 없이 굴러오는 행운 같은 것.
사람을 만난다는 게 그런 일일진대
더군다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내 노력 밖의 일임을 깨닫고 자책을 멈추기로 했다.

어떤 날도, 어떤 말도
돌고 돌아 확인하면
괴로웠던 시간만 남을 뿐.

나는 나인 채 그대로였다.
--- 「어떤 날도 어떤 말도」 중에서

쓰다 지우다
쓰다 지우다 결국

잘 지내?

세 글자를 써놓고
밤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어둡고 고요한 방 구석구석 빛이 찾아들고
눈이 부셔 미간을 찌푸리게 되면
그때 보내야지.

이 밤이 지나도
똑같은 마음이면 그때.
이 밤이 지나도
똑같은 그리움이면 그때.

그리고 나는
끝내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렇게 수십, 수백 번의 밤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너를 놓았다.

밤이면 메시지를 적는다,
밤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너와 헤어지는 일은
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일과 같았다.
차마 못다 한 말들을
꿀꺽 삼키는 일과 같았다.
--- 「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일」 중에서

셀 수 없는 숱한 이유로
표현할 수 없는 숱한 감정들로

시간이 지나
이날들이 참 좋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유독 밤공기가 좋아지고
가슴은 두근거리고
기분은 들뜨고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가 하고 싶고
배꼽에서부터 전해오는 기분 좋은 느낌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고
기억할 수 있기를.

이별은 아팠지만
사랑은 참 좋았다고.
--- 「이날들이 참 좋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중에서

할 말 좀 하고 살라는
조언인 척하는 지적을 들으면
시간 내에 해내지 못할 과제를 떠안은 듯한 기분이 된다.

사실 나는 그냥 묵히고 살고 싶다.
할 말 하며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가만히 적기로 한다.

세상에 흩어진 말들이 아닌
마음속에 떠다니는 나의 말들을.

밤이 찾아오면 적는다.
그저 나 같은 하루를 적는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 약간에,
미운 마음 약간,
부러운 마음 약간.
그리고
대수롭지 않은 마음, 마음들 얼마큼.
--- 「대수롭지 않은 내가 좋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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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길었던 하루 끝에 침대에 누워 이 책을 펼친다. 가만히 다가와 읊조리듯 펼쳐지는 남의 연애사에 마음이 몽글몽글했다가 가슴 한구석이 시려오고 그러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연애란 다 큰 어른이 쓰는 동화가 아닐까? 자기 전에 가만히 남들이 써놓은 동화를 읽어본다. 뜨겁고, 아프고, 잔인한 어른들의 동화를…….
- 한혜진 (모델)
연애에 대해 다 아는 척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얘기하고는 있지만 내 연애관은 사실 엉망이었다. 드라마와 영화 속 장면에 잘 빠져들긴 해도 그런 상황들은 현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단정 지어왔고, 그렇게 단정 짓게 만드는 차가운 연애만 해온 것 같다. 하지만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 그리고 고민정 작가님을 만나면서 작가님에게서 느껴지는 따듯함과 그 따듯함이 묻어난 글들이 나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충분히 보통의 사랑을 할 수 있다.
- 주우재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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