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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호텔

프리즌 호텔

: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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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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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6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4231569
ISBN10 897423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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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양억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아시아 대학 경제학부에서 일본 근대 사상사를 전공했다.
무라카미 류의 <낯선 나날들>, <69>, <코인로커 베이비스>, <교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 그라운드>, 하나무라 만게츠의 <게르마늄의 밤>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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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호텔 창에 겨울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나는 방에 갖추어진 작가 전용 책상에서 <애수의 베네치아>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쓰고 있었다. 그것은 <이리의 황혼> 시리즈의 대히트로 야쿠자 작가로 낙인 찍힌 내가, 정체성의 회복을 노리고 쓰기 시작한 연애 소설이다. 유럽에서 유학 중인 여자 바이올리니스트가 옛 애인이었던 신문사 특파원과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의 불 지옥에 빠져든다는 이야기다.

원고의 반은 이미 대일본웅변사의 편집자에게 넘겼다. 반이라고는 하지만 500매 분량이라 앞부분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이미 손을 대기도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야쿠자도 나오지 않고, 총성도 들리지 않으며 내 십팔번인 법의학적 용어를 구사한 노골적인 섹스 신도 없다. 고금의 연애 소설 분위기를 충실히 자아내면서, 이야기는 심한 갈등도 없이 그냥 슬프고 아름답게 차근차근 진행된다.

며칠 후, 담당 편집자가 호텔로 달려와서 이제 슬슬 마피아가 나오겠죠, 하고 묻길래 그 자리에서 어퍼컷을 날리고 헤드 드롭으로 벌을 주었다. 클라이맥스 신은 바이올리니스트와 신문 기자가 노을을 배경으로 곤돌라를 타고, 노을에 물든 '한숨의 다리' 아래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것이다. 낡은 호텔의 창갈 불어 가는 겨울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연인들을 태워 주는 황홀한 뱃사공이 되어 있었다.

전화 벨이 울렸다. 나는 저주의 고함을 지르면서 원고지를 집어던지고, 벽에 열 번 머리를 박고 난 다음 수화기를 들었다. 프런트 맨은 도저히 욕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화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대일본웅변사의 오기와라님이 오셨습니다."
나는 조용한 바리톤 음성으로 대답했다.
"아, 그래요.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로비에서 기다리라고 해 주세요."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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