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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책방

꼰대책방

오승현 | 구픽 | 2020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0건 | 판매지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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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00g | 148*215*20mm
ISBN13 9791187886549
ISBN10 1187886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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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지언은 몇 번 자신의 비전을 엄마에게 털어놓기도 했었다. 갖은 노력에도 빠르게 박제되어 간 ‘책’의 죽음을 아버지는 막을 수 없었지만, 지언은 할 수 있다고. 보여 주겠노라고. 무조건적인 맹신이 아닌 젊은 생각과 어우러져 더욱 선명해지는 진리의 대변신을 지켜보라고 말이다. 하지만 3년 넘게 운영한 지언의 고전 서평 유튜브 채널 [꼰대책방]은 새로움에만 열광하고 낡은 것은 조건 없이 짓밟는 젊은이들, 미미를 환영하고 그 존재를 칭송하는 이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미미가 출판 시장을 잠식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몇 번의 터치만으로 콘텐츠를 불러올 수 있는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책의 비중을 모조리 가져가 버렸다. 영상, 사진, 보이스 레코더가 종이책을 대체했고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독서 인구는 ‘독불 인구’라 불렸다. 혼자서 다른 길을 가는 독불장군에 비유될 정도로 별종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이다.

-[꼰대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도 바로 그것이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차곡차곡 쌓인 꼰대의 생각들. 그런 고루한 생각들이 단지 오랜 시간을 버텼다는 이유로 상식이 되고, 법칙이 되고, 결국엔 지혜라 칭송받는 이상한 논리. 어른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야. 다 겪어봤어. 그러니까 이게 맞아. 아버지도 항상 이런 논리였지.

-사람들은 꼰대를 고인물이라 말한다. 늙어서 고장 난 퇴물, 멈추어 선 낡은 기계에 비유한다. 그러나 꼰대는 고물이 되어 움직임이 작아지고 흐름이 느려졌을 뿐, 흐르는 것을 멈춘 사람이 아니다. 고물 수도꼭지라도 멈추지 않고 작은 물줄기를 계속 흘려 보내는 사람이다. 이미 많은 곳을 거쳐 와 넓은 땅에 단비를 적셔 주었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 어제와 다른 곳을 적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꼰대라는 것이다.

-청계천에서 헌책 수리공으로 유명했다는 송가 아재는 낡은 책을 접착제와 물풀, 양면테이프, 그리고 신용 카드 한 장으로 새 책처럼 만드는 장인이었다. 조각조각 떨어진 제본은 타카 몇 방에 다시 단단히 뭉쳤고, 벌어진 표지는 얇은 양면테이프로 내지와 해후했다. 코팅이 벗겨져 색이 바랜 표지 일러스트는 투명 매니큐어와 네일 드라이어를 몇 번 오가며 한결 선명해졌다. 세월을 감당하느라 누래진 내지의 옆면을 파우더 팩트로 하얗게 변신시키자 책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의 긴장감을 그대로 간직한 듯 정갈해졌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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