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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쩔매시는 하나님

쩔쩔매시는 하나님

: 차정식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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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20g | 138*195*30mm
ISBN13 9788997760510
ISBN10 89977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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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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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다 내리기 전, 또다시 고드름의 계절로 잠입하기 전, 햇살은 몸을 알맞게 달구고 나서 사념마저 익게 만들곤 했다. 괜스레 더 긴 걸음으로 멀리 걷다 보면 햇볕과 몸은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 우주의 저편으로 날아갈 만큼 가벼워져 있었다. 일과를 망각에 묻고 언어를 잃어버려도 햇볕 한 가닥만으로도 하루의 여행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이다. --- p.26

천천히 걷고 또 달리는 길 위에서 나는 문득 내 하나님이 오래 침묵하는 뜻을 새겨본다. 그것은 아무래도 불우한 생명들이 애써 키운 희망을 산통 깨지 않으려는 배려가 아닐까. 그 침묵을 깬 신의 목소리는 심판이고 종말일 것이기에 이 땅의 가녀린 존재들과 함께 당신은 묵묵히 견디는 것이리라. … 팍팍한 더위와 함께 자라는 나무와 풀의 안간힘이 안쓰러워 하나님은 오늘도 이 우주에 숨겨진 눈빛으로만 말씀하신다. 더러운 먼지를 뒤집어쓰고 흘리는 땀방울의 표정에 마음 약해져 당신은 저물녘의 파장국면에 내일이란 희망의 어음을 끊어주시는 것이리라. --- p.43

우발성의 감각은 필연성의 강박을 넘어 자유를 획득해나가는 과정에 기대나 요청 없이 선사된 도피성과 같은 자유의 장막이다. 그 장막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가지 않은 길, 선택하지 않은 언어와 행위를 향하여 자유스럽게 존재할 수 있다. 우발성이라는 그 우발적인 명패 아래, 우리는 자신의 역사와 거기서 발생한 필연적 선택의 정통성을 교리적으로 변증하려는 조바심에서 잠시 놓여날 수 있다. 그 해방의 밀도에 비례하여 우리가 상상하는 하나님의 은밀한 심연은 깊어지고, 그 존재론적 개념과 범주는 철저히 해체되어 낱낱이 비산한다. --- p.66

꼭 써먹지 않아도 좋다는 듯이, 그 속의 씨앗이 꼭 어디 옥토에 심겨지지 않아도 원망이 없다는 듯이, 오늘도 사과는 몇 개씩 뚝, 뚝 떨어져 뒹굴다 멈춘다. 발에 차이고 차바퀴에 으깨져도 비명도 없이 부서지는 이 식물성의 존재감에 나는 마음이 자꾸 시려진다. 우리가 할렐루야로 감탄해마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란 게 그 쓸모의 형식을 벗어던지면 궁극적으로 이런 텅 빈 투사체 아닐까. --- p.77

예수는 당시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의 추종자들을 정교하게 조직하여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까지 거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로마는커녕 팔레스타인의 종교적, 정치경제적 중심지인 예루살렘도 간신히 막판에 들렀을 뿐이다. 거기서도 그는 주로 음지에서 운신하였고, 성전에 들어가거나 종교 지도자들을 대했을 때도 까칠한 이단아처럼 행동하였다. 거기가 그의 삶이 깃든 장소가 아니었던 게다. 그의 공생애 대부분이 자리한 갈릴리에서도 그는 당시 헬레니즘 문명의 온기가 충만했던 세포리스나 티베리아스를 일부러 회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의 장소는 시골이나 소읍의 작은 집이나 회당, 움직이는 선교 현장으로서의 산과 광야와 길거리에 집중되었다. --- p.118

난해함을 위한 난해함은 분명 악덕이다. 그렇지만 뒤틀린 생의 층층면면을 드러내기 위해 글의 리듬이 꼬이고 난해하게 늘어지는 속내의 필연성이란 것도 있는데 그것은 존중받아야 한다. 거기에서 행간의 의미에 대한 독자의 심사숙고와 함께 해석의 풍요로움이 우러난다. --- p.135

예수의 유산은 기도든, 금식이든, 구제든, 모든 걸 은밀히 하라는 것이었는데, 모든 걸 은밀한 중에 은밀히 판단하시는 하나님을 닮으라는 뜻이다. 이러한 ‘사적인 경건’의 전통은 오늘날 대중 종교로서 기독교 체계 안에서 너무 무기력하다. 어떻게든 홍보하고 선전하고 떠벌여야 흥행이 되고 경건의 공적인 점수도 높아간다. --- p.174

우리는 자기가 옳다는 확신 없이 이 세상의 악과 맞붙어 치열하게 싸울 수 없고, 자기가 그르다는 전복적 상상력의 여백 없이 서늘하게 반성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제 신앙/신념의 확고한 기반 없이 이 불안한 세계에서 제 존재를 영원에 잇대어 우뚝 세울 수 없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실존적 떨림 없이 제 존재의 심연을 집요하게 되물으며 성찰할 수 없다. 옳든, 그르든, 흔들리든, 흔들리지 않든, 우리는 오디세우스처럼 제 집으로 돌아가는 이타카의 도상 위에 있다. 그 길 위의 여정에서 우리는 외로운 여행자로 제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고 생의 근원적 부조리를 견디며 가끔 더 나은 본향을 꿈꿀 수 있을 뿐이다. --- p.180

예수는 제자들에게 닮아야 할 궁극적인 존재로 하나님을 설정하면서 산상수훈에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 5:48)고 가르쳤다. 여기서 온전함(teleios)은 종종 ‘성숙함’으로 번역되어 우리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인간이 하나님의 온전함을 닮아야 할 목표로 설정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런데 그 온전함의 내막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는 ‘존재론적 완벽함(ontological perfection)’이라기보다 ‘목적론적 완주(teleological completion)’임을 깨닫게 된다. 유한한 피조물인 인생이 어떻게 불멸하시는 하나님의 신적인 완벽함에 다다를 수 있겠는가. 다다르기는커녕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예수께서 헛된 과장법으로 제자들을 기망한 것이 아니라면, 저 위대한 어록의 속뜻은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영 다른 데 있었던 셈이다. --- p.234

하나님이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대목에서 우리는 기를 쓰고 ‘안 괜찮다’며 자꾸 자책하고 자학한다. 그걸 무마하느라 관성적으로 멋들어진 말들을 꾸며 하나님을 칭송하고 온갖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여 그의 존엄함을 찬양하기 바쁘다. 하나님은 자족적인 존재로서 우리의 이런 요란한 호들갑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만유의 주님이신데도 우리는 끊임없이 기도로 하나님께 정보를 제공하며 고자질하고 온갖 예쁜 짓을 도맡아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나님은 자신에게 뭘 자꾸 가져다 바치는 건 그만 하고 이 땅에 공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길 원하는데, 우리는 하나님한테 그 공의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여전히 그 앞에 아부 아닌 아부를 늘어놓고 아양 아닌 아양을 떨면서 그럴싸한 신학적 담론과 신앙 고백적 언어로 점잖게 분칠하기 바쁘다. --- p.251

예수에게 공부는 곧 태초의 감각을 염두에 둔 신명 나는 삶의 퍼포먼스에 다름 아니었다. 그분의 짧은 공생애와 이야기에 식사와 잔치 모티프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공부의 결실이 삶의 향유와 긴밀히 연동되어 있었음을 암시한다. 삶이 그렇듯, 배움 역시 축적하고 소유하는 것보다 좋아하여 즐기고 누리는 것이 상전이었던 셈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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