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란 말은 여전히 오랜 세월이 묻은 예스러운 단어처럼 느껴지지만, 일본에서는 ‘이요시 콜라’의 코라 고바야시를 ‘세계 최초의 크래프트 콜라 장인’이라 부른다. 가장 대중적인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30대의 콜라 장인. 이 생경함이 나는 왜인지 싫지 않다. 아이보리색 치노팬츠에 블루 셔츠를 입은 단정한 차림의 청년이 내게 다가왔다.
--- p.18, 「01 제3의 콜라를 꿈꾸는 「이요시 콜라」 중에서 코라 고바야시」 중에서
와키 마사유키의 책방 북숍 트래블러, 책방 안에 서로 다른 출판사, 책방 혹은 작가나 디자이너가 책장을 빌려 마음대로 자신의 책장(방)을 꾸미는 꽤나 독특한 모양새의 책방 역시 서로 다른 평범한 오늘이 그저 한자리에 모였을 뿐인지도 모른다. 와키의 책방 히스토리를 훑어보면, 그건 여느 대학생의 대수롭지 않은 일상, 중고서점의 아르바이트로 시작한다.
--- p.99, 「03 안테나 책방 「북숍 트래블러」 중에서 와키 마사유키」 중에서
보통의 종이보다 색을 내는 원료를 얇게 펴 발라 꼼꼼하게 완성하는 ‘후루스지’는 필기에 최적이라 평가받는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글자를 써보면 종이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펜이 움직인다’는 호평까지 나온다.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감독은 베개 맡에 두고 썼고, 패션 디자이너 아녜스 베 역시 오랜 시간 아껴가며 애용했다고 한다. ‘좋은 것을 만든다’는 진부함. 와타나베의 당연해서 별것 아니게 느껴지기도 하는 다짐. 노트는 그런 사소함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작지만 마음을 담아 내일을 바라보는 시간들.
--- p.151, 「05 츠바메 노트의 공장장 - 와타나베 다카유키」 중에서
“주변 아티스트들에게 물어보면, 그렇게 귀찮은 걸 왜하냐고 해요. 그래도 확실히 이렇게, 저희가 하는 방식이 훨씬 빠르고 저희의 표현이란 느낌이 들어요.” 그는 아직도 연습할 때 붓과 먹을 이용하는데, 사는 건 그렇게 어제와 오늘이 서로 발을 맞춰가는 하루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가 됐어도 빠르고 편한 시절이 찾아와도 ‘굳이’ 그리고 ‘그렇게까지’와 같은 고지식한 말들, 그런 장인의 말들은 의외로 오늘의 언어이곤 하다.
--- p.184, 「06 가몬 제작 공방 「교겐」 중에서 하토바 쇼류 & 하토바 요지」 중에서
절약하는 오늘이 아닌 어제를 간직하는 시간.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장인의 날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 그의 작업이다. 효율을 좇아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재활용의 반복이 아닌, 어제가 제시한 복식의 디자인을 이곳에 가져오며, 히오키의 옷은 태어난다. 옷을 입는다는, 그 단순한 동작에 숨어 있던 무수한 베리에이션이 새로운 복장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말하자면 히오키 다카야는 ‘스타일링’을 디자인한다.
--- p.197, 「07 후루기 패치워크 디자이너 - 히오키 다카야」 중에서
국립영화 아카이브는 일본 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수만 해도 100년 넘는 일본 영화사의 축적이고, 실제로 오사와는 “일본 영화는 편수가 너무 많아요. 특히나 1920년대 무렵에는 극영화만 한 해 400편씩 찍어내곤 했어요”라고 힘겨운 처지를 토로하기도 했다. 듣기만 해도 멀고 멀게 느껴지는 시간들. 오사와는 그런 어제와 오늘의 사이를 연결한다. 한 해 10여 차례의 기획전과 더불어, 시절에 따라 찾아오는 영화의 기념적인 날들, ‘숱한 어제’를 상영을 통해 기억한다.
--- p.272, 「09 국립영화 아카이브의 연구원 - 오사와 조」 중에서
“지금 저희 회사에서 떠오르는 키워드가 ‘햐쿠쇼’예요. 영어로 하면 ‘100 works’. 예전에 농사일을 하던 사람들은 수확을 마치고 농한기가 되면 풀을 쑤어서 종이를 만들곤 했대요. 그렇게 생계를 이어갔다고 하는데, 바로 지금도 혼자서 하나의 일을 하는 게 아닌, 네다섯 가지의 일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느껴요.”
--- p.360, 「12 도시 큐레이터 「코뮨」 중에서 구라모토 준」 중에서