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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습속

시간의 습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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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18쪽 | 400g | 140*210*30mm
ISBN13 9788976966308
ISBN10 897696630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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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미가 장지문을 열었다. 손님은 이불에 얼굴을 반쯤 묻고 있었다.
“깨셨어요?”
손님이 눈만 뜨고 있었다.
“무슨 소리가 들려서 깼는데, 뭐지?”
“손님 앞으로 전보가 와서요.”
“전보? 아아, 여기 묵는다고 말해두었더니 보냈나 보군. 어디 줘보게.”
손님이 이불 속에서 한쪽 손을 내밀었다.
오후미는 앉은 자세로 다가가서 전보를 건넸다.
누운 채 전보를 펼쳐 보던 손님이 갑자기 놀란 듯 소리치며 몸을 일으켰다.
“뭐, 죽었다고?” --- pp.22~23

미하라 기이치는 회답서를 한참 들여다봤다. 회답 내용보다도 도리카이 주타로라는 이름이 그리워서였다.
도리카이 형사와는 4년 전 미하라가 수사2과에 있을 때 담당한 어떤 사건 이래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작년 5월에는 도리카이 형사가 하카타의 돈타쿠 축제를 보러 오라고 권해서 후쿠오카에 놀러가기도 했다.
미하라 경위는 도리카이 형사의 인품에 끌렸다.
요즘은 수사가 현대화하면서 고전적인 타입의 형사도 점점 줄었다.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 pp.53~54

미하라는 생각할수록 알 수가 없었다.
언젠가 후쿠오카의 도리카이 형사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절대 틀림없다고 믿어버리면 언젠가 그것이 마음에 맹점을 만듭니다. 착각하고 있으니까 바로잡을 생각조차 들지 않지요. 이 점이 무서운 겁니다. 아무리 괜찮다고 믿었어도 다시 한 번 그 믿음을 깨뜨려볼 일입니다.”

어디서 착각한 걸까? --- p.83

미하라는 도쿄 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열차 뒤쪽 이등칸에서 가방 하나를 들고 내리는 도리카이를 본 순간, 미하라는 도리카이도 꽤 늙었구나 싶었다. 얼굴 주름이 훨씬 깊어졌다. 작년에 규슈에서 만난 뒤로 1년 만이다. 쉰을 넘으면 노화도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가장 눈에 띈 건 양쪽 귀밑머리가 하얗게 센 것이었다. 뺨 언저리의 살도 약간 빠졌다.
도리카이는 그렇게 달라진 얼굴에도 벙글벙글 웃음을 띠며 미하라 앞으로 걸어왔다.
“오래간만입니다. 일부러 나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드디어 도리카이 형사님과 같이 일을 할 수 있게 됐네요.” --- pp.235~236

“음. 뭔가 증거가 될 만한 게 있을까요?”
“증거요?”
야마오카는 형사한테 의심을 받은 기분이 들었는지 갑자기 말투가 강경해졌다.
“그거야 사진을 봤으니까요.”
“사진이요?”
“가지와라는 카메라에도 취미가 있거든요. 메카리 제사를 찍은 사진을 보여줬어요.”
오시마 형사의 귓가에서 벌레 수천 마리가 일제히 울어대는 것 같았다.
“어떤 사진이었죠?” --- pp.267~268

“고객이 직접 오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 고객이 슬라이드 필름을 사진관에 맡긴 경우에 사진관에서 한꺼번에 찾으러 오는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일일이 찾으러 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미하라가 말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겠습니까? 가지와라의 필름을 정말 후쿠오카로 보내셨는지 어떤지.”
주임은 묘한 얼굴을 했지만, 미하라의 말을 듣고는 응접실을 나갔다.
이번에는 20분쯤 기다렸다.
주임이 얼굴을 긁적이며 돌아왔다.
“말씀하신 대롭니다. 장부를 봤더니 가지와라 씨 본인이 직접 찾으러 왔었네요.”
미하라와 도리카이가 시선을 마주쳤다. 그것은 승리의 표정이었다.
--- pp.303~30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가나가와 현에 있는 사가미 호수에서 근처 여관에 머무르던 남녀 여행객이 산책을 간다고 하고는 자취를 감춘다. 수색 결과 남자는 교살 사체로 발견되고 여자는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피해자는 운수 업계 신문 발행인 도이 다케오였다. 사건을 맡은 경시청의 미하라 경위는 관련 인물 중 가장 혐의가 없는 택시 회사의 전무 미네오카 슈이치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미네오카에게는 사건 당일 규슈 동북단에 있는 메카리 신사에서 거행된 연례행사를 관람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러나 미하라에게는 이 알리바이가 뭔가 석연치 않다. 하지만 미네오카가 사가미 호수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데 미하라는 매번 어려움을 겪고, 조사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그때 후쿠오카의 미즈키에서 교살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의 사체가 발견되고, 후쿠오카 서의 도리카이 주타로 형사는 미네오카가 타인의 명의로 정기권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고심에 고심을 더한 살인’인 만큼, 미네오카는 난공불락의 성에 숨어서 미하라를 비웃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물증주의를 채택하는 형법의 원칙상, 어느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범인을 법정에 세울 수 없다. 미하라는 추리에 추리를 거듭하면서 집요하게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마지막까지 그의 덜미를 잡는 것은 범인이 축제 현장에서 직접 찍었다는 사진의 필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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