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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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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은 | 동아 | 2013년 08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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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128*188*30mm
ISBN13 9791155110461
ISBN10 1155110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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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민혜는 서 부장의 차를 탔다. 말로만 듣던 1억 원짜리 차. 그의 차가 값비싼 걸 못마땅하게 느낀 이사가 서 부장에게 ‘돈 좀 잘 버나봅니다.’라고 비아냥거렸고, 그걸 서 부장이 ‘절제해서 이 정도입니다.’로 되받아쳤다는 그 전설의 차.
쿠션도 좋고, 가죽 시트의 느낌, 승차감,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당장이라도 잠들 수 있을 것처럼 편안한 몸과 달리 마음은 가시방석이었다. 서 부장과 동행이라니. 여직원들이 알면 당장 머리를 쥐어뜯으러 달려들 것이며, 회사 내엔 알 수 없는 소문이 피어오르겠지.
그러나 그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차에 타서도 한 마디도 없는 그의 태도였다. 데려다주겠다고 했으면 뭐라 말이라도 하던지. 민혜는 어떤 대화 주제를 꺼내야할까 고민고민하던 차였다.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춰 섰다.
“신민혜씨.”
서 부장이 옆을 보며 불렀다.
“네.”
민혜가 대답했음에도 서 부장은 말을 걸어놓고도 한동안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민혜가 무어라 말을 하려는 찰나, 서 부장이 쓰고 있던 무테안경을 벗었다. 눈에 뭔가 들어간 건지 손으로 눈가를 살짝 문지르는 서 부장을 보던 민혜가 숨을 흡하고 멈추었다.
여태껏 날카롭고 냉철하게 보이던 이미지가 안경 하나 벗었다고 확 달라졌다. 순간 민혜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울렁거리는 걸 느꼈다.
왜 이래! 잘생긴 얼굴은 다 껍데기일 뿐인데 이렇게 울렁거리면 어떻게 하냔 말이야!
그러나 실제로 안경 하나 벗은 것만으로도 서 부장의 이미지는 확실히 달라졌다. 세련되고, 아주 묘하게 섹시하기까지했다. 여직원들이 왜 서 부장만 보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지, 지현이 그를 침대에 눕혀보고 싶다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서 부장이 다시 안경을 꼈다. 그게 민혜는 못내 아쉬웠다.
“신민혜씨.”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는데, 그조차도 섹시했다.
“네.”
마른 침을 겨우 삼키고서 가까스로 대답했는데, 쉰 목소리가 나왔다.
“내가 누군지 모릅니까?”
“네? 그야……. 우리 꽃 같은 서 부장님이시죠.”
“…….”
답이 이게 아닌가보다. 서 부장의 얼굴이 대번에 살얼음장이 됐다. 그러나 민혜는 주눅 들거나 이전처럼 놀라지 않았다. 이럴 줄 알고 몇날 며칠 고민해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뒀다.
“신처럼 완벽한 서 부장님이요!”
“…….”
비장의 카드를 척하고 꺼내자, 서 부장의 얼굴이 팍 하고 찌그러졌다. 이것도 아닌가 보다. 더 이상 어떻게 아부를 떨란 말인가! 다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잠시 한숨을 내쉬던 서 부장이 피곤한 얼굴로 핸들을 톡톡 두들겼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민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인데, 엄청난 무게가 짓누르는 것처럼 압박감이 들었다.
“정말로…… 나, 모릅니까?”
서 부장이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무언가 꼭 기억해주길 바라는 눈초리로.
서 부장의 처음 보는 간절한 시선에, 할 수만 있다면 두개골을 쪼개어 기억회로를 탈탈 털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서 부장의 간절한 시선에 합당한 대답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민혜가 기억하는 서 부장의 첫 모습은 회사 내에서였다.
“……우리가 구면인가요?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가 회사 아닌 곳에서 만난 적이 있냐는 거예요.”
자신의 조심스런 대꾸에 낮은 한숨을 내쉬고는 차를 출발시키는 서 부장을 보며 민혜는 죄스러움을 느꼈다.
“그냥 말씀해주시면 안 되나요? 제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무조건 기억나야하는 겁니다.”
“말씀해주시면 곰곰이…….”
“기억해내세요.”
“…….”
“무슨 수를 써서라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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