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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여름휴가

평양의 여름휴가

: 내가 본 북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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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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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48*210*30mm
ISBN13 9788993884098
ISBN10 8993884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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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우리나라, 서울에 프로모션으로 가거나, ≪8월의 저편≫의 취재 차 어머니가 태어난 고향인 경상남도 밀양을 걷고 있을 때는 느끼지 않았으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니 심한 노스탤지어에 싸였다.

나 자신은 태어나면서부터 데라시네(뿌리 없는 풀)였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곤 했다.

뿌리내릴 장소를 자진해서 포기하고, 앞날에 다가올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긍정적인 자세만은 잃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북한에서 돌아오니 마음을 조국에 남겨두고 몸만 일본에 돌아온 듯한 공허함에서 한동안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민족의식에 기인하는 감정은 아니었다.

해 질 무렵 대동강 강변을 걷고 있으면, 자전거 짐칸에 젊은 아내를 비스듬히 태우고 때때로 뒤를 돌아다보고 말을 하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젊은 남자, 오른손에는 분홍색 아이스캔디 막대기를 들고 왼손에는 자홍빛 도는 진달래 가지를 소중한 듯이 거머쥐고 걸어가는 대여섯 살 정도의 여자아이, 교과서를 읽으면서 걷는 학생들, 아장아장 걷는 손자와 손을 잡고 손자가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는 걸 쉰 목소리로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중절모를 쓴 노인,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오즈 야스지로의 초기 무성영화와 같은 아름다움으로 가슴에 사무쳐왔다.

그리고 이 60년 동안 한반도에서 태어난 북쪽 사람들은 남쪽 땅을, 남쪽 사람들은 북쪽 땅을 갈 수조차 없는 역사의 긴장 그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역사를 산다는 것은, 그 나라 내부에서 각자 개인사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지만 그 나라를 외부에서는 볼 수 없는 북한사람들이고,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나그네 입장에서 그 역사를 엿볼 수는 있겠지만 그 역사로부터는 격리되어있다.

내 안에는, 조국의 역사로부터 격리되어있는 이방인으로서의 의식과,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동포로서의 의식이 늘 서로 대립하며 다투고 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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