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성공을 원하지만,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
“저는 정말 자신 있어요. 저희 서비스, 오픈만 하면 1년 내로 100만 명 확보 바로 가능합니다. 그 이후에는 광고주를 모집하여 광고수수료로 돈 벌 겁니다.”
필자가 비즈니스 모델 게임 방법론으로 창업기업의 경영진 또는 창업자와 심층 컨설팅하거나 미니워크숍을 운영하다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모든 창업가는 회사에 사직서를 미련없이 제출하고 뛰쳐나올 때, 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지 않고 바로 마음 맞는 몇 명과 창업할 때, 그들이 기획한 사업 아이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리라는 확신과 믿음을 가지기 마련이다. 절대 그 믿음과 신념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한 믿음과 신념이 없다면 어떻게 창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문제는 그 시장을 뒤바꿀 수 있으리란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의 초기 콘셉트가 실제로 팀멤버를 구성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현실과 괴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어느새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망각하고, 그들이 정말로 제품과 서비스를 써야만 하는 이유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빨리 상용화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모든 팀멤버가 모여서 초기에 콘셉트로 잡았던 타깃은 누구인지, 그들이 우리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잠재적 니즈는 정말로 충분한지, 그 잠재적 니즈를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써 제품/서비스가 가진 효용은 충분한지 다시 점검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여기서 창업자의 고민이 또 깊어진다. ‘과연 우리끼리 모여서 두서없이 논의하는 것이 맞나?’
비즈니스 모델 게임은 바로 창업가의 이러한 니즈를 읽고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가 사업모델의 수준에서 제대로 구체화되었는지를 검증하고,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이미 상용화하여 매출액이 발생한 사업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모든 기업, 특히 창업기업에 비즈니스 모델 게임은 유용한 프레임워크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즈니스 모델 게임이 성공을 보장하는 만병통치약은 절대 아니다. 세상에 그런 방법론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수준에서 창업기업이 가진 사업모델의 경쟁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는 꽤 괜찮은 프레임워크임에는 틀림없다. 비즈니스 모델 게임은 이미 200여 개 이상의 창업기업들과 심층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유용한 프레임워크이자 방법론, 도구로써 검증을 받고 있고, 계속 그들의 피드백과 함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는 시점에도 비즈니스 모델 게임은 창업기업의 창업가들이 이야기하는 피드백이 반영되어 업그레이드되고 있을 것이다. 프레임워크는 그것을 도입하여 활용, 응용하는 기업의 역량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프레임워크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실패확률을 낮추고, 창업기업의 팀멤버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점들을 다시 바라보면서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에 만약 창업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창업해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 게임은 여러분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는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하기 바란다. 모든 팀멤버들이 모여서 다양한 시각을 원 보이스(One Voice)로 내고, 사업모델의 지향점을 공유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 게임의 기본 목표 중 하나다. 여러분 모두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 비즈니스 모델 게임이 조력자로서 약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 책의 소임은 그것으로 다한 것이다.
끝으로 물심양면으로 작업을 도와준 정현정 디자이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_2013년 8월, 김진영
당신이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스마트폰 붐 이후 벤처 창업에 관한 관심과 투자가 다시 한번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걱정이다. 정말 스타트업에 답이 있는 것일까? 스타트업에 관련된 책을 쓰고 있지만, 과연 너도나도 벤처창업에 뛰어드는 현 상황이 맞는 것인지 역설하고 싶다. 서비스 기획과 비즈니스 모델 수립 분야에서 크고 작은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많은 새로운 비즈니스에 관해 이야기를 듣지만, 정말로 진지하게 시작해야 할 비즈니스는 엄밀하게 따지면 그 중 10%도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자들이나 신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을 만나보면, 그들은 고객과 사용자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확신한다. 내 관점에서는 사용자들이 현재의 사용 패턴을 포기하고 그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아예 시장을 낙관하는 일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직관은 이러한 차이를 낳는다. 누군가에게는 보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때 누군가의 직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나는 당신이 비즈니스 모델 게임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박스 채우기나 합리화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이 더욱 객관적이며 논리적인 생각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해 솔직하고 명확한 확신을 하는 것이다. 그 정도의 강력한 확신과 내적 동기 없이 다른 사람들, 특히 투자자를 설득하겠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최초 당신이 생각했던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바뀔 것이다. 생각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변화하며,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듣는다. 기획 단계는 물론 제품이 개발되는 중간에도 바뀔 것이며, 심지어 출시 이후에도 바뀔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의 생각을 재정의하는 수단으로써 이 도구를 사용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사용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어 내는 제품인지, 의미 있는 수요가 있는 시장인지, 그리고 팀이 이를 실현할 동기와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이 책은 자신들의 생각을 프레임에 담아 스스로 정리하거나 검증하며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되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실행임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게임은 배가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 노를 젓든 스팀엔진을 만들어 장착하든 배를 움직이는 것은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실패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음에도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는 복권과는 다르게 당신의 실행이 당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구입하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되는 복권과는 달리, 실행이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실행은 누군가가 할 것이고 당신은 큰 그림만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며, 모든 세부적이고 지루하고 곤혹스럽고 소모적이고 때로는 창피한 일들을 당신이 해야 한다.
당신이 만들지 않으면 어떠한 제품도 나오지 않을 것이고, 당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스타트업은 정확한 역할 분담과 업무 양이 정해져 체계적으로 작동되는 성격의 비즈니스가 아니다. 생각을 위한 도구와 책을 만들었기에, 반대로 머리말에는 실행의 중요성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적는다.
당신이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_2013년 8월, 강재민
---「지은이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