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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여행

감정여행

하시 | | 2020년 10월 0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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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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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10*191*11mm
ISBN13 9791196593537
ISBN10 119659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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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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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점

새삼 선생님들 계신 곳 가앉으면
꼭 등받이가 없다 궁시렁 궁시렁

아파서 기댈 곳을 찾아간다
회전의자는 돌고 빙글빙글
기댈 곳이 없어서 아파진다
트라우마를 타고 째깍째깍

1호실,
흰색 가운 청진기 단 선생님 하얀 알약 싸주신다
2호실,
오방색 무복 꽃갓 쓴 선생님 하얀 쌀알 던지신다

공허해서 역마살이 찐 거다
구설수 오르내려 기 빠지고
우울한 걸 보니 삼재인가병

계절타나 작두타나 신들리나 정신놓나
점치는 이야깃거리 병고치는 굿거리다
청진기에 달린 방울소리 딸랑딸랑딸랑

잠 잘 드는 부적 접어 넣는다
잠 잘 오는 알약 집어 삼킨다
누우면 베드(bed) 잘되라 굿(good)

-----------------------------------------------------

비거리

비오네. 그 말 건네는 날을 기다렸지
그러네. 답 와서 종일토록 열어둔 창

우리 끝났다 박수 치는 빗소리 맞으며
삐뚤빼뚤 우산 손 잡아 발밑에 잠기는
거울, 뚝뚝 그치기 전

비오네.

열이 오른다 누군가 어깨를 부딪치며
그러네.
잡을 수 없다 지나쳐가 비가 내린다

-----------------------------------------------------

그 해 잃기

서랍 날씨 맑음
웃느라 숨쉬지도 않는 사진 맡
꽃다발 안겨 둔다

마르지 않는 한 장은 흠뻑
시들지 않는 아지랑이
잃은 그 해 일기 핀다

-----------------------------------------------------

마이 디어 리버티 (MY DEAR LIBERTY)
어제 당신 봤어요 신촌 로터리 건널목에서, 인사 할까 말까 신호 몇 번 바뀌는 동안 밀려드는 사람들 속 신호등이 깜박깜박 나도 걷다 말다 점멸하고 그렇게 거기 있었어요 이제 어때요 괜찮은가 지금 너는 이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어 좋은가요 그럴 것 같아 너와 닮은 침울하고 소중한 것들 기꺼이 안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에게만 눈 마주쳐 기지개를 펴 하품 한다는 건 울 수도 웃을 수도 있다는 거니까요 너는 희다란 풍선껌 부풀려 벗기고 깨우고 재우고 이불 속에 똬리 틀던 언어들의 온기, 나와 같고 너와 같은 것들, 나는 계속 아팠고 너는 그 틈에 사라져 버렸지 아마 그 때 내 생명을 구했던 것이 당신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말이에요 별 일 아닐테니까 나도 이제 제법 웃어 그리고 글을 써요 내게 당신은 아름다운 영역, 그 말 해주고 싶었어요 가로등 밑에 파란색 페인트통마다 발로 걷어 차던 나의 스무살 지켜보던 당신, 주머니에 손 찌르고 서있던 당신, 내게 무슨 이름으로 불리우고 싶었나요 손 들고 있던 당신, 흔들고 있었던 것인지 내밀고 있었던 것인지 내내 거기 기다렸나 멈춰버린건지 나는 당신 무슨 이름으로 부를까요
우리 사랑이었을까요

--------------------------------------------------------

타인의 서점

손 더 꽉 잡은 쪽
이야기는 사무친다

속내를 꺼내
체온 받아쓰는 동안
책 한 권이 팔락팔락

턱을 괸 채 구석
낙서를 끼적이고
귀퉁이를 접어놓는다

더 오래 보는 쪽
이야기는 사무친다
서점의 바깥

그게 언제적 이야기야
먼지 찬웃음 흘린다
,
찢겨진 장 이어붙히던
다음 페이지는
바람이 넘기어 주나

눈 쏟아지도록
소복해진 여백의 구절
타인의 서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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