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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파과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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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1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40g | 128*188*30mm
ISBN13 9788957077740
ISBN10 89570777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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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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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보인 것은 진주색 등으로, 목 뒤로 늘어뜨려진 스카프가 홈이 깊이 파인 셔츠와 등을 반쯤 가리고 있었으나 달빛에 비친 단단한 척추와 견갑골이 두드러져 이제 곧 거기서 날개가 돋기라도 할 것 같았다. 바깥쪽으로 돌아선 자세로 베란다 난간에 걸터앉아 있던 사람이 숨기척에 고개를 반쯤 돌려서는 태연한 표정으로 소년을 흘겨보았는데, 그것이 지난 엿새간 가사를 맡아준 도우미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소년은 기억에 입력해야 하는 몇 가지 사실들?─?추정 40대 초중반 여성, 마른 단신에 세미 롱의 직모?─?을 잊어버린 채 그녀의 실루엣을 따라 일어난 미풍이 창밖에 휘날리는 꽃잎들을 실어 날라 오는 것만 같다는 착각에 사로잡혔다. 아버지를 저렇게 만들어놓고 어째서 당신의 옷이나 얼굴에는 단 한 방울의 피가 튀지 않고 그토록 깨끗한가요, 그것은 대체 무슨 기술인가요. 소년은 이 순간 진심으로 그것이 궁금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녀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을 작정이었다. (……)
그때 마침 귀갓길이었던 맞은편 집 여자가 복도에 널브러진 피바다 속의 상반신을 보고 울부짖다 흐느끼다 하며 정신을 놓기 직전인데도 소년은 거실 바닥에 주저앉은 그대로 그녀가 남긴 입 모양이 아마도 ‘잊어버려’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으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들리지 않았다. --- pp.105~107

대부분의 방역은 이런 식이다. 누가 왜 이것을 원하는지 묻지 않는다. 누가 왜 누군가의 안에서 구제(驅除)해야 할 해충이나 소탕해야 할 쥐새끼가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또는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된 데에 대해 카프카적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의뢰인이 고위직이나 요인일수록, 방역 대상도 마찬가지로 사회적 입장을 가진 자일수록 ‘왜’는 언제나 누락된 채 업자에게 전달된다. 그의 죽음으로써 누가 무슨 이득을 취하는지, 그의 죽음이 창출하는 이윤을 방역업자는 계산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의 죽음과 함께 요동치는 주가라든가 사회 경제 문화의 크고 작은 변화를 목격하면서 비로소 의뢰인이 어떤 부류의 사람이고 무슨 이유로 그런 의뢰를 했는지 역추적으로 짐작하며 대부분의 음모론이 그 과정에서 비롯하지만, 그조차도 까마귀 날고 배 떨어지지 않았단 법도 없으니 짐작 이상의 촉을 가동하지 않는다. --- pp.118~119

그녀는 자신이 무용을 데려와 이름을 지어줬던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누구나 선뜻 내켜 데려가고 싶어 할 만큼 작거나 귀엽지 않았던 것만은 기억한다. 아니, 기억한다기보다는 지금의 외모로 보아 그때라고 썩 다르지 않았으리라는 소급에서 비롯된 사고로, 어쩌면 아무도 데려갈 것처럼 생겨먹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집어 왔을 것인데, 당시 정황을 되살리지는 못하나 자신이 살아 있는 걸 주워 왔다는 데 대한 당혹감, 살아 있는 것에 마음이 움직여 충동만으로 예정에 없던 행동을 한 데 대한 낭패감만은 선명했기 때문이다. …… 집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아 있는 것에 인사를 하게 될 줄은, 집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거나 또는 집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까 봐 초조해질 줄은, 자기 인생에서 그런 날이 다시 올 줄은, 무용을 데려오기 전에는 몰랐다. --- pp.137~138

혀에 감긴 귤 알맹이가 부서지면서 입 안을 달콤하면서도 청량한 감각으로 채우고, 세로토닌이 한껏 상승한 상태에서 조모와 손녀를 바라보자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스럽다. 나름의 아픔이 있지만 정신적 사회적으로 양지바른 곳의 사람들, 이끼류 같은 건 돋아날 드팀새도 없이 확고부동한 햇발 아래 뿌리내린 사람들을 응시하는 지금이 좋다.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면. 언감생심이며 단 한순간이라도 그 장면에 속한 인간이 된 듯한 감각을 누릴 수 있다면. --- pp.208~209

방역업을 시작한 뒤로 삶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 아닌 현재멈춤형이었다. 그녀는 앞날에 대해 어떤 기대도 소망도 없었으며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늘도 눈을 떴기 때문에 연장을 잡았다. 그것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에 논거를 깔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더 오래 살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일찍 죽기 위해 몸을 아무렇게나 던지지도 않았다. 오로지 맥박이 멈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움직이는 그것은 훌륭하게 부속이 조합된 기계의 속성이었다. 류를 가끔 떠올렸고 그가 생전에 주의를 준 사항들에 자주 이끌렸지만, 제 몸처럼 부리던 연장으로 인해 손바닥에 잡힌 굳은살과도 같은 감각 외에는, 류를 생각하면서 온몸이 뻐근하게 달뜨고 아파오는 일이 더 이상 없었다. 그녀는,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 p.255

이 순간 그녀는 깨지고 상하고 뒤틀린 자신의 손톱 위에 얹어놓은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며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 pp.332~33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열다섯 살에 더부살이하던 당숙의 집에서 쫓기듯 나와 ‘류’를 만나게 된 이후부터, 조각은 그들의 언어로 ‘방역’이라 부르는 청부살인을 업으로 하고 있다. 어린 조각이 외국인 병사의 위협을 피해 꼬챙이로 그의 목을 정확하게 관통시키는 것을 본 후 류는 조각에게 갖가지 기술을 전수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거두어 방역업자로 키운 류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조각은, 류가 자신의 아내와 아이가 잔혹하게 살해된 이후 그녀에게 더 이상 삶에서 ‘지켜야 할 것은 만들지 말자’라는 다짐을 내놓은 후, 그와 함께 철저히 지킬 것 없는 ‘혼자’의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그렇게 류를 통해 방역업자로 단련된 조각은 40년 넘게 수많은 표적을 단숨에 처리하며 어느덧 업계의 대모의 위치에 이르게 되고 까마득한 후배도 여럿 두고 있는데, 그중 ‘투우’라는 녀석이 유독 눈엣가시처럼 군다. 일처리야 ‘신속, 정확, 치밀’하다고 인정하지만, 늘 푸제아 향을 흔적처럼 풍기고 다니면서 ‘자기 집 할머니 대하듯’ 조각에게 깐죽거리는 것이 갈수록 마뜩잖다. 처음에는 어리광인가 싶던 것이 투우가 자신이 의뢰받은 구역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면서 조각은 투우의 행동이 다분히 악의적임을 직감한다.
투우는 어린 시절부터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살아간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가정부의 뒷모습. 알약을 먹지 못하는 어린 그에게 꼼꼼하게 가루약을 챙겨주던 그녀가 마지막 남긴 말, 바로 ‘잊어버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살면서 이곳 방역업계까지 흘러든 투우는 같은 에이전시 직원이 잠든 틈을 타 자신의 아버지의 사건에 얽힌 서류를 찾아낸다.
한편 신체적 노화가 일상의 노력을 추월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에서 비롯되는 초조함으로 은퇴의 시기가 가까워져오고 있음을 직감하던 조각은 40년 방역 인생에 오점을 남길 만한 실수를 범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내과의사인 강 박사에게 남다른 감정을 품게 되고 그의 가족들을 바라보는 일에 남모를 행복을 느낀다. 또한 그즈음 찾아온 알 수 없는 심경의 변화, 바로 ‘연민’이라는 감정은 조각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다.
조각의 주변을 맴돌던 투우는 계속해서 그 그녀를 압박해오고 급기야는 조각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건을 터뜨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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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의 달콤쌉싸름한 유혹과 [아가미]의 신비한 슬픔으로 한국문학에 자기존재를 선명히 각인시킨 작가 구병모. 그런데 이상하다. 이 작가, 늘 신인 같다. 신인이 무서운 건 자기복제가 없어서다. 작가가 매번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쓰기 위해서 무엇을 무릅써야 하는지,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도 조금은 안다. 그런데 구병모는 정말 언제나 그걸 무릅쓴다. ‘파과’처럼 으깨진 영혼으로 살아온 여인의 고독하고 살벌한 삶을 그린 [파과]에서도 역시 그렇다. 아무것도 지킬 것 없는 삶의 사막과 무언가를 지켜내야만 하는 삶의 정글 사이에서, 나는 한동안 혼란스러울 것이다.
권여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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